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열혈독자인 목포고 1학년 학생들, 편집진의 ‘참회’를 촉구하다
“니들 매주 읽니?”
“예! 매주 빼놓지 않고 다 읽어요.”
“어렵진 않아?”
“어려워요! 그래도 좋아요!”
금세 비가 뿌릴 것 같은 5월29일 정오, 전남 목포고등학교 강당 한쪽에 있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스무명의 초롱초롱하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동자들과 마주쳤다. 강연도 끝났으니 고작해야 너댓명쯤 오겠거니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들어갔던 것은 큰 착오였다. 대화 중에도 학생들은 계속 밀려들었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기자와 짧은 대화의 시간을 갖기 위해 그들이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은 너무 크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점심시간이란 얼마나 달콤한 자유인가. 그럼에도 기자가 무안할 만큼 학생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일주일 전쯤 배경록 편집장 앞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포고는 한달 전부터 1학년 270여명 중 160여명이 <한겨레21>을 단체구독하고 있다. 논술뿐 아니라 사회를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임덕종(40) 교사가 자발적 신청을 받은 결과다. 학교쪽은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편집장의 강연을 요청해왔다. 고교생 독자 강연은 <한겨레21>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유별난 고교생 독자들은 어떤 질문을 해올까. 독자면 담당자라는 이유로 편집장과 함께 목포로 내려가면서도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꿈과 희망의 미래를 위해’라는 주제의 편집장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 “읽다 보면 우리한테는 너무 어려운 말이 많이 나와요. 좀 쉬운 우리 말을 써도 될 텐데요.” <한겨레21>에 바라는 바를 묻자 고재성군은 대뜸 이런 주문을 한다. 친구들이 모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옆자리의 서재웅군은 담배광고를 꼭 실어야 되는지 묻는다. 그동안 담배광고를 많이 실었으니 이참에 청소년들을 위한 금연캠페인을 벌이라며 <한겨레21>의 ‘참회’를 촉구한다. “학생들이 제일 많이 보는 주간지니까 학생들을 위해서 과학면이나 교육면을 좀 늘렸으면 좋겠어요.” 진대석군의 제안도 친구들의 호응을 받았다. 목포고 1학년 학생들이 최근 가장 관심 있게 읽은 기사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관련 기사, 청년보수 문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 등이었다.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 없거나, 관심 없어야 한다는 말은 목포고에선 어른들이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기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왔던데요.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변한 건지, 아니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너무 궁금해요.” 최예셉군의 질문은 그냥 한번 던져본 것이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특히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 했고, 참여정부의 정체성이라는 그야말로 ‘고난이도’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이렇게 <한겨레21>을 열독하게 된 데에는 1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임덕종 교사의 노력이 컸다. <한겨레> 창간주주이자 <한겨레21> 창간독자인 임 교사는 처음 학생들의 단체구독을 추진할 때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1학년 부장교사가 되면서 각종 학습지 리베이트를 근절시켰다. <한겨레21> 단체구독을 건의하자 주변에서 “그쪽에서 뭘 받았겠지” 하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한 것도 결국 <한겨레21>을 구독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모함까지 받아야 했다. “지금은 다들 이해해주세요. 실제 논술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니 학부모들도 밀어주시고요.” 임 교사에게는 1학년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철철 넘쳐났다. 유무정(62) 교장도 “임 교사가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장과 임 교사는 앞으로 ‘작품’을 만들어볼 생각이란다. 목포고는 예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큰일 낼’ 학생들을 배출할 의욕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사진/ 유현산 기자
일주일 전쯤 배경록 편집장 앞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포고는 한달 전부터 1학년 270여명 중 160여명이 <한겨레21>을 단체구독하고 있다. 논술뿐 아니라 사회를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임덕종(40) 교사가 자발적 신청을 받은 결과다. 학교쪽은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편집장의 강연을 요청해왔다. 고교생 독자 강연은 <한겨레21>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유별난 고교생 독자들은 어떤 질문을 해올까. 독자면 담당자라는 이유로 편집장과 함께 목포로 내려가면서도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꿈과 희망의 미래를 위해’라는 주제의 편집장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 “읽다 보면 우리한테는 너무 어려운 말이 많이 나와요. 좀 쉬운 우리 말을 써도 될 텐데요.” <한겨레21>에 바라는 바를 묻자 고재성군은 대뜸 이런 주문을 한다. 친구들이 모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옆자리의 서재웅군은 담배광고를 꼭 실어야 되는지 묻는다. 그동안 담배광고를 많이 실었으니 이참에 청소년들을 위한 금연캠페인을 벌이라며 <한겨레21>의 ‘참회’를 촉구한다. “학생들이 제일 많이 보는 주간지니까 학생들을 위해서 과학면이나 교육면을 좀 늘렸으면 좋겠어요.” 진대석군의 제안도 친구들의 호응을 받았다. 목포고 1학년 학생들이 최근 가장 관심 있게 읽은 기사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관련 기사, 청년보수 문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 등이었다.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 없거나, 관심 없어야 한다는 말은 목포고에선 어른들이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기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왔던데요.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변한 건지, 아니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너무 궁금해요.” 최예셉군의 질문은 그냥 한번 던져본 것이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특히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 했고, 참여정부의 정체성이라는 그야말로 ‘고난이도’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이렇게 <한겨레21>을 열독하게 된 데에는 1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임덕종 교사의 노력이 컸다. <한겨레> 창간주주이자 <한겨레21> 창간독자인 임 교사는 처음 학생들의 단체구독을 추진할 때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1학년 부장교사가 되면서 각종 학습지 리베이트를 근절시켰다. <한겨레21> 단체구독을 건의하자 주변에서 “그쪽에서 뭘 받았겠지” 하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한 것도 결국 <한겨레21>을 구독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모함까지 받아야 했다. “지금은 다들 이해해주세요. 실제 논술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니 학부모들도 밀어주시고요.” 임 교사에게는 1학년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철철 넘쳐났다. 유무정(62) 교장도 “임 교사가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장과 임 교사는 앞으로 ‘작품’을 만들어볼 생각이란다. 목포고는 예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큰일 낼’ 학생들을 배출할 의욕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