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독자 l 경북 청도여중 1학년 석아름
사회적으로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데는 4가지 코드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재산(富), 사는 곳(居), 성별(性), 나이(年)가 그것이다. <한겨레21>은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의 소리에 진심으로 귀기울여왔다. 그러나 ‘독자가 만난 독자’에 소개되는 사람들은 대개 나름의 어디에서 뭔가 한다는 사회적 강자였다. 이번에는 그런 분위기를 좀 바꿔본다. 오늘 내가 소개할 독자는 올해 고등학교 진학반인 시골소녀다.
‘석류 한아름’이 생각나는 예쁜 이름만큼이나 맑은 눈망울을 가진 아름이는 여러모로 재능이 많다. 춤 동아리 ‘꾼’ 활동에서 얻은 춤솜씨와, 재미있는 사진을 만드는 포토샵 실력은 가히 수준급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그 사진으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름이가 자랑하는 특기는 일명 ‘폭탄을 공주로 만들기’다. 아름이의 손으로 수많은 공주가 탄생했다니, 아름이는 이 시대의 진정한() 프린세스 메이커인 셈이다.
아름이는 요즘 방학이라 잠시 틈을 내 PC방 아르바이트를 한다. “예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는데 저희 나이에는 할 게 없더라고요.” 문득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를 꼬집더니, “이번 대통령 선거 때는 날마다 학교에서 후보들 이야기 했는걸요”라며 높아진 중학생의 정치의식에 대해서도 또박또박 얘기해주었다.
아름이가 사는 곳은 공기 좋고 물 맑은 농촌마을이다. 그러나 시골이라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 많은 집 애들은 과외라도 몇개씩 하죠. 우리 같은 경우는 그렇게도 못해요. 우리는 놀 데도 없어요. 월드컵 응원이나 촛불시위에 참가하고 싶어도 멀어서, 또 차비가 많이 들어 자주 가지도 못해요”라며 도시 중심적인 우리 사회에 일침을 놓는다.
아버지가 가져오는 <한겨레21>을 때때로 주의깊게 훑어보는 아름이는 또 한번 따끔한 한마디를 했다. “이거 어른들 잡지 아닌가요” 내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자 “너무 어려워요. 우리도 읽을 수 있게 좀 쉽게 나오면 좋겠어요”라며 천진한 웃음을 지었다.
아름이와의 만남은 나의 굳은 생각들을 망치로 깨는 듯한 신선함이었다. 시골(서울 이외의 고장)에 사는 사람과의 만남, 권력이나 돈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 아이들과의 만남은 어느 누구와의 만남보다 소중한 것이란 걸 몸으로 느꼈다. <한겨레21>은 앞으로도 이런 사회적 약자와 부지런히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사회적 강자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건우/ 5기 독자편집위원
김건우/ 5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