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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10년 뒤 농촌을 생각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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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5-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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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독자/ 연초경작지도사 장준기씨

첫째, 병역문제, 베트남 전쟁, 트랜스젠더 등 우리가 의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러준다. 둘째, 여러 언론과 비교했을 때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해서 좋다. 셋째, 오랜 시간 너무나 정들어버렸다. <한겨레21>이 좋은 세 가지 이유를 이렇게 꼽아준 장준기씨. 그를 알게 된 것은 <한겨레21> 인터넷 게시판에서였다. 얼마 전에 그가 게시판에 쓴 ‘새 편집장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우연히 읽었는데, 비록 길이는 짧았으나 한겨레에 대해 따끔한 한마디를 해줄 수 있을 독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그는 경북 상주에서 낮에는 연초경작지도사로 담배농사와 관련된 농민교육을 하고, 밤이면 해동검도를 하는 ‘무사’이다.

처음 <한겨레21>을 읽던 20대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환경쪽에 관심이 많이 가는 편이다. 환경은 어느 누구의, 어느 국가의, 어느 세대의 소유일 수 없는 우리가 잠시 빌려 살다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임대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특히 그의 직업 때문에 가장 관심있게 보는 기사가 농촌문제에 관한 기사인데, 그는 “10년 뒤 농촌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라고 말한다. 요즘 농촌은 60살 노인이 막내 층에 속할 정도로 고령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 주말이 아니면 10대는 아예 없을 정도다.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을 꼭 짚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혹시라도 제 글을 본 것 때문이라면 저는 말에 앞서 실천이 많이 모자라는 사람이란 점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내 말이 어떤 영향을 줄까 조심스럽습니다. <한겨레21>에 조금이나마 협조가 될 수 있다면 기쁘겠지만 말이에요.” <한겨레 21>이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가치관을 세우는 데 길잡이가 될 수도, 또 어쩌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늘 생각해달라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신부 자랑이요? 조금 하려면 안 하니만 못한데…. 저랑 닮았고, 저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진실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사랑하겠죠.” 5월4일 결혼식을 올려 <한겨레21>에서 축하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신부 자랑을 하는 장준기씨. 우리 땅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말로 백번 떠드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뛰어들어 부딪히고 고민하고 이겨내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더 큰 사랑을 키워내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길 멀리에서나마 빌어본다.


승인/ 5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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