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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83호를 보고

485
등록 : 2003-11-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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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기 힘든 세상

‘덜 받으면 살려주마’라는 제목부터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기사를 읽으면서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던 한 주부의 편지가 생각났다. 남편이 회사쪽의 퇴직 종용으로 다니던 회사를 나오게 되었고 40대의 나이나 상황이나 재취업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40대면 한창 자식들 교육이다 뭐다 해서 돈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데. 편지를 쓴 주부의 마지막 멘트가 인상 깊어서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제 소원은 다른 게 아니고 평범하게 사는 거예요. 남편이 돈 벌어다주는 걸로 자식들과 소박하지만 만족한 삶을 살고 싶은데,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은 몰랐어요.” 방송 보도나 이렇게 저렇게 주워들은 지식에 비추어보면 임금피크제의 도입 필요성은 충분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연공임금제로는 무한경쟁 시대인 오늘날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리고 기업이 존재하려면 이익을 내야 하니까. 그러나 아무리 이윤추구나 효율성이 강조되는 기업이라도 고용창출에 신경써야 한다. 평균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35살 정년이나 오륙도라는 말이 통용되는 요즘은 살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55~57살의 정년은 너무 짧다. 기사에 나온 스웨덴이나 일본의 경우가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뛰어난 사람도 많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실업으로 인해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바람이 짓밟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 정인상/ 서울시 강서구 화곡3동



50대에게 연금 대신 임금을

인구 고령화 현상, 노후 대책으로 사회복지제도 마련.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배운 내용들이다. 그러나 고령 근로자의 갑작스런 은퇴가 문제화되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고령 인구를 위한 진정한 사회복지제도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50대가 정말로 원하는 노후대책 제도는 놀면서도 타 먹을 수 있는 연금이 아니라 그들의 능력으로 번 임금이 아닐까 하고.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노령 인구가 증가한 시대에 50대는 일할 나이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일할 수 있는 근로자를 실업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기회비용에 어긋나는 행위다. 고령자 고용연장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한국식 임금피크제는 이렇듯 그 허실이 분명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이다. 또 하나의 모순된 점은 일반회사에서는 50대를 찾기 힘든 반면 정부 주요 인사나 공공기관의 고위 공무원들이 거의 50대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분명 똑같은 50대인데 한쪽은 아주 유능한 사람으로 대접받아 고소득을 올리는 반면 다른 한쪽은 임금을 줄여가면서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자 임금피크제에서 고려되어야 할 또 하나의 사항이다. 능력 위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반론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모순점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지혜연/ 경북 포항시 대흥동




정겨운 아파트는 없을까

특집 ‘꿈의 아파트여! 죽은 아파트여!’를 인상 깊게 읽었다. 몇년 전 아파트 주거인구가 일반주택 인구를 상회한다는 보도를 접한 일이 있다. 한정된 공간 속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비애이든, 편리한 주거공간의 창조이든 아파트는 우리사회의 생활양식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때면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가도 이내 무주공산의 적막함으로 변해버리는 이 야누스적 공간에서 살다보면, 문득 시골집 나즈막한 담장 너머로 손수 부친 전을 주고받던 넉넉한 정이 그리워진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못 본 체하는 인정의 메마름은 비단 아파트라는 주거환경 때문에 생긴 일이라기보다는 현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적 피폐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된 주거공간의 제약 속에서도 이웃간의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여러모로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CF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하고 안락한 주거공간으로서의 아파트가 연출될 수 있을 것이다. - 유재범/ 대전시 중구 문화1동



기적의 도서관, 아이들의 희망

문화면 ‘우리는 숨쉬는 도서관에 간다’를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신문을 볼 때도 인터넷에 들어가 대충 훑어보고, 책을 고를 때도 인터넷 속의 줄거리를 먼저 읽어보는 게 요즘 세상이다. 컴퓨터 화면이 잘 뜨지 않을 때도 엔터 키를 누르고 마우스를 계속 움직이는,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전남 순천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으로 생기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에 내 작은 소망을 담아본다. 항상 뭔가에 쫓기듯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어린이들에게 책장 넘기는 맛을 알게 해줬으면 좋겠다. 책을 첫장부터 읽어 마지막 장을 읽고 난 뒤, 생각이 달라지고 더 넓어진다는 느낌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 것이 시간낭비가 아니며, 빠른 것만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님을 어릴 때부터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기적의 도서관’이 한순간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한번 뜨거운 관심을 가졌다가 방송에서 다루지 않으면 흐지부지 끝나는 일이 없어야겠다.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그들의 아이들에게 지금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은 지금부터 어른들이 해야 한다. - 도은정/ 대구시 북구 검단동



이라크의 진실을 말하자

피터 아넷의 글이 처음 연재될 때부터 이번호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잘 보았습니다. 먼 이국땅의 일이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그곳에서 땀 흘리며 재건에 힘쓰고, 피 흘리며 치안을 유지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다른 기사보다 먼저 눈이 갑니다. 처음 우리나라가 비전투병을 이라크에 파병하려 할 때, 군사적·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며 찬성에 한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보내게 될 파병에 대해서도 전투병이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도 이라크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분노는 식을 줄 모르고, 이제는 미국뿐만이 아닌 이라크에 파병된 미국의 동맹국들까지 피해 입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피터 아넷이 말하는 바그다드는 그동안 미국의 힘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진실들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 저의 생각을 바꾸는 데 더욱 일조했습니다. 미국이 떠벌렸던 인류에 해가 되는 대량살상무기도, 이라크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한다던 사담 후세인도 이제는 없는 이라크. 그곳에서 99%가 ‘옳다’고 말할 때 ‘아니다’라고 말하는 1% 속의 한 사람이었던 피터 아넷처럼 <한겨레21> 기자들도 계속해서 당당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길 바랍니다. - 박지성



비겁하다 가압류

이슈추적 ‘가압류에 죽거나 말거나’를 인상 깊게 읽었다. 가압류라는 극약 조치는 정말 노동자들에게 가해서는 안 될 가장 비겁한 방법으로 당장 폐지돼야 한다. 회사가 분식회계로 비자금을 만들어 빼돌리고 그 때문에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며 물러난 경우도 있는데, 그때 회사쪽은 직원들에게 감량경영만을 요구하며 보너스를 삭감하는 등 ‘돈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노조가 악덕 기업주를 고발하고 단식과 파업으로 단체행동에 돌입하자, 회사쪽은 영업방해라며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소와 가압류로 노조를 압박하고 탄압했다. 이러니 아무리 간 큰 노동자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내 가정과 처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악덕 회사의 불법에 대항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란 단체행동밖에 없는데 회사가 이에 손배소로 압박을 가한다면 노동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임금은 물론이고, 살고 있는 집과 자동차 보험료까지 가압류되는데다 입사 신원보증을 선 부모나 친척에게까지 가압류가 들어가기는 건 신판 연좌제가 아닌가. 결국 회사쪽이 근로자에게 손배소와 가압류에 나서는 것은 손해배상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대부분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기 위해서다.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사협상이 타결된 뒤엔 회사쪽이 걸었던 가압류와 손배소를 거의 다 취하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 최남이/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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