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위)는 국내에선 너무 흔해 유해 조수로 취급받지만, 지구 차원에선 만주 일부와 한반도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저어새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살고 있는 2500여 마리가 지구상에 남은 저어새 개체 수의 전부다. 녹색연합 제공
문제는 한국도 멸종위기라는 물리적 현실을 비켜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할 뿐, 멸종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달가슴곰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들이 살아가는 숲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좋은 물과 공기를 가져다주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의 현실, 생물종이 사라지는 현실은 그 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눈에 당장 보이지 않을 뿐 인간의 삶에도 직결된 문제다. 사향노루 서식지에 케이블카 국내의 멸종위기종 평가 기준은 국제적 고려가 매우 미흡하다. 대표적인 것이 저어새다. 저어새는 2011년 현재 국내에서 약 2500마리가 확인된다. 문제는 이 수치가 지구상에 남아 있는 전체 저어새 수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사라지면 지구에서 영원히 종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야생 동식물 보호·관리에서 저어새는 별다른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 송도 신도시 개발을 비롯한 경기만 일대의 개발에서 저어새는 보호받지 못했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2천여 마리의 저어새에 대한 환경부나 국토해양부의 보호·관리 노력은 없다. 고라니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 한국에서는 너무 흔해 유해 조수로 취급받는 고라니도 나라 밖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국내에서는 흔하지만, 지구 차원에서 보면 만주 일부와 한반도에서만 살고 있다. 국제적 기준과 평가에 의한 가치로 보면 반달가슴곰과 견줄 정도의 의미를 지닌 종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는 “야생동물에 대한 권위 있는 국제회의나 학술행사에 가보면, 외국 전문가들이 한반도의 포유동물 중에서 고라니에 큰 관심을 표명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 정책부터 연구자들까지 찬밥 취급을 한다”며 지구적 흐름과 이격된 자연정책을 안타까워했다. 사향노루도 동아시아에서 주목하는 멸종위기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유명한 가곡인 <비목> 2절의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흐르는 밤”에 나오는 ‘궁노루’가 바로 사향노루다. 지난 30여 년간 국내에서 구체적 흔적이 담긴 보고가 없었는데, 지난 3월 국립환경과학원이 강원도 화천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비롯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지식경제부는 이곳에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사향노루는 동아시아 일부에서만 서식하는 주목할 만한 종이지만 한국 정부는 별 관심이 없다. 국내에서 멸종될 위기에 처했고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종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 이후 더욱 중요해져 2000년대 이후 레드리스트는 더욱 주목받는 환경지표가 되고 있다. 지구적 위기인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직접적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3.5℃ 올라가면 생물종의 40~70%가 멸종한다”고 보고했다. 양서류를 비롯한 생물의 멸종 및 멸종위기 속도가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극곰이나 펭귄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 속도가 가속되고 있다. 생물의 서식지 환경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는 직접적으로 생물다양성을 위협한다. 한국의 고속성장은 생물의 멸종 속도를 높이는 가속페달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멸종위기 동식물 관리는 저속의 느린 걸음을 하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