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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풍광을 할퀴고 관광객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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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9-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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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공사에 무너진 삼척시 가곡면 덕풍계곡… 수익성 내세워 생태보고에 도로건설 강행

(사진/삼척시의 무리한 개발 공사로 인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던 이 일대의 산이 산사태로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의 덕풍계곡. 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꼭 한번 가볼만한 장소로 그 이름이 높다. 설악산 천불동, 지리산의 피아골과 뱀사골 등 유명 등산지에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 풍광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의 보고가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바로 삼척시청의 무분별한 관광개발 때문이다. 삼척시청은 풍곡리 일대가 일부 등산객들한테서 호평을 얻자 5년 전부터 이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할 속셈으로 다양하게 움직여왔다.

폭격당한 폐허처럼 돌변한 골짜기·산림


삼척시는 폐광지역인 도계읍에 대한 복구비 중 일부를 지역개발 차원에서 끌어들여 가곡면 풍곡리 덕풍계곡 초입에 약 2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96년에 이미 대형주차장과 편의시설을 조성했다. 이어 98년부터는 가곡면에서 석개재를 거쳐 봉화군 석포면으로 넘어가는 풍곡리-석개재 도로 구간을 포장공사해 오고 있으며 삼방-덕풍계곡을 잇는 도로포장 공사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런 과정에서 이 일대의 자연생태계와 경관이 크게 훼손된데다 98년에는 개발의 후유증으로 산사태까지 일어 벌써부터 주변의 골짜기와 산림이 폭격당한 폐허처럼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본디 풍곡리-석개재 도로 구간은 봉화와 삼척간의 지방을 연결하는 도로로 지난 98년부터 추진되었다. 봉화쪽은 그래도 공사에 무리가 덜한 지형이다. 문제는 삼척시 가곡면쪽인데 산림 토목 전문가들은 이곳은 애초에 포장공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구간이었다고 지적해왔다. 골짜기가 워낙 깊고 경사가 급한 지형이라 도로공사를 비롯한 일체의 토목공사를 하기에는 도저히 무리가 따르는 곳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여 산림생태계를 훼손한 것은 물론이고 산사태라는 재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폭이 200m가 넘고 길이가 1km나 되는 대형 산사태의 현장은 그 길이가 웬만한 스키장을 뺨치는 정도로 도저히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산림훼손을 낳았다.이런 산사태는 석개재 정상까지 5군데가량 널려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삼척시는 예산이 없다면서 복구를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 도로에서 갈라져 나와서 산을 하나 넘어 덕풍계곡으로 넘어가는 삼방-덕풍계곡간의 포장도로를 삼척시에서 계획하여 올 가을 착공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풍곡-석개재 구간의 도로공사도 마무리짓지 않고, 이 구간에서 다시 갈래치는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삼척시의 행동은 어떻든 간에 덕풍계곡을 관광개발하겠다는 속셈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 하던 공사도 앞으로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어야 하며 산사태의 복구에 필요한 예산은 남은 공사비의 서너배는 족히 넘을 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척시청은 “풍곡-석개재 구간의 도로는 봉화와 삼척지역간을 잇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도로공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척시청 김태수 건설과장은 “삼방-덕풍계곡간 도로는 농어촌 도로로 행정자치부에서 국비로 지원하는 도로로서 현재 계획중인 풍곡-석개재간의 포장공사와는 예산의 명목이 다르며 엄연히 두메산간 등 외진 곳의 농민의 편의를 위해서 필요한 도로”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풍곡-석개재 구간은 환경성과 재해방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했으며, 삼방-덕풍계곡 구간은 기존의 비포장도로에 콘크리트 공사만 벌여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관이 다른 것도 아니고 삼척시에서 하는 일이면서 한곳은 예산이 없어 개통도 늦어지고, 공사과정에서 훼손한 것에 대한 복구에 엄두도 못내면서 바로 그 옆에다가 무리하게 다시 포장도로를 개설하겠다는 발상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생태보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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