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 옹진군 해역의 무분별 채취현장… 어장과 생태계 파괴를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것인가
인천에서 44km 떨어진 서해에 떠 있는 작은 섬, 대이작도의 포구는 출항을 준비하는 어부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대이작도를 비롯한 자월도 남단해안과 사승봉도 주변 해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지난 1월 초 어부들과 함께 어선에 올라탔다.
포구에서 남서 방향으로 30여분을 달려 2.1마일 떨어진 곳에서 모래채취선을 만났다. 아직 동이 터오기 전이라 주변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모래채취선은 2개의 후드라인(바다 밑 모래를 끌어올리는 관)을 통해 검붉은 물기둥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해당화 지고 피는 섬마을, 폐허가 됐네
바다 밑바닥에서 빨아올린 흙탕물을 가로 20m, 세로 30m, 높이 2m 정도의 바지선 위로 쉴 새 없이 토해내면 모래는 바지선 위에 가라앉고 바닷물은 흘러넘치며 모래가 쌓인다. 인부들은 후드라인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바지선 위로 모래를 가득 채우는 작업을 쉴 새 없이 계속했다. 4~5시간 정도면 3천여톤의 바지선에 가득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배를 가득 채운 준설선은 1500마력의 끌배로 인천항으로 옮겨지고 세척된 모래는 수도권의 각종 건설현장으로 팔려간다.
안내를 맡은 어부 정규연(45)씨는 “이 지역이 꽃게와 새우, 넙치 등의 서식 및 산란지로 유명했지만 바닷모래 채취로 어족자원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이작도와 승봉도 사이에 있는 거대한 모래섬인 ‘풀등’의 면적이 크게 줄면서 꽃게와 새우 등이 거의 잡히지 않아 이 지역 어민들은 멀리 연평도 등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를 정남 방향으로 돌렸다. 1.8마일쯤 지나자 인천항으로 향하는 다른 채취선이 나타났다. 모래를 가득 실은 배는 이제 막 동터오는 햇살을 맞으며 은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1980년대 초부터 20여년 동안 인천 앞바다에서 퍼 올려진 모래는 2억㎡가 넘는다. 마치 하늘에서 흩뿌린 듯 쪽빛 바다 위에 보석처럼 빛났던 인천 앞바다 섬들은 끊임없는 모래 채취로 해양 생태계 파괴, 어족자원 고갈, 자연경관 훼손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새해 벽두 인천녹색연합의 서해안섬 조사팀과 함께 현지를 답사한 필자는 반신반의했던 얘기들을 맨눈으로 확인하고는 충격에 빠졌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1960년대 가수 이미자씨의 히트곡인 <섬마을 선생님>‘의 가사이다. 1967년 이 노래를 영화화한 <섬마을 선생님>을 촬영한 곳이 바로 대이작도 동쪽 끝 계남리에 자리한 자월초등학교 계남분교이다. 1992년에 폐교돼 지금은 교실 한 동과 잡초가 무성한 손바닥만한 운동장, 그리고 이곳이 촬영지라는 푯말만이 중년세대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계남분교 앞 계남포구는 해변의 모래가 씻겨나가면서 옛모습을 잃고 모래 속에 있던 바위와 돌들이 앙상하게 드러났다. 5~6년 전까지 모래가 있었던 곳이란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백사장 길이 400m의 큰풀안해수욕장도 3~4년 전부터 모래가 급격히 줄었다. 4년 전 대이작도로 이사 와 이곳을 자주 찾는 김철환(46)씨는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모래가 계속 쓸려 나가 해수욕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는 2002년 9월 이곳 해수욕장에서 찍은 딸 김가람(당시 6살)양의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사진 참조). 2년 전의 사진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바위에 닿아 있는 모래 유실 정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24년 안에 이 지역 모래 완전히 고갈
주변 이일레해수욕장은 수령 30년 이상의 곰솔림이 발달돼 있고, 해안사구(모래언덕)에는 해국·갯메꽃·갯완두·해당화·모래지치·통보리사초 등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환경조건에 적응된 성숙하고 안정된 단계에 있어 해안사구의 생태계로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이루고 있다고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이들은 황폐해진 환경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예전에는 넓고 단단한 모래밭에서 마을 사람들이 축구를 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모래사장 군데군데가 자갈밭이 되고, 곳곳에 갯바위가 드러나 있다. 