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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85호를 보고

487
등록 : 2003-12-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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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놀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직접 쓴 가상 콩트 ‘유스토피아의 아침’을 읽고 착잡한 마음이다. 한창 놀아야 할 철없는 나이에 하루 일과가 온통 공부뿐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의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한된 공간 속에서 자칫 나쁜 길로 빠질까 염려된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고, 방과후엔 고작 숙제나 하고, 마음 내키면 복습이나 예습 정도였고, 대부분의 시간은 동네 아이들과 추억 쌓기에 바빴다. 언제부턴가 종일 공부 속에 빠져 살아가는 불쌍한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다. 유년시절 추억이란 고작 공부밖에 없을 정도로 다른 추억일랑 찾아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건전한 놀이문화가 정착돼 아이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 인생을 발전시키고 개척해나갈 수 있는 능력개발 위주의 교육방법과 많은 실습 또는 현장학습 위주의 교육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여행은 수업보다 중요하다’는 말에 진정한 교육의 의미가 담긴 것 같다. 공부보다 여행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현명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교육현실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오선옥/ 전북 순창군 동계면

토론문화 정착을 위해

표지이야기를 읽고 우리 사회에 아직도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못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올 초 참여정부가 ‘열린 토론’을 앞세우자, 그동안 침묵하던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하루에도 몇번씩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위나 농성 형태로 발전하는 데는 대다수 국민들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 점을 열린 토론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로 지적한다.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을 망가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토론은 남을 설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설득당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토론은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도 수용하는 포용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물론 토론을 벌이는 사람간에는 서로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되게 마련이어서 자신의 의지를 쉽게 굽히지 않고 상대편이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고 가능한 한 내 편으로 기울도록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그러나 토론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풍부한 식견과 입장만을 내세운다면 결코 우리가 바라는 발전적 상호 타협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토론은 민주주의의 요체이자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방법이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다양한 문제해결책 제시 능력을 가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다시 태어나야겠다. - 손영태/ 부산시 동래구 안락1동


공짜신문을 보는 또 다른 이유

‘공짜신문, 지하철 습격!’을 인상 깊게 읽은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고2인데, 선생님들한테서 신문 읽으라는 소리를 중학교 때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신문을 읽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바쁘고 읽기 귀찮아서 여의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요즘 교실 내에서도 공짜신문이 많이 퍼졌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가져오면, 다른 학생들이 돌려보는 겁니다. 사실 공짜신문의 질을 따지자면, 신문이라기보다는 ‘1일 생활정보지’라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생활정보지같은 신문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 단순히 무료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생활 정보와 단순한 사실을 접하는 것을 오히려 편해하고 선호한다고 생각됩니다.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500원짜리 신문에는 온통 싸우거나 복잡한 기사만 있어 읽기 싫다는 것입니다. 단지 청소년들에게만 있는 현상이라면 괜찮겠지만, 성인들 또한 이러한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문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이 노력하지만, 값어치 있는 기사를 만들 만한 사실들이 많아야 가능한 것이겠죠. 그런 게 없으니 신문이 골치 아픈 시사거리들로 채워지고 사람들은 더 가벼운 흥밋거리를 원하게 되는 걸 테지요. 어떤 신문이건, 기사가 값어치 있나를 따지기 앞서서, 값어치 있는 기사가 나올 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민지/ 서울시 금천구 독산4동

미스터 굴람을 생각하며

‘주검이 되어 한국에 남으리!’라는 기사가 너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에는 정기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한분이 오셨습니다. 이름은 굴람.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용자 현황 적는 곳에 ‘굴.람.’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꾹꾹 눌러 적고는 컴퓨터에 앉습니다. 뭐하시는지 여쭤봤더니 컴퓨터 공부를 하신다더군요. 아래한글이나 MS-Offic 등을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 이후 말입니다. 이들이 파란 눈에 흰 피부, 밝은 색 머리칼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면 정부에서 과연 이렇게 했을까요? 영어나 가르치며 쉽게 돈 벌고 가는 백인들과는 달리 손톱 밑이 시커멓게 되고 심지어 믿을 것은 건강한 육신뿐이지만 그조차 위협받는 생산 현장에서 한국의 경제에, 중소기업에 크나큰 힘이 되어주는 그들 아니겠습니까? 너무 갑작스러운 조치로 인해 더 이상 슬퍼하며 고통받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길 바랍니다. 굴람, 그분이 지금 어디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이 추운 겨울, 타국에서 겪는 차가운 현실에 무너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고수영/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교육부의 정보인권 망각

‘교육부 야망 NEIS 천하’를 읽고 어떻게 가장 민주적이고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부가 이런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개인의 정보를 함부로 수집하는 것은 사생활과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강행의 문제는 청소년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권력기관은 학생들의 동의나 허락도 없이 정보를 마음대로 가져가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행정편의를 위해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정보인권 침해이자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 아닌가. 교육부는 지난번 감사원장 후보 임명동의안 처리 당시 감사원장 후보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를 제공해 정보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데 이어, 이번에도 정보인권에 대한 불감증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교육부가 이러고도 NEIS를 강행하면서 ‘안전한 정보관리’를 말하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도 없다고 본다. 교육부에 학생의 신상정보를 맡기느니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게 낫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한다. 결국 NEIS를 실행하려면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가 필요하고, 개인정보를 다루는 모든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해 하루빨리 정보인권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교육부는 정보인권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하며,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도 아랑곳 없이 개인정보를 소홀히 취급한 당사자에 대해서는 당장 문책을 단행해 정보인권의 경종을 울려야 한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나 법원의 결정도 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음에도 행정편의만 주장하며 강행하는 것은 아직도 권위적, 관료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잔재가 남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우향화/ 부산시 사하구 신평2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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