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성공회 서울대성당 최상석 신부
‘신부님’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온화한 미소, 점잖은 말투, 흐트러짐 없는 자세. 어렵게 약속을 잡고 밤 9시경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답답한 보좌신부실에 들어섰을 때 그 ‘전형적인’ 신부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공회 서울대성당의 최상석(41) 신부는 공대생 출신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태어난 그의 어릴 적 꿈은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으나, 대학은 취업이 잘된다는 공대를 택했다. 군사정권기의 암울한 대학 시절 그는 인간보단 산이 좋았다. 입학한 뒤 몇달 동안 사회과학 서적을 뒤적이며 현실에 대한 고민도 해보았으나 암벽등반의 매력에 빠진 뒤부터는 4년 내내 전국의 산을 찾아 돌아다녔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그의 관심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자연과학보다는 사람을 다루는 신학에 매력을 느꼈고, 신학대학에 편입한 뒤 신부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에 후회는 없다. 애지중지하던 막내아들이 신부가 된다는 말에 기가 막혀 했던 어머니도 지금은 매주 성당에 나오는 독실한 신자가 됐다. “신학은 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학문이죠. 누구나 인간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만 있다면 이 길을 걸을 수 있어요.”
<한겨레21> 창간독자인 최 신부는 균형있고 치열한 비판의식이 담긴 기사들이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정기구독을 해오고 있다. 성당에서 구독하는 유일한 시사주간지도 <한겨레21>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드러운 모습을 보고 몇주 전 ‘다른 김정일’이라는 표지기사를 떠올리며 날카로운 예측력에 감탄했다고 한다. 또한 베트남의 양민학살 보도도 매우 인상깊게 읽은 기사다. 한국 군인이 양민을 몇명이나 죽였느냐를 떠나서 모든 전쟁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읽고 있다. 잡지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건강한 가정’을 위한 기사들을 많이 실어 줬으면 하는 것이다.
최 신부가 최근 관심을 갖는 분야는 환경이다. 신학을 하면서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모순들을 생각해 보았다. 계급간 갈등, 정치부패, 남녀간의 모순 등.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해결책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환경’임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해방, 여성, 민중신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 생태신학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현재 성당에서의 업무도 환경문제를 연구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일이다. 그는 앞으로 신앙으로 하나되는 생태공동체를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 성공회는 신부의 결혼을 허용한다. 돌아오는 길에 최 신부 부부와 두 자녀, 그리고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신앙인들의 공동체에 언제나 <한겨레21>이 함께 하기를 작은 목소리로 기도해 보았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