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 소총’은 누구를 겨누나
등록 : 2000-11-14 00:00 수정 :
미하일 티모피비치 칼라시니코프. 미사일이 난무하는 현대 전쟁에서도 아직 가장 기본적인 살상무기인 소총,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AK-47 소총을 만든 사람이다. 이 소총은 그의 이름을 따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으로까지 불린다.
지난 11월10일 81회 생일을 맞이한 칼라시니코프는 AK-47 소총과 그 개량종들이 모두 7천만정 이상 생산된 것을 기념했다. 전세계의 인구가 60억명이니 100명당 1정꼴로 만들어진 셈이다.
2차 세계대전에 탱크병으로 참전했다 중상을 입고 요양중이던 그는 1943년 새로 개발된 7.62mm의 탄약에 맞는 소총 개발에 착수했다. 소련군은 칼라시니코프가 만든 소총을 ‘AK-47’이라고 이름붙인 뒤 표준 소총으로 채용했다.
AK-47은 그 어느 소총보다 분해·조립이 간단하고 사용하기가 편리했다. 무식할 정도로 튼튼해 습기가 눅눅한 정글, 모랫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 등 어떤 악천후에서도 고장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옛 사회주의권의 1천만명이 넘는 정규군은 물론 아프리카의 민병대, 영국군과 맞붙은 에이레공화군(IRA) 소속 도시게릴라, 크메르와 라이베이라의 소년병, 1981년 완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암살한 강경파 아랍군인의 손에는 어김없이 이 소총이 들려 있었다.
칼라시니코프는 일생 동안 스탈린훈장, 레닌훈장, 노동영웅훈장 등 옛 소련의 최고 훈장을 수없이 받았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칼라시니코프에게 “러시아의 힘과 안보의 상징”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그를 중장으로 진급시켰다.
AK-47의 맞수인 미국의 M-16 소총을 개발한 유진 스토너가 엄청난 돈을 번 데 비해, 칼라시니코프는 AK 소총에 대한 어떤 특허권도 없어 얼마 안 되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칼라시니코프는 19세기 러시아인의 자존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97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있는 이체브스크 주변에 미국식 별장을 짓고 부를 과시하고 있는 러시아 졸부들을 향해 이렇게 뇌까렸다. “당장 이 자들을 끌어내 AK-47 소총으로 사살해야 한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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