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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환경에 구멍뚫린 ‘군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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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3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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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단련장이란 명목으로 농약오염 면죄부… 보안 내세운 사각지대를 정밀조사하라

사진/ 군 골프장은 농약을 멋대로 사용해도 괜찮은 환경 무법지대인가. 공군이 관리하는 예성골프장 전경.
환경부는 지난 10월25일 전국 155개 골프장의 ‘2001년 상반기 농약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내용의 핵심은 △전체 골프장의 농약사용량이 증가했다는 사실과 △농약잔류성분은 69개 골프장의 잔디와 토양에서 11개 품목이 검출되었으며 △그럼에도 다행히 유출수에서 농약이 검출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환경부는 골프장의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문화관광부와 지자체, 각 골프장 등에 농약관리에 대한 지도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시설 농약 사용량 조사 없어

환경부의 자평대로라면, 골프장에 의한 농약오염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같은 성과는 환경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환경부의 발표내용에는 농약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 골프장이 25곳이나 된다는 중대한 사실이 들어 있지 않다. 바로 군 골프장이다. 녹색연합은 2000년 가을부터 군 골프장의 환경관리와 민간인 이용에 대한 모니터를 전개하면서 군 골프장이 일반 골프장과는 달리 농약사용 실태에 대한 일체의 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군 골프장은 공식적으로는 ‘골프장’이 아닌 ‘군체력단련장’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방부가 4곳(남성대 연습장 포함), 육군이 5곳 (계룡대 연습장 포함), 해군이 3곳, 공군이 13곳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표 참조). 공군 골프장이 가장 많은 것은 전투비행단 활주로 옆이면 대부분 골프장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4곳은 수도권의 도시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육군과 해군은 사령부급의 부대 안에 위치하고 있다. 군 골프장이 점유하는 전체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3.5배쯤 되는 316만평에 이른다.

태릉과 남성대 골프장 등은 서울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주변의 토양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밖에도 무열대(대구시), 무등(광주시), 은마(부산시), 성남(성남시) 등이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원, 용인, 이천, 진해, 포항, 사천, 원주, 강릉, 논산, 청원, 충주, 서산 등의 도시들에도 주민들의 생활공간 바로 옆에 군 골프장이 위치하고 있다. 특히 원주는 원주시민들이 이용하는 상수도와 바로 붙어 있으며 충주, 이천 등도 한강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골프장은 한 가지 종의 잔디로 초지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양의 농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군 골프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 경우 수시로 사용량과 잔류량을 검사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지하수 오염은 물론이고 인근 토양에도 농약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도 군 골프장은 지금껏 단 한번 조사를 한 것 빼고는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농약의 사용량과 잔류량을 조사하지 않았다. 그나마 단 한번의 조사도 지난 7월 남한강 수계의 원주, 강릉, 충주 등의 군 골프장에 한해 이뤄졌을 뿐이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환경부 산하 원주지방환경관리청은 “지난해 관내 골프장의 농약사용량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와 군 골프장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한 것”이라며 “이번 조사가 군 골프장으로는 유일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주지방환경청은 “군 골프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할 계획은 없다”며 “비공개를 조건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약을 과다사용했을 개연성이 높은 시설에 대해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추가조사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는 것이나 군사기밀도 아닌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문화부, 대책 없이 모르쇠로 일관

사진/ 공군이 운영하고 있는 원주골프장의 전경. 평일인데도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보인다.
군 골프장은 명목상 ‘군체력단련장’이라는 직장체육시설로 되어 있다. 국내에서 직장체육시설 명목으로 운영되는 골프장은 군 골프장뿐이다. 정부는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 제28조와 시행규칙 30조에 ‘사업목적으로 운영하는 모든 골프장에 대해 농약사용량과 농약잔류량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이름이 골프장이든 체력단련장이든, 농약 없이 잔디를 보기 좋게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군 골프장은 직장체육시설이라는 이유로 농약의 사각지대이자 환경의 무법지대로 유지돼왔다.

군 골프장의 환경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는 군의 환경불감증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마땅히 관리감독해야 할 환경부와 문화관광부의 직무유기와 태만도 큰 원인이다. 환경부는 해마다 2차례 전국 150여개 골프장의 농약사용량과 잔류량을 발표하면서도 군 골프장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자연보전국의 담당자는 “(군 골프장은) 본래부터 검사를 안 했다. 궁금하면 골프장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에 물어보라”라며 질문 자체를 탓했다.

또한 골프장 관리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는 “군 골프장은 군 체력단련장으로 신고되어 있으며, 직장체육시설로 등록되어 있어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었다”라며 지극히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 당사자인 국방부는 “농약 검사는 우리 소관사항이 아니다. 우리가 안 받으려 해서 안 받은 것이 아니라 문화관광부나 환경부가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정부 관련 부처 어느 한곳도 예외없이 군 골프장 농약오염문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군 골프장이 환경오염문제에 대해 이처럼 완벽한 면죄부를 받고 있다면 그나마 지역주민의 체력단련시설로라도 기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군 골프장은 그나마 운영면에서도 철저히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대부분 군 골프장은 겉으로는 일반인이나 민간인이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계층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요건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무나 이용할 수 없는 체력단련시설

사진/ 군 골프장은 지역의 토호나 유지들로 붐빈다. 경북의 한 골프장.
민간인이 군 골프장을 이용하려면 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회원등록을 하려면 해당부대의 영관이나 대령급 이상의 ‘추천과 보증’이 있어야 가능하다. 일반인 이용방법에 대해 부산 김해공항 은마골프장을 운영하는 공군부대쪽은 “영관급 이상 간부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보안과에서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며 사실상 사용제한이 있음을 인정했다. 문의 결과 다른 군 골프장도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또한 군 골프장이 체력단련시설이라면 하급장교나 부사관들은 물론 사병들도 이용할 수 있어야 마땅하지만, 이들에게 개방된 군 골프장은 없었다.

군 골프장이 일반 골프장보다 더욱 환경을 고려하여 운영해야 함에도 다른 골프장이 받고 있는 기본조사조차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군이라는 특수성을 악용하는 것이다. 군은 현재 사용하고 모든 골프장에 대해 사용을 일시 중단하고 농약사용 실태에 대해 종합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한번도 조사를 받지 않은 점까지 감안하면 농약사용에 따른 골프장 일대의 토양, 지하수, 하천오염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도 서둘러 실시해야 할 것이다.

군 골프장 현황    (2001년 10월 현재)
관리주체 골프장 이름 위치 홀수
국방부 직할 태릉 서울 노원 18
남성대 서울 송파 18
남성대 연습장 서울 송파 9
남수원 경기 화성 18
육군 계룡대 충남 논산 18
계룡대 충남 논산 9
선봉대 경기 용인 9
비승대 경기 이천 9
무열대 대구 수성 9
해군 진해 경남 진해 9
포항 경북 포항 9
아산 경기 평택 9
공군 무등 광주 광산 9
사천 경남 사천 9
은마 부산 강서 9
원주 강원 원주 9
수원 경기 수원 9
대구 대구 동구 9
성남 경기 성남 9
예성 경북 예천 9
청주 충북 청원 9
강릉 강원 강릉 9
충주 충북 충주 9
성무 충북 청원 9
서산 충남 서산 9

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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