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경북 지례중학교 구성분교 하혜경 교사
“<한겨레21>의 열렬한 팬인 제 아내를 이주의 독자로 추천합니다. 제 아내는 경북 김천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 중학교 분교의 사회교사랍니다. 항상 하루하루를 가난한 시골학생들과 씨름하면서 바쁘게 지내면서도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한 비판의 끈은 놓지 않고 살지요. 이주의 독자에 제 아내가 나가면 저나 제 아내에게나 참 큰 영광일 겁니다.” 이메일을 확인하자마자 구성분교로 전화를 걸었다. “아휴, 저 안 할래요. 어제 남편한테도 괜한 짓했다고 면박을 줬는데.” 부끄러운지 계속 인터뷰를 고사하는 하혜경(37) 교사를 겨우 설득시켜 취재약속을 잡았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고생하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메일을 보낸 남편 고태진(37)씨의 얼굴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하씨는 2년 전 남편에게 ‘<한겨레21> 정기구독권’이라는 특이한 생일선물을 했다. 동료교사에게 잡지를 빌려보며 사회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던 그는 남편의 생일선물과 정기구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벌써 2년째 남편에게 정기구독권을 선물하며, 남편보다 더 열심히 잡지를 읽고 있다고 한다.
그가 근무하고 잇는 구성분교는 김천시에서 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원래는 ‘구성중학교’라는 정식이름을 가진 본교였으나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지례중학교의 분교가 되었다. 전교생이 40명 정도인 아담한 학교이다. 여러모로 환경이 열악한 시골학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 가장 힘들 때는 학생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달래줄 방법이 없을 때이다. 구성분교의 학생들은 도시학생들을 만나면 일단 주눅부터 든다고 한다. 집에 컴퓨터가 있는 학생이 절반도 안 된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도시위주의 교육정책이 원망스럽지만 아직은 교사업무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학교주변 경치가 좋고, 물과 공기가 맑아 도시학교와 같은 딱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한가위 퀴즈 큰잔치 문제가 나왔을 때는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복사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풀어보라고 했죠. 나중에 경품으로 차를 받으면 다 태워준다고 약속했는걸요.” 결국 당첨은 되지 못했지만 그날 칠판에 수학문제를 풀어주면서 유용한 교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는 <한겨레21>에 실리는 대부분의 기사에 만족하는 편이다. “하나를 읽더라도 뭔가 느낄 수 있는 기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박노자의 북유럽 통신’은 노르웨이 시민들의 공익정신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보게 하는 좋은 기사란다.
‘이주의 독자’에 나간다고 하자 초등학생인 하씨의 큰아들 고은산군이 몇번이나 전화를 해서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고 한다. “엄마가 대강대강 얘기하면 기자님이 아주 멋있게 만들어 줄 테니 걱정마세요.” 이 기사가 제발 고은산군의 마음에 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