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488호를 보고

490
등록 : 2003-12-25 00:00 수정 :

크게 작게

참여할 수 없는 대학생들

지난 11월 초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학생회 선거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순수 비운동권’을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학생중심 복지혁명’을 부르짖었다. 내가 1학년이었던 98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학생회 선거는 순수한 공약의 대결이었다. 공개 정책토론회에는 제법 많은 학생들이 모여 경청을 했다. 지금은 정책대결보다는 색깔론이 중심이 되고 있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에는 10m를 사이에 두고 선거운동원들이 ‘순수 비운동권’을 외치는 진영과 ‘학생중심 학생회’를 외치는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 왜 그럴까? 지금의 학생회가 학우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학우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회참여, 학생운동만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호 특집에 실린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글 중 “즐거운 사회참여가 여러분을 기쁘게 만들 것”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선 참 어려운 일이다.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친구가 주말에 양로원 봉사를 다녀왔다. 남들이 다 기피하는 일을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졸업 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데 봉사활동 점수가 유리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토익, 자격증, 해외연수 등으로 점철된 지금의 대학가에서 사회참여를 호소하는 목소리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예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박한 취업전쟁 속에서 그저 마음속으로만 담아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식은 있으되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현실을 이전의 활동 세대들은 알아야만 한다. - 김형석/ 부산시 부산진구 부암3동

우리 경제, 테러를 피해 갈까

경제면 ‘테러의 덫에 걸린 세계 경제’를 인상 깊게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테러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주도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이 시점에서 테러는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얼마 전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민간인이 테러를 당하는 불상사를 접했다. 파병 논란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지만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이때에 회복 기미를 보이려는 세계 경제가 다시 위축된다면 당분간 우리 경제의 앞날은 밝다고 볼 수 없다. 이라크 전쟁을 정점으로 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당분간 세계에서 꺼지지 않는 이슈가 될 것이다. 세계가 어떻게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지 의문시되나, 분명한 것은 하루빨리 테러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으로 우리나라가 얻을 경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일부에서 말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뒤따를 것은 분명하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분명 우리만의 일관된 자세를 가지고 실익을 되는 길을 찾아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김유선/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무쯔메이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오랜만에 <한겨레21>을 접하고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여기저기 보던 중, 움직이는 세계 ‘나의 인간적인 취미, 섹스’에서 무쯔메이라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다. 무쯔메이 현상은 우리나라의 서갑숙 파동과 비슷하다. 혹자들은 이 둘 다 자신의 사생활을 이용해 돈을 버는 천민자본주의 습성을 지녔다며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들이 이처럼 뉴스 메이커가 될 수 있었을까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인간적 관점에서 보자면, 역시 사람은 이기적이고 양면적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사람들이 무쯔메이의 일기를 본 것은 내용 때문이었다. 즉, 내용이 성과 관련하여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에 너도나도 본 것이다. 그러면서 천박하다느니, 사생활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얼마나 교만한가. 뒤로는 히히덕거리며 보면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있는 폼 없는 폼 잡고 있지 않은가? 설사 무쯔메이가 상업적 목적으로 성 체험담을 썼더라도 작가에게만 죄를 뒤집어씌우는 행동은 옳지 않다. 또한 개인의 사적인 취미를 사회 문제로 부각시키려는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 - 강경훈/ 전북 고창군 고창읍

수능을 마친 청소년들을 위하여

사람이야기 중 ‘청소년 술꾼들에게 고함’을 읽고 공감하는 바가 컸다. 필자가 수험생활을 했던 80년대와 비교해봐도 수능(당시는 대입학력고사) 뒤 학생들을 위한 보호대책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교사, 부모 등의 관심은 그다지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연말연시를 맞아 한창 진행 중인 행정·교육기관과 경찰, 청소년단체의 탈선 예방활동도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고 있는 듯하다. 수능 이후의 청소년들은 홀가분해진데다 연말 분위기에 들떠 폭음과 집단폭력 등 사고를 내기가 쉽다. 대입이란 형식적인 목표에 얽매였던 청소년들에겐 당연하기만 한 자유와 여가조차 낯선 대상으로 다가설 것임이 분명하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방치해두기보다는 술문화 교육, 카드 사용법 등 경제교육, 성교육 등 성인과의 바람직한 가교 형성을 위해 교육당국과 매스컴, 청소년단체 등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 부모들의 솔선수범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 정상현/ 서울시 성북구 종암1동

쿠데타의 주역들, 한심한 작태

사람과 사회 ‘12월의 의리는 어디로 갔나’를 읽고 현역시절 부하들에게 그렇게 돈 잘 쓰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쿠데타에 참여했던 상당수의 부하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음에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이 진정 필요할 때 쿠데타를 공모했던 자들을 평생 돌봐주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손자 몫까지 챙기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배은망덕한 행위가 아닌가. 자신의 재산이 29만여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연막전술을 펼쳐놓고는 가족친지들의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고, 국고에 환수할 돈도 없다며 내놓지 않는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 게다가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했다면 역적으로 사형을 받았어야 할 사람들이 아직도 전혀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으니 정말 국민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다시는 이 땅에 무장군인들이 총칼을 들고 나서 정권을 빼앗는 일이 없도록 쿠데타 세력들이 먼저 국민 앞에 진솔하게 반성하고, 특히 전두환씨가 숨겨놓은 상당한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것만이 자신이 저지른 죄과를 조금이라도 씻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최남이/ 경남 창녕군 영산면

군에 대한 쓰라린 기억들

10년 전 그러니까 서슬 퍼런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난 뒤 방송사들은 10·26 사건과 12·12 쿠데타에 대한 정치 드라마를 연재했다. 어떻게 보면 군부독재의 당사자들로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였기에 당시 사건들의 재조명은 그 전까지만 해도 엄두도 못 냈다. 어느 방송사가 더 진실되냐 아니면 드라마틱하냐는 방송 보도상의 논의는 제쳐두고서라도, 당시 고교생이었던 나는 충성과 명예로 뭉친 푸른 제복에 대한 동경심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자기 조직 내에서 극대화된 하극상을 벌이는 몇몇 인간군상들이 달고 다니는 별들은 이제 퇴색된 장신구에 불과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5·16의 명분과 정당성을 인정했던 나는 군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 뒤 대학에 입학하고 군에 입대한 나에게 군생활은 ‘본전 생각’에만 연연하는 선임병과, 제대할 때까지 몸을 사리려는 후임병간의 역겨운 담합만 눈에 비쳤을 뿐이다. 제대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보도를 볼 때마다 돈 있고 백 있으면 가급적 군대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하곤 한다. - 지병주/ 대전시 대덕구 법1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