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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74호를 보고

476
등록 : 2003-09-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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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이 놀랍다

이번호 박노자의 세계와 한국을 읽고 놀랐다. 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에너지 천국에서 겪는 국민들의 고통이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기 나라의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했을까.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투르크메니스탄의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새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는가. 대통령의 비리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전직 대통령들의 비리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지 않은가. 어찌 보면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그들을 불쌍히 본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기사를 보면서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일이라도 제시했다면 그들의 고통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 무명/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핸드라이팅의 추억

고등학교에서 작문을 가르치는 교사인 나에게 핸드라이팅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기에 표지이야기를 관심 있게 읽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좇아 일주일에 4시간이라는 작문시간을 선택한 아이들이지만 컴퓨터에 의존하는 글쓰기는 지금까지도 큰 유혹이다. 기사에도 등장했던 귀여니 소설에 열광하고 즉각적인 감정 표현과 컴퓨터 글쓰기의 리듬에 익숙한 아이들이 하얀 공책을 앞에 두고 생각의 여백을 채우기란 남은 공책의 매수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 필기도구의 흔적을 손가락에 묻히는 것이 어색한 일이 되었음은 나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큰 자극이 되었다. 처음에는 단 한줄, 한 단어를 쓰는 것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매 시간 적어나간 그들의 생각과 느낌을 훑어보는 재미는 세상 어느 연애담보다도 뭉클하다. 개성을 풍기는 저마다 다른 얼굴의 글씨체에는 쉬는 시간의 왁자한 웃음소리, 체육시간에 높이 솟은 공을 따라 흐르던 땀방울의 모습까지 보이기도 한다. 매 시간,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훈련을 받는 우리 아이들은 점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는 생각을 틀에 맞추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나는 작문수업만큼은 정답이라는 말 대신 생각이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많이 쓴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책장을 몇장 넘기고 지나가는 그 자리에 연필이나 볼펜이 내는 사각사각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언젠가는 ‘핸드라이팅’이 클래식한 취미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자의 말처럼 그 때에도 이 구식 취미에 열광하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대형 전지 위에 이라크 파병 반대와 평화를 위한 대자보를 쓰고, 연극대본을 쓰고, 지구를 바꾸기 위한 여행계획서를 쓰던 핸드라이팅의 추억이 그들의 먼 미래에 즐겁게 간직될 수 있길 기대한다. - 김언동/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고마운 고집쟁이들

우리 사회에는 가끔씩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평생 김밥장사를 하면서 모은 거액의 재산을 장학회로 기증하는 노인, 포상금으로 받은 돈을 주저없이 고아원에 기탁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만큼이나 우리 시선을 끄는 것은 고집스럽게 자신이 살아온 생활을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이번호에 소개된 국산콩두부를 만드는 함정희씨 같은 고집쟁이들이 참 고맙다. 모두가 쉽게 가려는 길을 자신만이 어렵게 간다는 것이 쉽지도 않고 상당히 고달프다는 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는 ‘함씨네’에 가서 유전자변형 콩이 아닌 정말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를 사봐야겠다. - 한상대


호주제, 단계적 수정을

이번호 ‘호주제 폐지를 통과시켜라’를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날 가족제도는 엄청난 변화를 겪으며 급격히 해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간의 최소한의 유대감을 이어주는 것 중의 하나가 호주제도다. 호주제가 많은 폐단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회분열을 가져오는 등 큰 진통을 겪으면서까지 굳이 폐지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호주제는 지금의 사회화 추세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쇠퇴할 제도 중의 하나라고 보여진다.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적인 논란거리는 입양과 관련해서 파생하는 문제들과 법조항에 남녀평등이 실현되는가이다. 여기에 대해서 나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계적 수정론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입양, 부모의 재혼 등으로 인한 자녀의 성씨 문제는 친양자제도의 도입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고, 우리 가족법상 자녀와 관련한 사항에서는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 원리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미성년자가 본인의 의사가 아닌 다른 요인(부모의 의지 등)으로 인해 성씨를 변경하는 것은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가족법상 남녀평등의 실현 문제는 표면적인 법조항의 문구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회인식의 변화가 더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호주제의 폐지와 유지 둘 다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흑백논리에 의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보다는 시대 흐름에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의식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 황영미/ 서울시 관악구 신림9동


헌법이 허용한 거부권

김두관 행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 의결을 통과했다. 이제 해임건의안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을 통과시킨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의회 정치를 무시하는 처사로 간주하고 강력 대응을 다짐하고 있으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들은 해임건의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며 해임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해임안 거부에 대한 전례가 없어 이에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국회의 장관 해임 건의는 이번이 5번째다. 지난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까지 4번의 해임 건의는 모두 받아들여졌다. 해임건의안의 강제성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논란이 되는 것은, 지난 국정원장 인사 청문회 결과 부적격 판정에 대한 강제성 여부를 떠올리게 한다. 중요한 것은 지난 3번의 해임건의 때에는 건의안을 정부가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있었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항이 헌법에 명시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단지 “건의할 수 있다”라는 문구만 남은 셈이다. 그러므로 지난 3번의 해임 건의 때에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인정치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취지였다면 구태여 헌법의 문구를 고치지 않았을 테니, 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이 현행 헌법의 취지일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해임건의안 거부에 대한 정치적 책임만 지면 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국회가 모든 장관들의 해임을 강제하는 것은 대통령의 기본적인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국회와 정부의 균형이라기보다는 국회의 월권이라는 느낌에 가깝다. 민주주의 사회는 법치주의 원칙을 따른다. 법치주의에 대한 원론적인 강조를 생략하더라도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장관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처럼(비록 야당 단독이긴 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헌법을 수정하면 될 것이다. - 이상현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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