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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강금실의 리더십엔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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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2-05 00:00 수정 : 2008-11-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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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인권 아래 헤쳐모여” 소통과 조화로 법무부와 검찰이라는 권력조직에 안착하기까지

강금실은 어떻게 법무부와 검찰이라는 권력조직에 안착할 수 있었을까. 그 리더십의 비밀을 파헤쳐본다. 현직 검사들과 외부 인사들의 소통과 조화로 자연스런 개혁을 이끌고 있다는데….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관료사회와 시민사회의 소통을 개혁의 매뉴얼로 내세운 ‘강금실표 리더십’은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으로 인정받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인기의 끝은 어디인가. 그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으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려있는 인물이다. 열린우리당은 그를 간절히 원하고, 경쟁관계에 있는 정당들은 그의 입당을 두려워한다. “그가 입당하면 열린우리당 전국 지지율이 몇%가 오를 것이다”라거나 “어느 지역구에 대입해서 조사를 돌려봐도 모두 당선되는 것으로 나온다”는 확인 안 된 얘기들이 정치권 안팎을 떠돌기도 한다.

그가 정말 공을 들이는 ‘정책기획단’


이 정도 되면 “그의 인기에 거품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언론은 그의 패션·말투·친분관계 등에는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보이지만, 그가 어떻게 법무부 관료조직과 검찰이라는 권력조직에 안착했는지 또는 그가 업무와 관련해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등을 본격적으로 기사화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가 지닌 리더십의 빛깔이 무엇인지 도무지 판단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 질문의 대답을 얻기 위해 <한겨레21>은 그가 장관이 된 뒤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장관 직속의 정책기획단(단장 이훈규 검사장, 2월1일자 인사로 남부지검장으로 승진) 구성 과정과 활동 성과 등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이질적인 조직에 연착륙한 뒤 이질적인 개혁 대상과 토론을 벌이고 설득해 변화의 주체로 이끌어낸다는 것은, 개혁(또는 변화)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검찰 개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성공의 비결’도 엿보고 싶었다.

장관 직속의 정책기획단은 지난해 5월 구성된 뒤 강 장관의 ‘핵심 브레인’ 구실을 해왔다. 검찰과 법무 개혁의 기본 구상이 대부분 거기에서 나왔다. 정책기획단은 외형적으로는 학계·법조계·시민사회 등을 포괄하는 외부 인사가 대거 참여한 법무부 정책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서울대 법대 학장) 활동을 지원하는 기능을 해왔지만, 실제로는 개혁정책의 큰 줄기와 세세한 줄기 모두를 만들어내는 구실을 해왔다. 정책기획단은 최근 강 장관 재임 기간 동안 법무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다룬 ‘인권 중심의 법질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2월 초 낼 예정으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21> 취재진은 1월30일 과천 법무부청사 2층 장관실에서 강 장관을 만났다. 자신이 구상하는 개혁 방향의 내용과 철학이 오롯이 담긴 조직인 정책기획단 1기를 마무리하고 보고서까지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두고 그는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뭔가 일이 이뤄져간다”며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정책기획단에 대해서는 “내가 정말 공을 들이고 힘을 실어주고 있는 조직”이라는 말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법무부는 8개 범주로 나뉘는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개혁정책을 집행할 계획이다(표 참조). 8개의 정책과제에는 △사회변화와 인권존중 의식을 반영한 법률의 연구 및 개정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외국인 정책의 수립 △법률서비스 기능의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정책과제들에는 강 장관의 법무 개혁에 대한 구상이 대부분 녹아 있다.

강 장관은 정책진용의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는 정책기획단(장관 직속기구)과 정책위원회(장관 자문기구)를 구성할 때 현직 검사들과 외부 인사들을 반드시 ‘섞는’ 원칙을 관철했다. 강 장관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개혁이 순탄하게 이뤄지거나 저항 없이 진행될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개혁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2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고 기회 있을 때마다 그렇게 말하고 다녔어요. 하나는 개혁의 주체들이 지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혁의 주체와 대상을 나누고 개혁의 대상이 주체로 나서서 동참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죠. 검찰 개혁이라면 검사들에게 신뢰받고 검사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또 한 가지는 궁극적으로 안과 밖이 소통하지 않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죠. 그래서 국민들이나 시민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관료사회와 시민사회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검찰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죠. 제가 정책진을 구성하면서 현직 검사들과 외부 인사들을 반드시 섞고 이들이 한팀이 되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팀으로 변한 정책기획단 상근멤버들. 왼쪽부터 양난주 정책보좌관, 이병래 정책보좌관, 이훈규 단장, 김준호 부장검사, 윤진원 부장검사.(김진수 기자)
자신의 ‘손발’이 될 정책기획단을 구성하면서 강 장관은 장관 정책보좌관 2명을 뽑아 정책기획단 구성에 참여시켰다. 이병래(35) 보좌관과 양난주(36) 보좌관이 그들이다. 이 보좌관은 강 장관이 대표 변호사였던 법무법인 지평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 변호사였고, 양 보좌관은 성공회대에서 비정부기구(NGO) 대학원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대학원 강의를 맡고 있었다. 강 장관은 “이 보좌관은 판사 경력도 1년 있고 넓게 보면 법조인으로 묶일 수 있어 외부 인사라는 면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양 보좌관은 비법조인이며 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단을 처음 만들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밖에서 사람을 데리고 오려거든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률가가 와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비법률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그것도 여성이어야 하고 개혁 성향과 인권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는 말이 있잖아요, 왜. 그래서 간절히 구했죠. 양 보좌관을 그렇게 해서 구했어요.”

