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직접 본 것은 딱 한번뿐이다. 지난해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번개모임에 나갔다가 뒤풀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 띠동갑이란 사실을 알고 우습게도 동지의식을 느꼈고, <한겨레21> 독자라는 이유만으로 의기투합했다.
“논조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겨레21>이 생존의 도박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잘못하다가는 기존의 지지기반마저 이탈할까 우려됩니다.” 처음부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독설에서 <한겨레21>에 대한 애증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독자를 인터뷰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겨레21> 독자들만큼 다양한 이력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도연(8), 내은(3) 귀여운 두 공주의 아빠인 박옥균(38)씨는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2년 교편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한통 하이텔(현 KTH), 한국기원, (주)우리교육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했고, 지금은 (주)하다씨앤씨(리더스가이드) 대표이사로 있는 벤처사업가다.
알아보니 그가 운영하는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는 지난해 야후에서 ‘BEST OF BEST’ 사이트 후보로 올라 2등까지 했던 시쳇말로 ‘인기짱’인 사이트다. 책읽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양질의 신간도서를 무료로 제공해주는(물론 서평을 쓴다는 조건 아닌 조건이 있지만) 사업을 기획하였다. 양질의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과 기준을 제공해주기 위해서다.
“책이나 잡지는 인터넷과 방송에서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없어질 것이라고는 섣불리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터넷의 장점들을 최대한 흡수하였으면 합니다. <한겨레21>이 취재기사를 쓸 때 한번의 기획기사로 멈추지 말고 지속적인 후속기사가 나갔으면 합니다. 콘텐츠 공급 중심에서 나아가 쌍방향의 요소를 도입했으면 하는 겁니다. 나간 기사에 대한 토의를 붙이고 이를 지면에 주기적으로 게재하여 하나의 담론으로 발전하고 건전한 대안이 형성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겨레 온라인의 토론실이 지면으로도 중계되면 상호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그동안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겨레21>이 나아갈 길도 제시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처음으로 내용을 다 실어주지 못하는 한계를 답답하게 만든, 할 말 많은 남자 박옥균씨는 끝으로 “<한겨레21>은 다른 잡지에 비해 영향력이나 내용의 충실도에서 좋다고 생각한다”며 ‘립서비스’가 아닌 격려도 잊지 않았다.
최일우 | 6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