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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87호를 보고

489
등록 : 2003-12-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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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으로 본 사회

이번호는 실미도 관련 특집 기사가 가장 인상깊었다. 지난번 <살인의 추억>이 흥행할 때도 영화와 더불어 나온 기획 기사가 영화에 대한 이해를 깊어지게끔 하고 우리 현대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지러운 시대 상황 때문에 연쇄살인범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역사를 배우고 있는 우리지만 가장 가까운 역사인 현대사는 고조선보다 더 멀게만 느껴진다.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 현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386세대가 공감하는 것을 요즘의 20대는 함께 공감하기 어려운 까닭이 이것이다.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묻혀가는 우리의 역사는 이제 영화를 통해 한발한발 20대에게도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영상매체로 소통하는 시대인 만큼 영화의 힘은 알게 모르게 10대와 20대에게 역사에 대해 생각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힘은 영화 한편의 힘이 아니라 이것이 계기가 된 우리 역사 바로 알기의 노력들이 모였을 때 이루어질 것이다. 이번 특집 기사도 나에겐 한몫한 셈이다.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21>을 통해 알게 된 ‘베트남과 한국’의 지난 역사도 영화로 제작된다면 우리의 현대사를 바로 아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지원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KAL기 사건의 진실을 향하여

이번호에서 ‘김현희는 왜 김신조처럼 못 사는가’라는 기고를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여지껏 김현희에 대해 나쁜 감정으로만 보았는데 이렇게 다른 시선이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115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KAL기 사건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면이 많다. 어찌하여 김현희는 자신이 평생 숨어살아야 한다는 것,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백을 했을까? 정확한 근거도 없이 선뜻 김현희를 주범으로 내몰았던 안기부도 그렇지만 이것을 기회로 대통령 선거에서 한몫하겠다고 생각한 그때의 정치권도 참 어이가 없다. 비록 115명의 잔해는 남아 있지 않다 하나 유가족들의 가슴은 미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한 언론이 ‘국익을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덮어두자고 하는 것은 공정하고 정확해야 하는 언론의 상징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가족이 그처럼 끔찍한 일을 당해도 덮어두자고 했을까?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북한이 테러국으로 매도되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통일과 멀어지는 다른 원인이 되었을지 모른다. 아직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데 쉽게 동감할 수는 없지만 좀더 정확하게 사건 진상을 조사해 이 문제가 빨리 해결돼, 통일의 길로 하루빨리 나아갈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손혜현


네슬레 노조와 보수언론

최근 노동자들의 줄이은 자살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의 노동현실은 열악하다 못해 참혹하다. 그런데도 조중동 등의 부자 신문들은 마치 노동자들 때문에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 양 마구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 상황이기에 보도 그 뒤 ‘네슬레 노조원, 마침내 웃었다’는 기사를 반갑게 읽었다. 기사에서도 밝혔지만 이른바 ‘노조공화국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네슬레 노조의 파업이 145일의 줄기찬 투쟁 끝에 타결을 이룬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한쪽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타결에 큰 전환점을 마련한 스위스 원정시위대의 인터뷰를 곁들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울러 네슬레 파업을 예로 들어 노동자들을 비난했던 보수언론들의 왜곡 보도를 되짚어보는 기사도 별도로 이어졌으면 더 의미 있었을 법하다. - 손선혁/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학교 안의 남녀평등은 이제 시작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나의 학창 시절이건만 떠올려보면 남녀차별투성이다. 초등학교 시절, 출석번호 중 앞번호는 남학생, 뒷번호는 여학생 순이었고, 학생회 선거도 대부분 남학생들이 차지했다. 또 쉬는 시간이 되면 남학생들은 운동장을 ‘전세’ 낸 것처럼 축구·야구를 하는 반면, 여학생들은 공을 ‘피해가며’ 귀퉁이에서 고무줄·살구 등을 해야 했다. 그뿐인가? 중·고등학교 때는 다리가 얼 정도의 추위에도 치마를 입어야 했고, 갑자기 속옷 검사를 한다며 몸을 더듬는 바람에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늦은 감이 있지만 치마 대신 바지 교복이 권고 사항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반갑다. 비록 권고에 그쳐 아쉽기는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 여론이 있지만 규칙과 관습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인 만큼 그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아무쪼록 이전 세대 여학생들이 느꼈던 불편부당함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에서부터 남녀평등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 김장효숙/ 부산시 남구 용호2동

부동산 대책이 사회주의라고?

경남 진주에서 45평 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20년 정도 된 재래시장 건물입니다. 재래시장이 다 그렇듯이 상권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상권이 없는 재래시장의 오래된 건물이므로 45평이라는 넓은 평수이지만 전세 2500만원에 살고 있습니다. 월세는 없습니다. 45평에서 사는 이유는 교회와 사택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경남 진주도 집값이 싼 편은 아니지만 작은 도시 내에서도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45평의 전세가 얼마인지는 모릅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상가와 아파트가 같은 평수에 같은 가격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같은 평수에 가격차가 몇십배 이상 난다면 이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가 절대 평등은 아니지만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경제체제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절대 진리처럼 믿는 곳이 강남이지만 어쩌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부정하는 일을 범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강남과 같은 부동산의 폭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10·29 부동산 대책을 어떤 이는 사회주의라고 비판합니다. 정말 옹졸한 비판입니다. 억지에 가까운 비판입니다. 자기들은 자본주의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범하면서 사회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습니까 정말 강남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옹호한다면 스스로 부동산의 극단적인 폭등 현상을 건전한 가격 형성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김동수/ 경남 진주시 하대동

수능시험의 폐지를 생각한다

이슈추적 ‘수능고사 시효만료’를 읽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수학능력시험을 대수술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생각을 했다. 올 수능시험이 정답시비로 구설수에 오른 채 공신력은 땅에 떨어지고 이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일종의 국가고사인 수능시험이 출제위원 선정 논란과 정답 오류로 신뢰성을 읽고 수험생들을 불안과 초조에 떨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대학 자체의 입시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국가가 일부 개입이나 참여하자는 의도로 치르는 수능시험에 객관성과 공신력이 없다면 엄청난 예산을 들여 헛수고한 모습이 되고 만다. 어떻게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한달간 합숙하면서 심사숙고해 만든 수능시험에서 이처럼 애매모호하거나 오류를 범하는 문제가 나올 수 있을까. 그것도 한두개가 아니고 여러 영역에서 20여개가 정답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니, 이제 공신력은 둘째치고 수능 자체의 존폐 문제가 제기될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사실상 수능시험은 수험생들의 사고력과 이해력, 판단력, 창의력을 테스트해 비교적 괜찮은 입시제도로 여겨져왔는데 갈수록 재수생은 고득점을 얻고 재학생은 득점이 낮아 문제가 되고, 이제 출제과정과 정답마저 시비에 휘말릴 정도라면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차라리 자신이 없다면 대학에 일임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국가고사를 마련해야 한다. - 우정렬/ 부산시 중구 보수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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