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정치는 생물이다.” 정치인들에게 주요 정치 이슈에 대한 전망을 물었을 때 예측불허라는 표현을 하면서 자주 쓰는 말이다. 그만큼 정치가 다이내믹하다는 점에서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들을 갖추고 있는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21> 편집장을 처음 맡았을 때 많은 주위 사람들은 “제발 정치 관련 소재로 ‘만리재에서’를 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왠지 정치 칼럼은 내용이 빤해 읽을 게 없고 어떤 주장을 펴든 혐오스럽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꽤나 자제를 한다고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된 것 같지는 않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늘 뉴스의 중심에 있고 시사잡지의 특성상 그러기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의 경선자금 수사로 촉발된 지금의 ‘민주당 사태’도 애써 외면해보려 했으나 결국 참지 못하고 말았다. 검찰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랐고, 선거제도 개혁이 마무리돼 두달여 남은 4·15 총선이 국민적 축제로 치러지기를 간절히 원했으나, 일거에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된 탓이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민주당 사태를 꿈틀대는 ‘생물’로 여겨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정치판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의 노림수가 빤하고, 특히 ‘호남 죽이기’라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탈당한 김홍일 의원이 12일 만에 복당하고 당 지도부가 앞다퉈 그를 추켜세우는 모습은, 민주당을 아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첫 장외집회를 광주에서 여는 심사는 또 무엇인가. 민주당의 그런 모습은 마치 총선이라는 거대한 화산폭발을 앞두고 그 징후를 감지한 숲속의 동물들이 살 길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열린우리당과의 분당 이후 “정통 야당의 뿌리를 잇는 유일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한 전 대표가 표적수사니 호남 죽이기니 하는 식의 ‘편견을 버리고’ 의연하게 구속수감되었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랬다면 국민들이 한 전 대표와 민주당을 ‘두번 죽이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더 늦기 전에 ‘리틀 DJ’라는 별명에 걸맞은 두둑한 배짱과 판단력으로 결자해지하기를 기대해본다.
정치권이 바람 잘 날 없는 어지러운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의 이웃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세계일주를 떠나고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4·15 총선으로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도 시간을 내 세계여행을 다녀왔으면 하는 것이다. 청바지를 입고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의원, 서너평짜리 비좁은 사무실에서 비서 없이 서류에 묻혀 사는 의원, 시민단체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5시간씩 기차를 타고 가 집회에 참석하는 의원, 30여년째 허름한 집에서 사는 의원을 만날 수 있는 그런 나라들을. 그들과 며칠간 숙식을 함께한다면 더욱 좋겠다.

류우종 기자
정치권이 바람 잘 날 없는 어지러운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의 이웃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세계일주를 떠나고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4·15 총선으로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도 시간을 내 세계여행을 다녀왔으면 하는 것이다. 청바지를 입고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의원, 서너평짜리 비좁은 사무실에서 비서 없이 서류에 묻혀 사는 의원, 시민단체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5시간씩 기차를 타고 가 집회에 참석하는 의원, 30여년째 허름한 집에서 사는 의원을 만날 수 있는 그런 나라들을. 그들과 며칠간 숙식을 함께한다면 더욱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