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어린이, 이 사회의 야만
표지이야기 ‘죽음이 드리운 그늘진 동심’을 읽고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마음이 너무도 아팠습니다. 가난한 부모를 만난 탓에 영문도 모른 채 죽음으로 내몰리는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이 뜨끈해졌습니다. 가난해도 온 식구가 오순도순 정답게 살 수 있었던 가족의 모습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IMF 이후 더욱 허술해진 사회보장제도는 빈민지역 아이들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입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녀를 행복하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기르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발버둥쳐도 벗어날 길 없는 빈곤과 자신마저 돌보기 힘든 좌절의 늪에서 자기 자식까지 챙길 여력이 남아 있을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러한 양육의 책임을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는 이 사회의 무책임함과 야만성에 분노를 느낍니다. 태어나자마자 불평등을 겪고 자유롭게 살아갈 자유마저 박탈당하는 빈민층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돌려주지 않고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꿈은 요원하게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관심을 갖고 대안을 마련하여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고 살 권리’를 부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연/ 서울시 중구 신당6동
대선자금, 한나라당은 왜?
이번호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정치면의 ‘에이, 더 썼으면서…’이다. 정대철 대표의 폭탄발언이 빌미가 돼 민주당은 대선자금을 이미 공개했다. 공개 전이나 뒤나 의혹이 남는 건 여전하지만, 그마저 못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작태라 아니 할 수 없다. 알다시피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이변이었다. 그만큼 이회창 대세론이 대선 정국의 크고 굵직한 흐름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진짜 같았으면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민주당을 떠나 한나라당으로 옮겨가는 한심하고도 부끄러운 짓들을 했겠는가! 돈은 권력을 향해 모이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검은돈이다. 이회창 대세론의 한나라당에 돈이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을 선뜻 공개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만의 속단일까? 기사에서처럼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공개요구는 비단 시민단체뿐만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요구이다. 참여정부 초기인 지금 굿모닝시티 사건에 온 나라가 들끓는 것도 결국 투명하지 못한 정치권의 돈 때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지 싶다. 요컨대 ‘에이, 더 썼으면서…’는 다시 한번 구리지 않은 대선자금, 나아가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환기시켜주는 상큼한 기사인 셈이다. 다만, 신문기사처럼 단순한 문제제기로 그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면을 더 할애하여 심층취재의 기획기사가 되었으면 훨씬 시사주간지다워 좋을 뻔했다. -장세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아슬아슬한 ‘생존 전쟁’ 임석규 기자님. 불볕 더위와 굵은 빗줄기 속에서 퀵서비스를 하셨다니 참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면 부인께서 “누구 과부 만들기로 작정했냐”는 말을 했겠으며, 셋쨋날 “내일이면 이 일도 끝이라는 생각에 안도감”까지 느꼈겠어요. 지금은 ‘평화로운’ 일상에서 생활하고 계시겠지요? 그런데 제 마음 한켠이 아파옵니다. 요즘 같은 ‘생존전쟁’에 등급을 따로 매길 수 없겠지만, 그 중 퀵서비스는 상위에 속할 것 같습니다. 전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예전에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이 일을 한 남자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며, 하루하루 마음 졸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무서운 속력으로 달릴 수밖에 없는 거며, 땡볕에 내달리는 아스팔트의 살인 더위며, 빙판 위의 아슬아슬 곡예 운전이며….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라는 제목에 새삼 한번 더 눈이 가더군요. 그 속에 뛰어들었다가 다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하고요. 혹 사고가 나서 몸이 엉망이 돼도 핸들을 못 놓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지요. 돈을 좀 번다고 해도 그만큼 몸이 망가지거나,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 등은 돈으로만 토해낼 수 없는 것이지요. 부디 이 일을 하시는 분들, 힘 내시고 운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김태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초보 아빠에게 제대혈의 의미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본 여성잡지를 통해 알게 된 제대혈. 유명 탤런트 누구는 했는데 만족한다는 등등의 기사는 충분히 내 아이도 해야 된다는 욕구를 자극하고도 남았다. 더군다나 병원에서 적극 추천까지 받고 난 뒤, 13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은, 보험 들었다 생각하고 결국 10개월 할부로 하고야 말았다. 제대혈 회사에서 날아온 우편에는 달랑 종이 한장에 “잘 보관되었다”는 말뿐이었고 매달 나가는 할부금은 허탈함을 더해준다. 만약 “의료인 5명 중 3명만이 제대혈을 보관하겠다고 답했다”는 <한겨레21> 기사를 좀더 일찍 보았더라면 적어도 아빠로서의 사명감으로 충동 계약(?)만큼은 하지 않았을 텐데. 사용 확률은 접어두더라도 개인과 사회적 비용을 위해서라도 제대혈의 공동 보관과 운영은 필요하지 않을까? -신일수/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1동 4만원보다 값진 400원 대전으로 이사온 지 5개월쯤 되었습니다. 저는 고3이던 1988년 5월15일부터 <한겨레>를 봐온 창간독자에다 세달가량 신문배달을 한 전력이 있지요. 여러 신문지국에서 저희 집에 매주 선물을 바꿔가며 꾀는 작업이 들어오지만 조금은 심한 말까지 해가며 면박을 줘 쫓아버렸습니다. 