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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땀으로 꿈을 적시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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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8-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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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독자 | 회사원 문경씨]

‘땀으로 꿈을 적시는 자.’ 항상 반전·통일 등 ‘밖으로 향했던’ 그의 메신저 대화명이 지금은 ‘스스로를 향해’ 있었다. 문경씨.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전혀 다른 부서에 다른 층에서 근무하니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해 후반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람이다. 그리 많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없는 만남 속에 그는 항상 조용한 듯 스스로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세상을 향한 애정과 순수한 마음이 은근히 느껴진다. 물론, 본인은 이 말에 손사래를 치겠지만….

그에게 한겨레신문사는 의외로 역사가 깊었다. 울산에서의 고등학교 시절, 집안의 네 자매가 모두 한겨레신문사 주주였다고 한다. 당시, 본인은 잘 모르는 상황에서 큰언니의 말 그대로 ‘좋은 일’이라는 생각만 가졌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는다. <한겨레>를 빨간(?) 신문이라고 생각하시는 아버님에 맞서 결국 집안의 신문을 <한겨레>로 바꾸어놓은 네 자매의 모습이 이야기 도중 자연스레 상상이 된다.

그가 지난번 얘기를 꺼냈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영상작업에 대해 물었다. 그는 “더 공부하고 오라네요”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이번 8·15 범민족대회 때, 광화문에 범민련쪽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대변되는 두 집단의 집회가 같은 곳에서 벌어질 것 같은데, 그곳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의 모습들이 궁금해 이런저런 물음들을 던지니, 비정부기구(NGO)대학원 등 NGO 관련 공부를 계속하고 활동도 하고 싶단다. 바쁜 회사생활과 사회활동을 병행하는 그 열정에 놀라울 뿐이다. 앞으로의 <한겨레21>에 대해 물었더니, 의외로 현재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대중화나 연성화는 전략적인 부분으로 이해하지만, <한겨레21>만의 색깔, 초심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독자층의 다양화를 위해서 근본이 흔들리기보다는 현재의 주독자층을 대상으로 좀더 집중적인 차별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화려하지 않고, 보이지 않게 단단한 그의 모습이 다시 한번 느껴진다.

<한겨레21>을 핑계로 한 만남은 말이 이어질수록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때로는 유쾌함에, 때로는 울분에 맞장구치면서 “어, 우리 또 삼천포네요?”라고 물으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덧 새벽으로 바뀐 거리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서는 이 없는 작은 분쟁’에 맞서 홀로 뛰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라는 말보다 ‘정상과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듯싶다는 그에게 하지 못한 한마디를 지면을 빌려 전하고 싶다. “‘땀으로 꿈을 적시는 자’, 당신에게 참 잘 어울립니다!”


조일억 | 6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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