승봉도 주민들은 모래 유실로 자갈이 드러나자 지난 2002년 7월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2억원을 들여 멀리 육지에서 수천톤의 모래를 사서 해수욕장에 쏟아붓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20여년간 바닷모래 채취가 계속되고 그 양이 계속 늘고 있는 인천 앞바다 옹진군 해역 일대는 국내 최대의 바닷모래 공급지다. 대이작도와 승봉도 등 옹진군의 모래 채취 계획량은 2004년에도 2300만㎥로 우리나라 바닷모래 채취량(3940만㎥)의 58.4%와 수도권 전체 모래 수요량의 50%에 이른다. 옹진군 내 모래 채취량은 지난 1998년 1332만㎥ → 1999년 1565만㎥ → 2000년 1724만㎥ → 2001년 1810만㎥ → 2002년 1914만㎥ → 2003년 2천만㎥ 등으로 외환위기 시기를 빼고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미 하천모래가 바닥이 나 바닷모래를 채취하고 있지만, 모래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무한정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건축이 계속되는 한 국내 바닷속을 다 헤집어도 필요한 양을 충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인하대 서해연안환경연구센터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은 한국골재협회 인천지부의 의뢰를 받아 2년 동안 공동조사를 벌인 끝에 ‘인천 앞바다(경기만 일대) 해사 부존량 현황’이라는 공동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이 지역의 모래 매장량을 19억8948만5100㎥으로 추정했으며, 이 가운데 실제 채취 가능한 양은 수심과 환경문제 등으로 전체 매장량의 4분의 1 수준인 5억6378만9300㎥인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수준으로 계속 채취한다면 앞으로 24년이면 이 지역의 모래가 완전히 고갈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현재 인천 옹진군 선갑도 근처 해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바닷모래 채취를 자원 보호와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건설교통부는 “올해 건설 경기와 대형 사업 등을 감안, 인천 앞바다 바닷모래 채취량을 지난해보다 300만㎥ 늘어난 2300만㎥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옹진군 일대 앞바다를 포함한 서해안의 어장 피해와 생태계 및 환경 파괴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 모래 채취가 집중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주체들이 환경영향평가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기 때문에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채취 면적이 25만㎡ 이상이거나 채취량이 50만㎥ 이상인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해 동안 2천만㎡의 양이 일정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퍼 올려지는 상황을 볼 때 환경영향평가가 당연히 실시돼야 하지만, 채취업체는 소규모로 자주 허가를 받으면서 법망을 피하고 있다.
어족자원 피해와 모래의 유실이 현실로 드러나자, 지역주민들은 옹진군 당국에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요구한 바 있다.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옹진군수는 지난해 2월 “2003년 7월부터는 옹진군의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옹진군은 중앙부처의 압력에 굴복해 2003년 하반기에도 모래 채취를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환경영향평가의 허점 교묘히 악용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에서는 옹진군 일대의 해안지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면 해사 채취를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지니고 있었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공청회 때만 해도 주변지역 74.6㎢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발표됐지만, 2003년 12월31일 지정·고시된 생태계보전지역안은 면적이 55.7㎢로 현재 해사 채취가 진행 중인 19㎢를 뺀 채 축소 발표됐다. 이 때문에 ‘풀등’ 하부 안쪽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바닷모래를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결과적으로 ‘풀등’을 비롯한 해양 생태계나 자연경관 그 어느 것도 보전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하게 되었다.
