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당하며 찍은 올림픽 구경하세요”
등록 : 2000-11-14 00:00 수정 :
중앙대 사진학과 2학년에 휴학중인 조성준(19)씨는 요즘 입이 귀에 가서 붙어 있다. 첫 개인전을 그것도 공짜로 열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여름 아르바이트해서 모아 둔 돈을 탈탈 털고, 부모님께 온갖 아양을 떨어 돈을 빌린 뒤 카메라를 메고 시드니로 날아갔다. 시드니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한다는 생각과 쟁쟁한 기자들이 몰려오는 현장에서 경합을 겨뤄보고 싶다는 포부로 20여일을 누빈 끝에 수십점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선수석에 앉았다 구박받고, 기자석에 들어갔다 쫓겨나곤 했지만 행복했어요. 경기장 안에는 땀이 흐르고 함성이 요란했지만, 경기장 밖에는 맑은 하늘과 햇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있었죠.”
촬영이 가장 팍팍했던 경기는 유도경기. 관중석에 쪼그리고 앉아 파인더를 들이댔으나 앞사람 뒤통수에 가려져 고개를 외로 꼬고 용을 써야 했다. 그곳에서는 단 한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작품들을 자신이 사진부장으로 ‘녹 먹고’ 있는 학교 영자신문에 실은 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음이 붕붕 떴다.
고민 끝에 무작정 오스트레일리아대사관을 찾아갔다. 이름도 경력도 없는 한 청년의 사진을 본 대사가 흔쾌히 승낙했고 열흘간 꽁짜로 서울 도심의 알짜배기 공간을 빌려줬다. 또 빌딩 곳곳에 포스터를 붙일 수 있도록 도와줬다. 포스터에 실린 사진은 시드니 멜리비치에서 한 소녀가 킥보드를 타고 가는 모습이다. “기획, 설치, 홍보, 안내 몽땅 저 혼자 해야 하지만 정말 신나요.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명실공히 첫 개인전을 연 만큼 사진작업에 일로매진해야겠다고 야무지게 말하는 이 열혈 청년은 보도사진이나 다큐멘터리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있다. 보도사진이야말로 예술과 저널리즘을 결합하는 최고의 영역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고르고 고른 34점의 작품은 ‘뷰티 인사이드 시드니 2000’이란 제목으로 오는 11월17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11층 오스트레일리아대사관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홈페이지 ‘3의 눈’(
www.thirdeye.pe.kr)에서도 그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