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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84호를 보고

486
등록 : 2003-11-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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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가 남긴 것

이번호 문화면을 흥미롭게 보았다. 1999년부터 올해까지 무수한 말들을 뿌린 영화 <매트릭스>가 완결되었다. 처음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접했을 때는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았지만 이제는 너무 가식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액션신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감각적인 면을 불러일으켰다고만 보았는데 그 속에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2편과 3편에서는 관객들의 욕구를 채워주고자 너무 과장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분명 <매트릭스>는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을 일으켰지만, 어디까지나 영화 그 자체로 여겨야 할 것이다.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사람과 기계 사이에서의 철학을 담고 있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과연 1편보다 나은 속편이 있을까 하는 평범한 질문을 던져본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과 함께 교훈을 주어야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매트릭스>가 단지 액션영화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는 액션영화에서 더욱 진보해서 관객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만들어준 업그레이드된 영화라는 점이다. <매트릭스>를 계기로 관객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남겨줄 수 있는 한층 발전되고 새로운 장르의 영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 박지용/ 서울시 관악구 신림5동



신뢰받는 검찰을 위하여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얼마 전 친구한테서 농담조로 “나중에 고시 되더라도 검사는 절대 하지 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비단 이 친구만이 아니더라도 검찰에 대한 일반의 불신은 깊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번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는데 나는 그 말을 그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과거 그는 자신의 말처럼 검찰 선배를 구속시킨 전력이 있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자신의 조직에 메스를 들이댈 줄 알았던 그가, 지금에 와서 또 다른 자신의 조직의 환부를 도려내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대선자금 수사를 계기로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아닌 진정한 공익의 수호자로 거듭나기를 빌어본다. 기사에 대해 한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기사에서는 수사판사제도, 예비구금제도 등 이탈리아 사법제도를 소개하면서 ‘마니풀리테의 수사결과가 이탈리아 사법 체계에 기댄 측면이 크다’며 다소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기사에서 소개한 제도들은 인권보장의 측면에서 상당히 위험한 제도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만일 이번 기사가 정치권의 비리 기사가 아니라 일반범죄 기사였더라도 이처럼 호의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수사의 방법에서 이탈리아식으로 ‘일단 잡아넣지’ 않고 피의자의 동의와 승낙을 얻어서 하는 이른바 ‘임의수사’를 원칙으로 하는데 이것이 ‘돈 없고 백 없는’ 일반 범죄자들에게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재벌이나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잘 지켜지다 못해 악용된 것이 문제이지 그 자체로서는 지켜나갈 가치가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어떤 제도를 평가함에 있어 제도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 이준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9동



제대로 하라, 정치개혁

표지이야기 중 ‘정치권 제정신인가’라는 기사는 일반 국민보다는 정치인들이 필독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여론과 대선자금 비리로 궁지에 몰린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정치개혁 방안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 제안들은 정치인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면서 국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국면전환용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선거구제, 의원정수, 비례대표제, 지구당, 정치자금과 관련된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의 목소리는 도외시한 채 완전선거공영제와 법인세 1% 정치자금화 등을 통해 ‘꿩먹고 알먹으려는’ 심산인 듯하다. 오죽하면 국회의원들도 지방자치단체장과 마찬가지로 3회로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자는 말이 나오겠는가. 지금이 정치개혁을 이끌어 우리 정치 수준을 선진화할 호기라는 데 정치인 모두 공감하고, 학계·언론계·여성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정치권 내·외부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이번 대선자금 비리에 대한 치우침 없는 전면 수사를 통해 한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겠고, 국민들은 검찰수사와 정치개혁 과정을 냉정하게 감시하고 그 결과에 대해 준엄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 정상현/ 서울시 성북구 종암1동



비평준화? 이제 그만 좀 하자

경북 포항은 비평준화 지역입니다. 비평준화 지역이라 사교육이 덜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렇게 사교육이 판치기 전에도 포항에는 사교육이 심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돈이 들어도 공부를 시키는 게 낫다고 여기니까요. 포항에 있을 때 내가 가르친 아이는 불행히 공부를 잘 못해 좋은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는 자기 학교의 교복을 입지 않고 가방에 넣어가 학교 문방구에서 갈아입었습니다. 부끄러움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조카는 다행히 포항 명문고에 갔습니다. 사립 중학교를 다녔는데 그 학교 재단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재단의 고등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작업합니다. 어떤 중3 선생님은 한달 동안이나 어느 학생 집으로 퇴근해서 부모를 설득했다더라 식의 말들이 떠돕니다. “왜 평준화가 안 돼서 이 고생이야” 하던 언니는 이제 평준화 반대 모임에 참석합니다. 평준화가 되면 명문고에 다니는 아이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조카의 학교 학부모들이 거의 참석한답니다. 특목고에서 그쳐야 합니다. 이제 겨우 자리가 잡힌 평준화를 흔들어 아이들의 어깨에 소금 보따리를 얹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도시에서 명문고(그래봐야 네다섯개의 학교 중 가장 점수가 높은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과 좌절은 겪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앞집 친구와 내 교복의 색이 다를 때 참아내야 할 부끄러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이들은 창문 위 하늘을 꿈꾸며 날아오르는 겁니다. - 김혜영/ 대전시 서구 괴정동



여성 과학자에게 길을 열어라

과학면 ‘과학의 남성성을 지우련다’를 읽고 학창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여고를 다녔는데 그때 이과반으로 간 학생은 극소수였습니다. 적은 수에서 내신을 잘 받으려면 문과반보다 경쟁이 심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과로 가는 학생들은 그만큼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저는 그들을 보며 ‘저렇게 똑똑한 아이들이니 이공계로 진학해도 취업이 잘되겠지’ 하며 막연히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이번호를 읽고 깨지게 되었습니다. 기자가 지적한 대로 저 역시 ‘다른 직종과 달리 성별보다 능력에 따라 채용·평가될 것이라는 통념’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여성의 인권이 생명공학 같은 첨단분야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현실은 섬뜩하기조차 합니다. 이런 점은 기술이 ‘비인간적’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시각이 과학기술을 통제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과학 영역 내 여성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 과학자를 많이 배출하면 될 거라는 생각만으로는 안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은 이성·객관성·정신의 영역이고 여성은 감성·주관성·자연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과학은 남성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즉, 여학생의 이공계 진학률이나 여성 과학자들의 취업률이 아무리 높을지라도 그들 역시 기성교육에 의해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다면 과학은 여전히 또 다른 인권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면은 평상시 좀 어렵게 느껴져서 후다닥 읽고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혼란스러운 제 생각을 정리하느라 꼼꼼히 읽게 되었습니다. - 이유선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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