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노사관계 전문가인 피터 페어브러더(영국 카디프대학)는 어디선가 “노동조합이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파악해 노조 관련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노조가 주도권을 가질 때 조합원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연구소를 기반으로 축적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사용자 및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총국 한쪽 구석에는 얇은 책자 수백권이 수북이 쌓여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알아야 할 노동운동 기본용어 해설>(민주노총 펴냄·값 3천원)이다. 오건호(40·사회학박사) 민주노총 정책부장이 펴낸 책자인데,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설립기금 마련이라는 뚜렷한 목적의식 속에 세상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의 기획·작성·편집은 오 부장이 모두 혼자 다 했다. 책자는 국민연금·기업연금·자유무역협정(FTA)·최저임금제도·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 40여 항목의 용어들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제 민주노조운동도 독자적 정책 연구 없이는 사회를 향해 발언하기 어려운 지경에 와 있어요.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의 핵심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과학적인 연구와 분석은 꼭 필요합니다. 정책연구원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지난해 민주노총 단위노조 간부들이 연구원 설립기금을 한푼두푼 내기로 결의했지만 그 정도로는 한참 모자라 고민 끝에 일반 조합원과 일반인을 상대로 모금하려고 책자를 펴낸 것이다.
사용자단체와 정부는 오래 전부터 방대한 노사관계 연구조직을 구축해 거대한 정책역량을 활용하고 있지만, 노동운동 진영에는 민주노총 같은 중앙조직에서조차 변변한 연구소 하나 없었다. 한국노총의 경우 지난 1995년에 중앙연구원을 설립해 대여섯명의 연구자들이 일하고 있지만, 오 부장의 말마따나 “민주노총이 여태껏 연구원 없이 활동하고 있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설립될 정책연구원에는 고용임금연구실·여성노동연구실·노동운동연구실·경제금융연구실 등이 딸릴 예정이다(문의 02-2675-9744).
글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