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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43호를 읽고

445
등록 : 2003-0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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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영창의 씁쓸한 기억

군 영창 문제를 다룬 특집기사를 읽고 참 많은 생각이 나더군요. 군 생활이야 누구에게든 힘들지 않겠습니까마는 제게는 약간 특별했지요. 저는 군기교육 2번과 영창 3번을 경험했습니다. 특별히 하소연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사에 언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좀더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징계받을 만한 일을 저지른 병사는 일단 징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중대 징계위원회라봤자 소대장과 부소대장 몇명이 전부죠. 이 징계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간단하게 말해 ‘형량 결정’입니다. 위원회를 열고 병사를 출두시킨 뒤 하는 대화는 별로 없습니다. “너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한 잘못을 했지”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잠시 쑥덕쑥덕한 뒤 결정이 나죠. 그렇게 결정이 나면 영창을 가기 전에 자술서를 씁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자세히 쓰도록 하죠. 황당한 것이,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술서에 그렇게 쓰면 다시 쓰라고 합니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쓰라고. 자술서의 맨 마지막 밑에는 꼭 들어가야만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잘못을 해서 정말 반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헌병대로 가는데, 헌병대에서도 역시 자술서를 한장 더 써야 합니다. 비슷한 내용이죠. 정말 그런 일을 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항변하고 싶어도 그런 기회는 없습니다. 실제로 영창에 가보면 참 황당하게 온 경우가 많습니다. 평시에 진짜로 웃으며 장난치던 일들도, 간부들이 ‘조사’를 들어오면 전부 가혹행위로 둔갑합니다. 세번에 걸쳐 이런 일들을 당하고 나니 마지막에는 흔히들 말하는 화병에 걸려서 한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군기교육은 어떻게 생각하면 유격훈련 비슷해서 그냥 지나고 나면 후련하게 끝나는데 영창은 일단 내 인격과 권리가 군홧발로 짓밟히고 그걸 항변할 수도 없이 당하고 군 생활까지 늘어나니 정말 답답하더군요. 부디 이런 인권침해가 더 일어나지 않도록 좋은 기사 계속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종훈

애 낳는 사회를 만드려면…


이번호에서는 ‘애 낳는 사회를 설계하라’를 흥미 있게 읽었다. 우리 할머니 세대만 하더라도 6남매가 보통이었는데 어머니 새대에 와서 한둘만 낳는 세대가 되지 않았는가. ‘장려금보다는 복지 시스템 확충 필요’라는 문구를 보고 상당히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충북의 청원군 예를 보며 오히려 아이를 지역의 이익을 위해 물품화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기를 낳는 여성에게 100만원 상당의 현금과 물품지급…. 아이를 부양하는 데 100만원은 너무나 적은 돈이다. “100만원 줄 테니까 국가에 기여해라. 뒤 책임은 너에게 맡긴다” 이런 것 아니겠는가. 정부의 대책도 마찬가지다. 주택청약 우선권, 세액공제로 세금 감면 등이 장기적으로 주어지더라도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은 가정이 아니라 여성을 원인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아이를 왜 낳지 않는가 아기를 낳으면 자신의 삶을 즐길 기회를 빼앗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남녀차별이 많이 없어졌다지만 아직도 여성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돈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장려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아이의 성장과정에 복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과 더불어 여성들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직장의 복지문제나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책도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성철/ 부산시 사상구 주례1동

신화에 대한 참신한 접근

‘신데렐라와 함께 철학여행’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풀어낸 한 일본 학자의 책을 소개하는 글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만으로도 그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이 책은 신화에 대한 통념- 비합리적 세계를 펼쳐보일 것이라는- 에서 벗어나, 신화가 이성적이고 통일된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는 신화에 대한 기존의 시각- 신화를 일종의 원형으로만 보는- 에서 한발 앞서나간 이해라고 본다. 그리고 신화가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비판의 기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해석이라고 본다. 신화를 이와 같은 시각으로 풀어낸 책들이 더러 있다고 보는데, 관련 분야를 시리즈로 엮어서 문화면에서 선보였으면 한다.

오정금/ 서울시 은평구 증산동

음악의 즐기는 사람의 몫

며칠 전 동생과 함께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임형주군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라고 동생이 말해주었다. 동생이 성악전공이라 유심히 듣더니 “와, 저거 남자가 부르기 어려운 노래인데 굉장히 편하게 부른다”라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도 그 곡 중의 한 부분을 따라불러 보려고 하였으나 쉽게 되질 않았다. 며칠 뒤 <한겨레21>에서 임형주군의 사진을 보고 그만 그 기사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마 한번 들었던 그의 노래가 인상깊어서였으리라. 읽어보니 임형주군은 팝페라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다소 나에겐 생소한 장르였다. 동생 때문에 오페라나 가곡, 크로스오버 등은 조금 알지만 팝페라라는 것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보니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장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통 성악계가 팝페라를 배척시하는 분위기라고 하는데 나는 사람들이 듣기 편해하고 즐겨하는 것이라면 정통 클래식이든 팝페라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음악이라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몫이니까. 이 기사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 하나 더 있다면 가끔은 정치면보다는 문화면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해가는 것은 문화로도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팝페라라는 장르도 대중의 취향과 사회 등이 점차 바뀌면서 생겨난 것일 테니 말이다.

손강현/ 경북 경산시 하양읍

<독자만화>


이성열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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