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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86호를 보고

488
등록 : 2003-12-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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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 반공의 엇박자

누구나 그랬을지 모르지만,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반공교육은 상당량이 뉴스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감히’ 북한을 넘어간 임수경씨의 외침, 수백명을 죽였다던 김현희씨의 지친 모습 등이 텔레비전 화면에 잡힐 때마다 나오는 아나운서들의 말은 모두 한결같았다. 공산국가와 북한에 대한 열혈 비난이었던 것이다. 텔레비전 속에서 본 이른바 반공분자들이 이 나라를 흔들어놓을 것 같은 조바심에,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신임하였다. 당연히 지금의 나는 변했다. 우리 사회에 반공을 주창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을 이용하는 한심한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변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마치 내가 어딘가 맞지 않은 음악을 연주하고 있나라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송두율 교수의 고뇌도 우리 사회의 반공의 박자를 한참 벗어났다. 사실은 송 교수의 박자를 우리 사회가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잘못된 지휘자로 나서 모든 연주자들을 자기 마음대로 끌고 가는 지금의 사회에서, 송 교수의 박자가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인 것이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한 국회의원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강연 뒤 송두율 교수의 포용 여부를 묻는 학생의 질문에 그 국회의원은 ‘송 교수는 나라를 배신했다. 그리고 자기가 경계인이라고 하는데, 그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대답했다. 분단의 상처를 안은 지식인의 고뇌의 말이 그저 말장난이 되는 나라. 나는 이런 나라의 엇박자 행보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 이주연/ 서울시 노원구 하계1동

강금원 바로 보기

정치면의 ‘부통령 소동 강금원씨 침잠 선언’을 맨 먼저 읽었다. 강금원씨가 내가 근무하는 학교(전주공고) 출신일 뿐 아니라 직접 인사를 나눈 적도 있기 때문이다. 강금원씨는 11월6일 모교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금원씨가 방송과 신문 등 언론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매체 논조가 강금원씨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부통령이라니 실세라니 떠들어대며 노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지닌 사업가에 불과한 듯한 그를 싸잡아 난타했다. 글쎄, 강금원씨가 내놓은 돈이 정치자금법 위반인지, 한나라당 등에서 공격하는 것처럼 특검대상인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가 사업가 신분의 ‘자연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21> 기사는 가급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보도 태도가 돋보여 신뢰가 간다. 노 대통령이나 강금원씨처럼 나 역시 솔직한 성격에 거침없이 ‘달변’을 늘어놓는 바람에 손해를 본 적이 많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 또 한명의 선량한 자연인이 희생되는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도 ‘강금원 사태’는 노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이 땅의 후진적 정치행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한겨레21> 기사는 긍정 및 부정적 측면의 균형감각을 견지함으로써 그런 우울증을 덜어준다. - 장세진/ 전주시 덕진구 송천1동


‘촌스럽다’는 의미에 대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촌스럽다’는 단어의 뜻을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까? 무식, 무지, 시대에 뒤떨어짐 따위가 아닐까? ‘빚더미 농가, 출구를 찾아라’를 읽으면서 문득 ‘촌스럽다’는 단어가 생각났다. 우루과이라운드를 시작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농촌을 말살하고 있다. 이제 농사는 천하의 대본도 아니요,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를 팔기 위한 제물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다. 지금 농촌의 본질적인 문제는 눈에 보이는 빚더미가 아니라 ‘촌스럽다’는 단어의 의미가 말해주듯 우리가 정서적으로 이미 그들을 버렸다는 데 있다.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 죽음의 거처가 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발 농촌을 도시민들이 먹다 남은 것으로 은혜 베푸는 곳으로 생각하지 말라. 생산이 농촌으로부터 시작됨을 명심하지 않으면 농촌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는다. 대농 정책, 농외소득, 부채탕감 방법을 따지기 전에 농촌 인식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촌스럽다’는 의미가 나의 생명의 근원과 참된 위안의 의미로 재해석되지 않는 한 농촌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너무 감상적인 해결 방법인가? - 김동수/ 경남 진주시 하대동

김학민씨와의 아쉬운 이별

사무실로 배달되는 <한겨레21>의 반투명 포장을 뜯자마자 제일 먼저 열어보게 되는 페이지는 ‘김학민의 음식이야기’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을 소개하는 음식 칼럼이란 것이 미식가나 여행이 취미인 사람이 아니면 쉽게 지나치기 쉬운 법인데, ‘김학민의 음식이야기’는 역사와 어원 풀이, 조상들의 지혜와 문화, 그리고 지인들과의 추억담 등 다양한 소재와 깊이 있는 내용으로 날 단골 손님으로 끌어들였다. 늘 단골집에서 영양 만점의 식사를 대접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지막 회를 읽고 ‘음식은 문화이자 생존 문제’라는 두 가지 측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지키고 보존해야 할 문화와 양보하고 나눠야 하는 먹을거리를 모두 잃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회를 읽는데 자꾸만 아쉬운 기분이 든다. 맛있는 반찬이 하나라도 올라 있는 상이라면 기분 좋게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데, 가장 좋아하는 반찬 하나가 빠진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섭섭한 모양이다. - 이정원/ 대전시 유성구 가정동

메이드 인 재팬이 무섭다?

요즘 신문에서 메이드 인 재팬의 부활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80년대 미국에서 일본 제품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을 일컫는 얘기인데, 일본이 다시 한번 그 영광을 찾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근간에 10년 이상의 경기 침체기에서 벗어나 경제대국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얼마 전 삼성이 일본의 소니를 누르고 이제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경쟁하려 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물론 삼성의 끊임없는 발전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소니의 안주도 여기에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본다. 그래서 소니가 이제는 삼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철저한 실리에 입각해 전략적으로 움직이려 하고 있다. 경제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1등의 자리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안심하고 있을 수 없는 게 진리인 것이다. 일본의 경제가 다시 꿈틀대고 있는 현상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남다른 시사를 던져준다. 국내적으로 어려움이 조속히 해결되어 선진국으로 가는 경제, 경기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 김훈/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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