양 보좌관은 ‘젊은 강금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직설적인 화법과 파격적인 언행으로 법무부 안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다. 양 보좌관은 이화여대 학생운동권 출신에 진보적 월간지 <사회평론 길>에서 7년 동안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사회정책 분야 석사학위를 받은 경력이 있다. 그가 가진 사회인식이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검사들을 처음 봤을 때 그의 느낌은 어땠을까.

검사들의 사무실을 리모델링하다

“처음 느낀 건 ‘나라 걱정의 과잉’이었어요. 너무나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거예요. 자살이 늘어난다는 뉴스가 나와도 나라 걱정하고, 부안군수가 주민들한테 맞았다고 해도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또 걱정하고…. 지구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독수리 5형제 마인드가 강한 것 같아요. 스스로는 그런 의식이 검사만능주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면서도 어쩔 수 없나봐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행동들을 사명감이나 소박한 정의감이라는 차원에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공직사회의 예의바름’과는 워낙 동떨어진 인물이라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강 장관의 기용은 물과 기름의 결합으로 비유됐지만 강 장관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물리적 결합을 화학적 결합으로 바꿔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2월27일 장관 취임식 장면.(한겨레 이종근 기자)

양 보좌관이 법무부로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복도에서 마주친 정상명 법무부 차관이 한마디 했다. “양 보좌관은 역시 신세대야!” 7부바지에 양말을 신지 않은 채 단화를 신었던 때였다. 진짜로 자신을 신세대로 칭찬하는 줄 알았던 양 보좌관은 동료들의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복장 불량이라는 말이었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거예요.” 그때가 2003년 여름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공무원 사회에서 간편하게 입는 옷을 부르는 말인 ‘간소복’이란 단어도 알아듣지 못해 고생했다고 한다.

정책보좌관 2명이 ‘물’이었다면 이들과 섞인 검사 3명은, 이력과 경력으로만 보면 ‘기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훈규(51) 단장은 검사로 생활한 지 24년째로, 그동안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등 이른바 ‘특수통’이다. 소년처럼 해맑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었다고 해서 ‘백발동안’(白髮童顔)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국민의 정부 당시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검찰 내 3가지 핵심요직(법무부 검찰1과장-대검 중수1과장-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연달아 거친 유일한 검사로 이름나 있다. 함께 상근하는 김준호(47) 부장검사나 윤진원(40) 부장검사 역시 대검 중수3과장과 법무부 검찰1과를 각각 거친 엘리트 검사들이다.

2명의 정책보좌관이나 검사들 모두 독방을 쓰던 사람들이었지만, 강 장관은 이 단장을 제외한 4명 모두를 한 사무실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칸막이를 낮춰 개방형 사무실로 만들고 직접 고른 무용수 그림 액자를 사무실 벽에 건 것도 강 장관이었다. “사무실 분위기가 자유스러워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죠.” 강 장관은 사무실 리모델링을 주창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0대 중반의 과격한 정책보좌관들과 대화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이훈규 단장은 “우리 검사들이 너무 오른쪽으로 가 있으니까 두 젊은 보좌관 친구들이 말해줘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고 외부의 시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준호 부장검사는 양 보좌관을 칭찬했다. “유치원생과 소년원생 등이 그린 그림 90여점을 법무부 복도에 전시했는데 이 이벤트의 주제가 뭔지 아세요?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예요. 또 그림을 그린 사람이 유치원생인지 소년원생인지 알 수 없도록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우리 머리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거죠.”

법무부 복도에 전시된 90여점의 그림들

“요즘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에서 장관님이 한 말을 흉내내는 개그맨이 있는 거 아세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사랑, 기회가 오면 마다하지 않겠어요’래요. 하하하.” “양 보좌관은 위아래를 모두 검은색으로 입었네. 당신은 여검사처럼 보이고 우리는 인권변호사처럼 보이는 것 아닌가.” 사진 촬영을 하며 깔깔 웃는 이들은 영락없는 ‘한팀’이었다.

양 보좌관은 얼마 전 법무부 인권과 검사와 함께 천주교 인권위원회 후원의 밤 행사에 갔다. 법무부 인권과 검사로 인권단체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안과 밖의 소통이 주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개혁이라는 강 장관의 소신이 어떤 형태로든 현실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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