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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쓰레기 좀 제대로 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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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1-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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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이충훈씨

캠퍼스 쓰레기통에는 재활용품이 반 이상이나 들어 있다. 도대체 왜 대학생들이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가. 왜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하는가.

이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대학생이 있다.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 이충훈(20)씨. 결국 그는 지난 여름 ‘미추21’이라는 대학 내 환경정화 자원봉사단을 결성하고 ‘활동가’로 변신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자원봉사단들과 함께 검은 옷을 입은 ‘악마’로 분장하고 학내를 돌아다니며 분리수거 안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너 분리수거 했니?”라고 큰소리로 물어 학교를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가 미추21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현재 이 단체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같은 과 친구와의 만남과 환경운동연합에서의 자원봉사 경험 탓이다.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봉사요원들은 거의 대부분 환경운동연합에서 자원봉사하며 만난 사람들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공이 크죠. 사실은요, 그 친구가 제 애인이에요.”

미추21은 대학 내 환경실태보고서를 작성한 것을 시작으로 분리수거 홍보, 재활용품 수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쓰레기를 뒤지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재활용품의 수익금을 모아 이번 학기부터 가난한 학생에게 환경장학금을 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자원봉사요원들의 활동을 알려달라고 <한겨레21>에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와 <한겨레21>의 인연은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어졌다. 영자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잡지를 접하게 됐고, 신문사 활동을 그만두고 나서도 계속 정기구독을 해오고 있다. 처음 볼 때부터 다른 시사잡지보다 진보적이고 유익한 기사들이 많이 실리는 것에 반했다고 한다. 전공이 사회복지학인 만큼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330호의 빈부격차를 다룬 표지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였다고. 딱딱한 경제문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그늘진 빈곤의 문제를 비춘 것이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한겨레21>에 바라는 점도 많다. 특히 아버지가 경북 의성에서 과수원을 하기 때문에 농촌문제를 실감있게 다루는 기사가 많았으면 한다. “추석 대목에 도시사람들은 과일값이 비싸다고 난리였지만, 정작 농촌에서는 헐값으로 과일을 넘겼는걸요. 왜 그런 현상이 빚어지는지….”

그가 사회복지학과를 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공이다. 어릴 적부터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TV 프로만 봐도 눈물을 흘릴 만큼 마음이 여린 어머니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이 관심이 그에게로 ‘전염’됐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그 나이 또래답지 않은 조숙한 생각으로 사회복지학과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별로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잘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애정이 가는 학문이에요. 앞으로 복지와 환경의 접점을 찾는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요.”


졸업을 하면 <한겨레21>같은 진보적인 잡지에서 사회복지 전문기자를 하고 싶다는 이씨. 그가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학생들이 쓰레기통에 재활용되는 자원을 그냥 버리고 있을 겁니다. 제발 한번만이라도 더 생각해서 분리수거합시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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