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이귀배 · 배명부] 도서관이냐 숲이냐

495
등록 : 2004-02-04 00:00 수정 :

크게 작게

글 · 사진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도서관이 아무리 중요해도 나무를 베고 공원을 없애며 꼭 지어야 합니까?”
생업에 바쁜 ‘보통사람’ 이귀배(55·자영업·사진 왼쪽)씨와 배명부(58·〃)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립디지털도서관 건립 반대운동에 나서게 됐다. 문화관광부가 동네 주민들의 유일한 휴식처인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내에 총건평 1만3천평 규모의 국립디지털도서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환경운동가도 아닌 “말 그대로 소시민”인 이들이지만 17년 동안 아껴온 뒷산이 훼손된다는 소식에 선뜻 운동에 나섰다.

국립디지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맞은편 녹지인 반포동 일대 2만평을 매입해 2007년 완공될 예정이다. “디지털도서관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하지만, 주로 온라인으로 방문하게 될 도서관인데 굳이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시민의 ‘허파’를 400억원씩 들여 매입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들은 서울시 심의 절차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문화관광부가 토지 매입을 서두르는 것은, 도서관사업을 밀어붙이고 거래가 거의 없는 이곳 땅의 소유자들에게 특혜를 주기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들은 반대운동에 나서면서 공무원과 주민들의 인식 차이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중앙도서관장을 만나자 ‘도서관이 지어지면 집값도 오를 텐데 왜 반대하느냐’고 되레 묻더군요. 서초구청은 우면산을 지키자고 트러스트 운동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녹지 훼손에 앞장서니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요.”

이들은 앞으로 전문연구기관의 자문을 구하고, 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결합해 지역 주민들의 힘을 모아갈 계획이다. 반포4동 성당의 주임신부도 “숲은 하늘이 내려주신 스포츠센터”라며 반대운동에 신도들이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가 도서관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 때문이 아닙니다. 도서관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지어진다면 문화적 혜택과 고용창출의 기회를 줄 것입니다. 다만 한뺨 부족한 도심의 숲을 그대로 살려 주민의 공원으로 삼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