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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주노동자와 함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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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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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독자ㅣ ‘아시아의 친구들’ 활동가 박성희씨

누가 여자의 변신을 무죄라 했는가. 여기 어느 날 갑자기 연구원의 길을 포기한 공학도가 있다. 뒤늦게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여기저기 사회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웃음이 활동하는 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활달하고 ‘무데뽀적’인 박성희(33)씨.

<한겨레21>과의 인연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맺었다고 한다. “너무 공학도답다고 해야 하나요 늘 전공 관련 저널 또는 일에만 매몰돼 있었으니까요.”

현재 그는 ‘아시아의 친구들’(www.foa2002.or.kr)이란 작은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아시아의 친구들은 일산지역에 거주하는 3천여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에게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그들은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대량 유입하여 인력난을 타개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산업연수제도로 온 사람들이에요. 이주노동자들은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에 종사할 뿐만 아니라 저임금에 시달리죠. 대다수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어요. 최근에는 악덕 브로커들에게 상당히 큰돈을 주고 온 불법체류자들도 많지요.”

그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한국사람들이 모두 제각각이듯 이주노동자들도 우리와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다름이 다름으로 인정되고 존중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박씨는 서양 강대국과 백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 그리고 그 밖의 세상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인식들이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태도다고 본다. “한번만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 수 있을 텐데, 한 걸음 다가서는 용기들을 쉽게 갖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는 3월 초 다시 개강한 아시아의 친구들 내 한국어학당 2기 학생 모집을 위해 가야 한다고 시간을 재촉하며 봉사활동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나보다 못난 이들에게 무언가 선을 베푼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첫 단추부터 어긋나면 길고 깊은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좀더 열린 생각으로 세상을 다시 조각맞추기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원활동은 자신을 깨고 또 다듬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의 피해자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방인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한겨레21>과 독자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최일우/ 5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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