지역주민들은 모래 채취 지역만 빼고 생태계보전지역으로 묶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라며 분노했다. 대이작도 이장인 강태무(44)씨는 “이번 결정은 해양수산부가 성과에 급급해 지역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효도 없는 생태계보전지역을 지정하는 데 주민들을 이용해먹은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인천녹색연합은 “옹진군이 군민과의 약속을 깨뜨리고 2004년에도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계속하고, 서해안 앞바다의 환경파괴를 수수방관한다면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 대안이 무엇이냐?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은, 단순히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 원인인 모래 채취 허가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분노의 핵심은, 정부가 “해당 지역의 모래 채취가 금지되면 ‘골재파동’ ‘골재대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빌미로 아무런 대안 마련이나 대책 없이 생활터전의 훼손과 발생 가능한 환경피해를 수수방관해왔다는 데 있다. 한국골재협회 인천지부의 연구보고를 토대로 인천 앞바다를 포함한 경기만의 부존량을 볼 때 모래채취 사업은 앞으로 25~30년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25~30년 동안 캘 수 있는 모래가 매장돼 있다는 것으로, 계속해서 모래를 퍼 올리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지금이라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재생골재 사용 △대체광구 확보 △제3국의 모래 수입 등 다양한 대안을 구체화하는 등의 논의 없이, 도리어 생활터전인 바닷모래를 지키기 위해 문제제기를 하는 지역주민들에게 “그럼 대안이 무엇이냐”고 되묻고 있다. 역할이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셈이다. 현실 가능한 대안을 위한 정부와 관련 업계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타균/ 녹색연합 국장 greenpower@greenkorea.org

고운 모래사장 사이로 군데군데 자갈을 드러내고 있는 승봉도의 이일레해수욕장. 백사장에 모래가 사라지면서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주민들은 생활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안내를 맡은 어부 정규연(45)씨는 “이 지역이 꽃게와 새우, 넙치 등의 서식 및 산란지로 유명했지만 바닷모래 채취로 어족자원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이작도와 승봉도 사이에 있는 거대한 모래섬인 ‘풀등’의 면적이 크게 줄면서 꽃게와 새우 등이 거의 잡히지 않아 이 지역 어민들은 멀리 연평도 등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를 정남 방향으로 돌렸다. 1.8마일쯤 지나자 인천항으로 향하는 다른 채취선이 나타났다. 모래를 가득 실은 배는 이제 막 동터오는 햇살을 맞으며 은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1980년대 초부터 20여년 동안 인천 앞바다에서 퍼 올려진 모래는 2억㎡가 넘는다. 마치 하늘에서 흩뿌린 듯 쪽빛 바다 위에 보석처럼 빛났던 인천 앞바다 섬들은 끊임없는 모래 채취로 해양 생태계 파괴, 어족자원 고갈, 자연경관 훼손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새해 벽두 인천녹색연합의 서해안섬 조사팀과 함께 현지를 답사한 필자는 반신반의했던 얘기들을 맨눈으로 확인하고는 충격에 빠졌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1960년대 가수 이미자씨의 히트곡인 <섬마을 선생님>‘의 가사이다. 1967년 이 노래를 영화화한 <섬마을 선생님>을 촬영한 곳이 바로 대이작도 동쪽 끝 계남리에 자리한 자월초등학교 계남분교이다. 1992년에 폐교돼 지금은 교실 한 동과 잡초가 무성한 손바닥만한 운동장, 그리고 이곳이 촬영지라는 푯말만이 중년세대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계남분교 앞 계남포구는 해변의 모래가 씻겨나가면서 옛모습을 잃고 모래 속에 있던 바위와 돌들이 앙상하게 드러났다. 5~6년 전까지 모래가 있었던 곳이란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대이작도 주민 김철환씨가 딸 가량양을 2년 전에 찍은 사진(왼쪽)과 올해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면 바닷모래의 유실 정도가 금방 드러난다.

모래채취선에 설치된 후드라인이 바다 밑바닥에서 빨아올린 모래섞인 바닷물을 토해내고 있다.(김타균)

풀등 부근에서 모래채취 작업을 마치고 인천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3천여톤 규모의 바닷모래 채취선 모습. 하얀 속살처럼 바닷모래가 가득 차 있다.(김타균)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뛰어난 신비로운 모래섬 풀등. 바닷모래 채취로 풀등 곳곳에 모래가 유실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풀등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래 채취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유재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