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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89호를 보고

491
등록 : 2004-01-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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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비 교사의 다짐

겸의 10대를 다룬 ‘유현산 기자의 학교!’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 친구가 부딪쳐야 했을 사회의 장벽이 얼마나 높았을까를 생각하고 안타까워서가 아니었다. 그동안 이른바 의식 있는 대학생이 되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똑바로 알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장애우들, 이주노동자들, 철거촌에 사는 사람들, 노숙자들, 그리고 겸과 같은 성적 소수자들. 모두 다수가 아닌 소수라는 이유로 인권의 침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게 이 기사가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그 친구가 학교라는 테두리에 포함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국민이라면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이 당연함에도 겸이 그 시기에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정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한달 전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쳤다. 나는 아마 내년이면 초등학교 현장에 나가게 될 것이다. 즉, 내가 만날 수많은 아이들 중 제 2, 3의 겸이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그 일을 깨닫지 못한 것이 내가 교사가 될 준비를 덜 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우리 아이들이 다수라는 이유로 편협한 시선으로 소수자를 대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가는 세상을 만들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나부터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야 하겠다. - 지인옥/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

후세인 생포와 파병에 대해

어느 일요일 저녁 우리는 뉴스 속보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생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소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정말 그 사람이 후세인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DNA 검사와 함께 맏딸의 확인으로 분명 후세인이라는 확증을 받는 순간, 조금은 어이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름대로 후세인이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미국에 끝까지 투항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아랍 사람들과 그 밖의 추종자들에게 생포 소식은 비굴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언론에서 후세인을 검사하는 장면을 내보낸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아랍 세계에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고 더욱 반감을 사게 하는 요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도 이라크 내부에서는 후세인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 테러가 여전하고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후세인 생포 소식에 며칠은 미국 대선 가도나 세계경제 흐름이 긍정적으로 흘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후세인 생포에 이어, 파병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현실적으로 적절하여 나중에 실익을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낳았으면 한다. - 이근섭/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기생계급? 기생충?

류동민 교수의 논단 ‘기생계급’이 너무 통쾌하다. 정치권이나 기타 사회조직의 물적 토대가 어디에 있는가. 이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서고 싶은 이유가 개인의 사욕과 그것에 당연히 따르는 부와 명예로만 규정되는데, 정작 그 사회적 지위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것의 물적 토대는 무엇인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 세상이다. 돌아보면 모두가 모래성만 지으려고 하고 그것의 환상에서 놀아나는데, 결국 그 몫은 모래성을 쌓기 위해 뼈빠지게 고생하는 생산자들에게 지워지고 만다. 기생계급은 생산자에게 모래성이 아닌 튼튼한 성을 쌓을 수 있게 하고, 그 성 안에서 발 뻗고 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그 도덕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자들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기생충에 불과하다. 그들은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더욱더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은 생산자들이다. - 오미선/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

대선자금, 먼저 고백하라

표지이야기 ‘대선자금 기묘한 삼각관계!’를 읽고 대선자금에 관한 한 여야 없이 모두 대기업들로부터 많은 금액을 받아 썼기에 진실은 규명돼야 하고, 모두 고해성사해 앞으로 돈 안 들고 깨끗한 선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이 훨씬 많은 선거자금을 받은 것이 확실하므로 열린우리당을 같이 걸고 넘어질 것이 아니라 먼저 진솔하게 사죄하고 사법기관의 수사에 철저히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열린우리당도 생각보다 많은 혐의와 의혹이 드러나고 있으므로 잘못을 시인하고 선거공영제를 비롯한 공명선거 풍토를 조성하는 법안 만들기에 앞장서야 한다. 이번 대선자금 문제를 빌미로 누가 희생양이 되고 누가 이득을 보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이회창 전 총재를 희생양으로 삼아 새로 일어나겠다는 강한 의도가 보이기도 하는데, 일단 진상이 규명되고 난 뒤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비교적 자유롭게 보이던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도 결국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검찰은 최선을 다해 옥석을 가리고 불법 대선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면 해당 관계자를 사법처리하고 여야가 함께 선거공영제를 추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최영지/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정부가 유기농을 살려야 하는 이유

유기농 농산물을 다룬 이번호 특집을 인상 깊게 읽었다. 유기농은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을 살리고 더불어 환경과 인간을 살리는 바람직한 농법이라 여겨진다. 농산물 추가 시장개방 압력으로 한국농업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것에 대한 보완책의 하나로 친환경농산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날로 증대되고 생산량이 해마다 30~40%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농산물은 전체 농산물의 3%에 불과하며 ‘무늬만 유기농’인 저농약 농산물이 절반을 훨씬 넘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인증제는 민간 인증기관들이 대행하고 있는데 친환경농산물의 전환기간 적용 기준을 엄격하게 마련하지 않았고, 인증서를 먼저 교부한 뒤 출하 전에 시료 수거를 통해 농약 사용 여부만을 검사하는 등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는 아무 검사 없이 수수료만 받고 친환경농산물로 인증해주고 잔류 농약 검사도 하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불신을 자아내고 있다. 민간 인증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수입 유기농 농산물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수준에 걸맞은 검증 기준이 확립돼야 하며,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으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 시장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제도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 박호성/ 부산시 동래구 온천2동

공공화장실 안전한가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흉기로 여러 명의 여성들을 위협하고 구타해서 중태에 빠뜨린 젊은 남자의 범행으로 언론이 떠들썩했다. 그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하던 사람들이 일반 주택이나 빌라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생겼다. 이제는 생활의 터전까지 위협하는 신종 범죄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런데도 공공장소에 마련된 화장실들을 보면서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몇년 전부터 화장실 문화의 개선을 외치며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화장실은 아름답고 편리하게 꾸며놓았을지는 모르지만, 기타 공공장소는 오히려 위험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신축이나 증축 공사를 하는 지하철 시설이 있는 곳들은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입구에서 남자쪽 화장실이 훤히 보일 정도로 부실하게 공사해놓은 곳이 많다. 특히 2호선 신답역의 경우 건물 옆에 바로 화장실이 있지만, 밤에는 어둡기 그지없고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의 입구가 너무 가깝게 연결되어 있으며, 외진 곳에 있어서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급히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몇몇 여성들을 본 적도 있다. 또한 서울의 유명한 관광코스라고 할 수 있는 남산에도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어이없게 연결 통로가 이어져 있고, 세면대도 마주보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는 곳도 있어서 민망한 경우를 연출하기도 한다. 신종 범죄가 계속 이어지는 이때에, 깨끗하고 안전한 공공시설의 확충과 보완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양서정/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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