여하튼 어제 저녁이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누군가가 달려오더니 저에게 무슨 봉투를 하나 쥐어주더군요. 그 안에 까르푸 상품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워낙 공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이해 안 되는 경우는 일단 의심부터 들지요. 그걸 도로 주려고 들고 내리는데 신문을 보랍니다. 무슨 신문이냐니까인데 낮에는 이런 거 못하니 밤에만 한답니다. 그러면서 무슨 신문 보냐고 묻더니 자신도 <한겨레> 창간독자에 주주랍니다. 완전히 울어야 될 상황 아닌가요 그러고 오늘 당일치기로 서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일 다 보고 대전에 내려오는데 강남에서 유성행 버스표를 끊었습니다. 1만400원. 기다리다보니 제가 가려고 하는 곳에 좀더 가까운 대전청사행이 강남터미널에도 있더군요. 표를 바꾸었습니다. 이번엔 일반버스라 7천원. 3400원이 남았습니다. 이 돈으로 뭐할까 궁리하다가 <한겨레21>을 실로 몇년 만에 사봤습니다. 그래도 400원이 남았네요. 4만원짜리 상품권을 얻는 방법을 알면서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4만원보다 400원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저녁시간입니다. 그냥 저 혼자 피식 웃고 말려다가 다시 회사에 들어와서 정리하고 메일 띄워봅니다. -박용찬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이번호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정치면의 ‘에이, 더 썼으면서…’이다. 정대철 대표의 폭탄발언이 빌미가 돼 민주당은 대선자금을 이미 공개했다. 공개 전이나 뒤나 의혹이 남는 건 여전하지만, 그마저 못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작태라 아니 할 수 없다. 알다시피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이변이었다. 그만큼 이회창 대세론이 대선 정국의 크고 굵직한 흐름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진짜 같았으면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민주당을 떠나 한나라당으로 옮겨가는 한심하고도 부끄러운 짓들을 했겠는가! 돈은 권력을 향해 모이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검은돈이다. 이회창 대세론의 한나라당에 돈이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을 선뜻 공개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만의 속단일까? 기사에서처럼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공개요구는 비단 시민단체뿐만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요구이다. 참여정부 초기인 지금 굿모닝시티 사건에 온 나라가 들끓는 것도 결국 투명하지 못한 정치권의 돈 때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지 싶다. 요컨대 ‘에이, 더 썼으면서…’는 다시 한번 구리지 않은 대선자금, 나아가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환기시켜주는 상큼한 기사인 셈이다. 다만, 신문기사처럼 단순한 문제제기로 그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면을 더 할애하여 심층취재의 기획기사가 되었으면 훨씬 시사주간지다워 좋을 뻔했다. -장세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아슬아슬한 ‘생존 전쟁’ 임석규 기자님. 불볕 더위와 굵은 빗줄기 속에서 퀵서비스를 하셨다니 참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면 부인께서 “누구 과부 만들기로 작정했냐”는 말을 했겠으며, 셋쨋날 “내일이면 이 일도 끝이라는 생각에 안도감”까지 느꼈겠어요. 지금은 ‘평화로운’ 일상에서 생활하고 계시겠지요? 그런데 제 마음 한켠이 아파옵니다. 요즘 같은 ‘생존전쟁’에 등급을 따로 매길 수 없겠지만, 그 중 퀵서비스는 상위에 속할 것 같습니다. 전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예전에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이 일을 한 남자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며, 하루하루 마음 졸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무서운 속력으로 달릴 수밖에 없는 거며, 땡볕에 내달리는 아스팔트의 살인 더위며, 빙판 위의 아슬아슬 곡예 운전이며….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라는 제목에 새삼 한번 더 눈이 가더군요. 그 속에 뛰어들었다가 다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하고요. 혹 사고가 나서 몸이 엉망이 돼도 핸들을 못 놓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지요. 돈을 좀 번다고 해도 그만큼 몸이 망가지거나,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 등은 돈으로만 토해낼 수 없는 것이지요. 부디 이 일을 하시는 분들, 힘 내시고 운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김태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초보 아빠에게 제대혈의 의미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본 여성잡지를 통해 알게 된 제대혈. 유명 탤런트 누구는 했는데 만족한다는 등등의 기사는 충분히 내 아이도 해야 된다는 욕구를 자극하고도 남았다. 더군다나 병원에서 적극 추천까지 받고 난 뒤, 13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은, 보험 들었다 생각하고 결국 10개월 할부로 하고야 말았다. 제대혈 회사에서 날아온 우편에는 달랑 종이 한장에 “잘 보관되었다”는 말뿐이었고 매달 나가는 할부금은 허탈함을 더해준다. 만약 “의료인 5명 중 3명만이 제대혈을 보관하겠다고 답했다”는 <한겨레21> 기사를 좀더 일찍 보았더라면 적어도 아빠로서의 사명감으로 충동 계약(?)만큼은 하지 않았을 텐데. 사용 확률은 접어두더라도 개인과 사회적 비용을 위해서라도 제대혈의 공동 보관과 운영은 필요하지 않을까? -신일수/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1동 4만원보다 값진 400원 대전으로 이사온 지 5개월쯤 되었습니다. 저는 고3이던 1988년 5월15일부터 <한겨레>를 봐온 창간독자에다 세달가량 신문배달을 한 전력이 있지요. 여러 신문지국에서 저희 집에 매주 선물을 바꿔가며 꾀는 작업이 들어오지만 조금은 심한 말까지 해가며 면박을 줘 쫓아버렸습니다. 여하튼 어제 저녁이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누군가가 달려오더니 저에게 무슨 봉투를 하나 쥐어주더군요. 그 안에 까르푸 상품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워낙 공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이해 안 되는 경우는 일단 의심부터 들지요. 그걸 도로 주려고 들고 내리는데 신문을 보랍니다. 무슨 신문이냐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