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독자 ㅣ 강원도의원 고수정씨
“세상을 바꾸자. 불꽃처럼 고수정” 서른일곱 아줌마의 휴대폰치고는 초기화면을 장식한 문구가 좀 거창하고 과격하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 표현대로 ‘이쁘장한 얼굴’과도 어울리지 않는 문구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를 듣다 보면 그… 정말 세상을 향한,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더도 말고 딱 15년만 시간을 되돌려보자. 학생운동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도 취업준비를 위해 슬그머니 도서관으로 돌아갈 무렵 그는 뒤늦게 ‘공활’이라는 걸 떠나서 한달간 노동자들과 한솥밥을 먹었다. 남편도 노동현장에서 만났고 민주노동당 발기인을 거쳐 비례대표제로 강원도의원에 선출됐으니 노동계와 인연이 꽤나 깊은 셈이다. 그 시간만큼 그에게도 모진() 세월이 있었을 법한데 “노동운동하는 학생들이 하는 일 다했고, 노조지부장 남편을 둔 부인이 겪는 일 겪으면서 살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털어놓는다. 그럼 그렇지, 결코 순탄한 인생은 아니었구나 싶다가도 지방방송사에서 리포터·작가로 활동했다는 이력 앞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의원직을 그만두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 현장을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겠다니 방송물을 미리 먹어둔 것도 최종목표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돈이 없어 독학할 수밖에 없는 실력”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잡지에 동화도 연재하며 늘 바지런하게 몸을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그. 노동계에서 날아오는 신문잡지를 다 읽어내기도 벅차서 요즘은 <한겨레21>까지 볼 틈이 없어 정기구독을 중단했다지만 대선 전후에 노무현 밀어주기 일색이 돼버린 구석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눈치다. 그러면서도 <한겨레21>이 “정치뿐 아니라 사회 깊숙한 부분까지 파고들어가 단순히 세상사는 이야기가 아닌 삶에 대한 태도와 시각을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양띠해를 맞아 특별히 계획한 일이 있느냐고 물으니 영상작업도 해야 하고 진보정책개발에도 앞장서야 한단다. “그런 거말고 아줌마로서 할 일이오”라고 다시 묻는 순간 아차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가 먼저 치고 나온다. “아니지, 아줌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더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거든.” 예를 들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봤기 때문에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고, 아이가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지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거란다. 의회에서 교육사회위원회에 자원했으니, 남은 회기동안 할 일이 정말 많을 것 같다.
30만원짜리 편집 프로그램을 사놓았는데 바빠서 아직 뜯지도 못했다며 행복해하던 그. 아마 지금쯤이면 자신이 찍은 그림을 이리저리 짜맞춰보며 동트는 새벽을 맞이할지 모르겠다. 문득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이윤영/ 5기 독자편집위원

이윤영/ 5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