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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82호를 보고

484
등록 : 2003-11-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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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류와 노동자의 죽음

특집 ‘가압류, 그것은 살인무기’는 최근 들어 노동자들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기업주의 가압류·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시점에서 과연 가압류가 얼마나 노동자들의 삶과 자존심을 죽이는지를 보여준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올 1월 두산중공업 노조 대의원 배달호씨가 분신자살한 지 아홉달 만에 다시 한진중공업의 김주익 지회장이 대형 크레인에서 129일간 농성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회사쪽의 불성실한 임·단협 태도와 연이은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조치야말로 노동자들의 마지막 생계수단마저 말살하는 가장 악랄한 처사임에 항의해 아까운 생명까지 던져버렸다. 노사분규의 원인은 대부분 회사쪽에 있음에도 회사쪽은 노조에서 파업이나 태업을 하면 과거에는 하지 않던 손해배상과 재산과 임금의 가압류까지 해버렸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부산지역에서 상반기 매출 1위, 순이익 2위를 달릴 정도로 경영상태가 아주 좋았음에도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묵살하며 이런 악랄한 조치를 취해왔다. 최근 노사가 극한 대립하는 개별 사업장을 보면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로 강력한 노동탄압을 가함으로써 노동생존권까지 박탈하려 하고 있다. 정부도 상당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데, 노사간 대립이 자칫 손해배상 소송이나 재산 가압류 조처 등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행정지도와 법적·제도적 규제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자살이나 분신행위를 저지를지 모른다. - 장삼동/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공교육부터 개혁하라

이번에 수능을 본 고3 학생입니다. 이번과 지난해 수능결과를 보면 재학생보다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곳곳에서는 암기 위주의 공부를 한 재학생보다 사고력 위주의 공부를 한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수능이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위기로 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하지만 수능이 공교육을 망치는 것에 중점을 둘 게 아니라 공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듯합니다. 학생의 지식만을 체크하고 성적을 내는 암기 위주의 공부보다는 학생의 지식과 사고력을 체크하는 수능이 더 나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수생과 재학생과의 차이를 좁히는 방법은 공교육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학생의 창의력이나 개성을 개발하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참교육을 전승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을 비판만 하고 또 그대로 가기보다는 진실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준영/ 전남 광양시 금호동




우리도 콘돔과 성교육을 생각하자

시대가 빠른 속도로 가는 것처럼 인간의 몸도 그에 맞춰 나아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면 초경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점점 빨라지는 변화와 더불어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망가지고 있습니다. 자아라는 존재를 생각하기에 앞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임신과 함께 낙태라는 엄청난 일이 생기곤 합니다. 움직이는 세계에서 베를린시가 교내에 콘돔자판기 설치를 결정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성에 대해 올바른 대책을 세워나가고 있는 독일 사회가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이처럼 이제는 성인의 나이에 맞춰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보수적인 생각으로 굳어져버렸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고교의 결정을 비판하는 가톨릭 교구의 주장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라는 우리 속담과 딱 들어맞습니다. 콘돔자판기 설치로 인해 성경험이 없는 학생들까지 성관계를 어떤 의무사항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걱정이 아닐까요? 단지 콘돔자판기를 설치만 하고 내버려둔다면 가톨릭 교구의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지만, 콘돔자판기 설치와 함께 성교육 대상이 초등학생으로 확대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우리도 이제는 성교육과 함께 무모하게 이루어지는 낙태와 임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 아이가 자신들보다 일찍 성숙해진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양혜공/ 광주시 북구 문흥동



군대가 선사한 악몽

논단 ‘동생의 악몽’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1987년 5월부터 1989년 9월까지 서울 근교의 부대에서 군복무를 했습니다. 제가 근무한 부대는 특수한 성격을 지닌 부대로 내곽과 외곽으로 구분되었습니다. 저는 부대 외곽을 경비하는 경비부대에 근무하였습니다. 초소에 선임자와 후임자가 동시에 투입되기 때문에 구타사건이 심했습니다. 제가 당한 구타 중 하나는, 고참이 잠시 경계지역을 이탈해 라면을 먹고(경계 부대는 24시간 근무만 하기 때문에 밤 10시경에 라면을 먹습니다) 다시 초소로 돌아올 때 제가 경계의 생명인 피아를 구분하는 암구호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뒤 약 50대 이상을 몽둥이로 맞았습니다.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고참의 이름은 생생합니다. 몽둥이로 맞는 순간은 사실 아프다는 것 외에는 별 느낌이 없습니다. 하지만 맞은 뒤엔 생명을 끊고 싶은 충동이 심연에서 솟구쳐올라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통제를 하지만 어떤 이들은 결국 하나뿐인 생명을 끊어버립니다. 하지만 절제한 사람들도, 죽음을 택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는 남습니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지만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제 사람의 가장 근본인 존엄성을 해하는 폭력은 반드시 군대 안에서 근절시켜야 합니다. - 김동수/ 경남 진주시 하대동



씁쓸한 화교학교 열풍

수능이 끝나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수험생들의 자살 소식은 해가 거듭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아이들의 자살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리 공교육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몇년 뒤에 아이들을 가르칠 꿈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예비교사로서 교육 관련 기사는 의도적으로라도 꼼꼼히 읽으려고 한다. 그것이 나중에 나에게 교육받을 아이들에 대한 예의인 것만 같아서다. ‘맹모, 이번엔 화교학교로?’의 기사 역시, 우리 교육의 한 단면이기에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기사를 읽었다. 입시 위주의 공교육으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을 피해 차라리 화교학교를 선택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것의 일차적 책임은 공교육에 있다. 그러나 기사에서 다뤘듯이 화교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선택받은 소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서민들은 그저 공교육의 정책대로 자식을 교육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 만큼 ‘화교학교 바람’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위화감 조성을 짚고 넘어갔더라면 이 기사를 읽는 다수의 서민들은 덜 씁쓸했을 것이다. 입시 위주의 공교육 뼈대를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교육과정을 바꾼들 맹모들의 이사는 몇번이고 계속될 것이며 수능이 끝난 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의 행진도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 - 김수경/ 부산시 남구 감만1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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