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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비디오로 바라본 따뜻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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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2-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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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독자 ㅣ VJ 남철우씨

“비디오저널리스트(VJ)의 정의를 내려주십시오.” 혹시나 현업 VJ에게서라면 교과서적 틀을 벗어난 대답을 들을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는 “우리나라에는 VJ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전형이 없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VJ 프로그램에 대해 “저널리즘은 없고 비디오만 살아 있다”라고 지적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것 같다. 신문기자를 하다가 서른 넘어 VJ계에 입문했다는 남철우씨. 예나 지금이나 그의 화두는 저널리즘이며 그가 말하는 저널리즘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이다. “비디오건 페이퍼건 언론에서 필요한 건 저널리즘이고 <한겨레21>도 초심으로 돌아가 좀더 비판적 시각으로 사회를 볼 것”을 강조하는 낮은 목소리가 꽤나 단호하다. 그러나 독자편집위원회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했다. <한겨레21>이 독자에게 지면을 내준 것처럼 방송도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VJ의 수를 헤아리기는 힘들다. 그가 “상업적인 편성과 시청률 지상주의 아래 날품팔이 제작인력으로 피땀 흘리고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VJ계 현실도 그리 녹록지 않은가 보다. 외주비율이 점점 늘어나서 VJ 영역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편성권력이 방송사에 달려 있기 때문에 권한은 많지 않다. 결국 방송사에서 원하는 대로 시청자 눈을 자극하고 감각적으로 흘러가도록 기계적으로 찍어내고, 시청자까지도 기계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삭막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듯한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다. 인기그룹 NRG 멤버의 이야기나 골육종을 앓던 민호와 친구들 이야기, 안에서 조금 튀는 아이템인 로맨스그레이에 관한 내용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괜찮은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 감정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살아남는다”더니 그런 경우였나 보다. 그래도 아래서 치고올라오는 재기 넘치는 후배들이 겁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치이는 건 없다”라는 답이 나온다. 오히려 나이 먹을수록 일 앞에서 느긋해지고 긴장도 덜하게 된다며 젊은 친구들에게 부러운 건 체력뿐이란다. 지금은 아침방송에서 시사코너를 맡고 있지만 앞으로 보도성 강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남철우씨. 어떤 소재가 됐건 세상을 향한 그의 진지하고 따뜻한 눈길, 그리고 한손에 카메라를 늘어뜨리고 서서 누군가와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그의 모습은 변함없을 것 같다.

인터넷 VJ동호회에서 그의 닉네임은 ‘들국화’다. 왜 들국화인지 물어볼까 하다가 내 맘대로 추측해봤다. 여린 듯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단어….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남철우=들국화’라는 공식에 금방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이윤영/ 5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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