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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연꽃 승무원의 작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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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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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독자 l 새마을호 승무원 ‘김연화’

낡은 열차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에 넋을 잃은 적이 있다. 기차를 타면 난 늘 그때 그 빗줄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또 하나 연꽃 승무원이 있다.

청량리와 안동을 오가는 새마을열차 안에서 만난 영주 열차 승무사무소 소속 승무원 김연화씨를 난 연꽃 승무원으로 부른다. 그가 연꽃 연(蓮)자에 꽃 화(花)자를 쓰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만에 연꽃 승무원에게 전화를 했다.

연꽃 승무원은 신포리역 부역장인 남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다시 열차를 탈 것이라고 했다. 그간 첫 아이 출산으로 방구들만 싸안고 있었더니 몸이 근질거려 죽겠다고 엄살을 부리는데, 그 엄살에서조차 연꽃 승무원의 행복함이 엿보였다.

“대학 때 친한 선배가 <한겨레신문>과 <한겨레21>을 정기구독했어요. 그때 선배를 통해 <한겨레21>을 처음 봤는데, <한겨레21>은 다른 시사주간지보다 공정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꼭 효자손 같더라고요.” 효자손 “<한겨레21>은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잖아요.” 기차 안에서는 습관적으로 <한겨레21>을 들고 있는 내게 연꽃 승무원은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승객들이 주로 읽는 것은 신문인데, 가끔 <한겨레21>을 읽고 있는 승객을 만나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더라고요.” 난 그때 <한겨레21>이 좋은 친구도 만들어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연꽃 승무원은 새마을열차 승무원을 고객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차내를 수시로 돌아보면서 고객에게 좌석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불편한 사항들을 해결해주며 고객 안전을 언제나 우선시하는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또한 서비스 마스터로서 철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예절교육을 하는 것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일이기에 즐겁다.


엄마가 된 지 두달 남짓 되었고 이제 곧 특휴가 끝나 복직해야 하는데, 아이를 동해에 있는 시댁에 맡겨야 하는 것이 지금 연꽃 승무원의 가장 큰 고민이다. “맞벌이 부부의 고민은 다 같을 거예요. 경제적인 부담이 적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 탁아소 같은 곳이 많이 생겼음해요. 그리고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밑바탕이 든든하면 좋겠어요. <한겨레21>이 이런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해요.” 연꽃 승무원은 여성으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을 말해주었다.

“단골고객 가운데 한 분은 안동에서 청량리까지 4시간 동안 늘 책을 보세요. 영혼이 맑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여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 악한 사람은 없다고 하듯,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가슴에 큰 산을 지니고 있을 것만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연꽃 승무원을 다시 열차 안에서 만나면 난 반가움과 함께 내가 만든 책을 선물하고 싶다.

안명희/5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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