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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자연을 닮아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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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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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독자ㅣ 그린넷 활동가 구윤희씨

“제가 많이 드릴 건 없고…. 이 고구마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아주 달고 맛있어요.”

문화의 거리 서울 종로 인사동 작은 골목에 있는 민속주점 시천주. 편안한 분위기에 맛깔스러운 음식들, 그리고 음악이 있는 이 주점에 가면 환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아가씨를 만날 수 있다. 환경단체 그린넷에서 파견근무를 나온 구윤희(27·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왼쪽 옆이 김기덕 감독).

책을 좋아했던 그는 졸업 뒤 출판사에 취직했다. 그러다 우연히 음식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환경단체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고, 지금은 녹색대학으로 유명한 ‘그린넷’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린넷은 대안문명 창출이 목표인 환경단체로 녹색대학 외에 야생화 사업, 환경분쟁중재연구소, 녹색유통, 녹색화폐, 출판, 녹색문화기금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천주도 그린넷이 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인데, 수익금은 전액 녹색대학을 후원하는 데 쓰인다. 그가 이야기하는 시천주 자랑을 들어보자.

“시천주는 좋은 재료를 씁니다. 지금도 유기농 쌀, 우리콩 두부, 유정란을 쓰는데, 녹색대학 공동체 마을에서 농사를 지어 수확물이 생기면 그걸 구입해서 요리할 겁니다. 녹색대학과 더불어 시천주는 완전 유기농 식당이 되는 거지요.” 그는 창간 첫해부터 정기구독을 해온 <한겨레21> 원조팬이다. 친척언니 권유로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난 뒤 아버님이 “사고가 미성숙한 고등학생이 볼 내용이 아니다. 대학에 가서 봐라”며 못 보게 했다. 아버님의 탄압()에도 지금까지 가판대에서 쭉~ 사서 읽고 있다며 웃는다.

역시 <한겨레21>이구나 싶은 기사로 김현철씨 관련기사를 꼽는다. 다른 언론보다 한발 앞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비판적 시각에서 표지기사로 다룬 게 좋았단다. 이듬해 김현철씨 문제가 터졌을 때 그 기사를 떠올리며 ‘아~ <한겨레 21>!’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비판할 건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겸손하게도 오히려 독자인 자신을 비판했다. <한겨레21>의 시각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동조하는 자신이 주체성을 갖고 사고해야 한다고 반성하는 편이다. 내용면에서는 할 말이 없지만, 많은 독자들처럼 광고에 대한 지적을 한다. 열악한 재정상황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기사 중간에 또는 기사와 같은 쪽에 광고가 나오는 건 독자 입장에서 불편한 게 사실이다.

스물일곱이라는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외모의 그.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앳된 얼굴의 비결은 아마 자연을 사랑할 줄 알고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마음 덕일 것이다. 독자분들 모두 인사동에 가면 꼭 그의 환한 미소를 만나보시길.

승인/ 5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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