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438호를 보고

440
등록 : 2002-12-26 00:00 수정 :

크게 작게

왜색 표현을 조심하자

가끔은 제 속을 후련하게 해주기 때문에 출장길 또는 주말에 가판대에서 <한겨레21>을 사서 봅니다. 스포츠신문부터 시작됐다고 보이는데, 최근 몇해 동안 언론의 표현 가운데 ‘진검승부’라는 단어가 참 눈에 거슬리는군요. 전 일어일문학 전공으로 90년 초 일본 스포츠신문에서 진검승부라는 단어를 보고 “역시 칼의 문화를 가진 나라다운 표현이구나”라고 감탄했습니다. 95년 이후 우리 스포츠신문을 시작으로(이전에 이런 표현은 전혀 본 적이 없었음) 왜색이 짙은 이 표현이 남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미 한국이 문화적으로도 식민지화돼가는 건지요. 제 생각이 틀린 생각일지 모르지만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최소한 어떤 것이 한국적 표현인지는 확인해보았으면 합니다. “역량을 십분 발휘하다”에서 ‘충분’을 ‘십분’으로 표현하는 것도 한국적이지 못한 표현의 예인 것 같습니다.

최욱진/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기부, 이제라도 실천 하련다


이번호 특집 ‘아름다운 중독 기부’를 읽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평소 이웃돕기나 기부금을 내라고 하면 ‘돈이 없는데 어떻게 내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활이 넉넉해야 기부를 하는 거지 부자들이나 하는 거지라고…. 기부는 꼭 많은 것을 가져야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특집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작은 사랑을 습관처럼 실천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 곳곳에 많이 있다는 사실과 그 사람들이 세상을 더욱 밝고 따뜻하게 빛을 밝혀주고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합니다. 오래전부터 마음만 먹었던 작은 사랑을 저 역시도 실천해보렵니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가슴 따뜻한 말을 가슴에 새기며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실천해보렵니다. 가슴 따뜻한 내용 변함 없이 많이 실어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오선옥 /전북 순창군 인계면

반미시위와 학교교육

다시 광화문에 모였다. 이번엔 지난 6월의 붉은 물결이 아니었다. 붉은 옷 대신 모든 이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 있었다. 11월30일, 미국의 오만에 짓밟힌 미선이, 효순이를 추모하는 자발적 촛불시위가 이루어졌다. 나는 군복무 중이라 TV와 <한겨레21>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았는데도 순간 내 몸에는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이 흘렀다. 6월의 월드컵 열기를 보며 혹자는 국운상승의 호기라느니,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이니 하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자발적 촛불시위야말로 붉은 물결이 만든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미국의 문화적·상업적 노예라고 생각되던 10대와 20대가 반미집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고무적이다. 하지만 미군의 무죄판결에 대해서는 엄청난 분노를 쏟아내면서도 정작 무죄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이론적 깊이 없는 반미운동이 조금 위태롭게 보인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이론적 깊이가 없는 시위와 운동은 한순간 거품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이 중·고등학생들인 이들에게 한-미 관계, 주한미군의 의미와 그들의 범죄, SOFA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줄 학교교육의 중요성이 매우 큰 시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반미집회에 나가지 못하게 교육()하고 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만이 반미운동에 대해 교육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전교조의 이번 결정으로 행여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부당한 처사를 당할까 걱정된다. 이래저래 참 한심한 교육이다.

한승훈/ 충남 보령시

종로와 문인들의 발자취

반역·거부·부정의 대명사인 천재 시인 이상이 개인적인 역사와 문학의 꿈을 키워나간 공간인 종로의 기와집이 헐릴 위기에 있다는 이번호 문화면의 기사를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문인들의 인생과 꿈이 간직돼 있는 종로를 보존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종로는 굵직한 문인들의 발자취가 서려 있을 뿐 아니라 수백년 동안 이어진 우리나라 문학의 전통이 쌓여 있는 텃밭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불편 때문에 헐릴 위기가 놓여 있는 기와집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역량을 모아서 지키고 가꾸어나갔으면 합니다.

김남길/ 경남 마산시 해운동

<독자만화>

이성열 ddiry@hanmail.net



내용 제목

438호 시사SF ‘악몽’이 나간 뒤 인터넷 게시판에 수많은 비판글이 올라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성폭행에 비유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입니다. <한겨레21>은 처음 조남준 화백의 원고를 보고 비유가 오해를 살 수 있으며 특정인의 명예를 손상할 우려가 있다고 여겨 이례적으로 한 차례 수정을 하도록 했습니다. 수정 원고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고정란이고 편집진이 작가에게 주제나 소재가 아닌 표현에 더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겨 실었습니다. <한겨레21>이 의도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이 만화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많은 독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조남준 화백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을 싣습니다.

‘악몽’에 대한 작가의 해명

먼저 이 만화를 그린 배경은 정부가 개선책으로 미군이 다니는 도로 4차선 확장 공사를 하고 미군이 훈련할 때 우리 경찰이나 군인이 호위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을 때입니다. 사건을 방지하려는 미봉책의 수준을 넘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토리를 구상하던 중 인터넷에서 본 유머를 패러디하게 되었습니다. 출처가 없는 이 유머는 아마 외국 유머가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저에게 책임이 회피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시판에 비판의 글이 쏟아질 때 조언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배를 만나고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자세히 알고자 했습니다. 사과를 한다면 다수의 여론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보다 내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느끼고 하는 것이 진실된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지각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글들을 탐독해본 결과, 비판의 내용을 세 가지로 압축해보았습니다

첫째는 청와대의 그 누구를 표현한 것 아니냐 하는 비판입니다. 몇개의 글에서 이런 내용을 보았는데, 얼굴이 닮지 않았을뿐더러 또 일부러 닮지 않게 그렸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다시피 피해를 입는 사람은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포함됩니다

두 번째로 강간을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소재입니다. 보는 사람도 그렇고 여성이 아닌 남성도 당연히 불쾌감을 느낍니다. 그림을 그리는 저 또한 상당히 불쾌감을 가지고 그렸습니다. 어떤 분의 글에 ‘성폭력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 선정성이 있다’라고 썼는데 그 의견에는 반대합니다. 보는 사람의 다양한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보일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했거나 당할 수 있는 성폭력의 대상인 여성의 입장에서의 불쾌감 내지 공포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고문을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나 기타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소재들을 제약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간의 메타포’에 관해서입니다. 저는 이 말에 여러분이 이야기하는 핵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에는 가부장적 남성관, 여성의 비하,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 국가관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알게 모르게 형성되어있는 가부장적 남성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일단 저에 대한 변론을 하자면 만화에서 여성은 남성이 지켜야 할 대상으로서 그린 것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 남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남편이 당하는 상황이고 아내가 지켜본다면 남편이 아내가 지켜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죠.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상황에서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일 때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성 인권에 대해 생각해온 저로서도 당혹스러울 정도의 비판의 몰매를 맞았을 때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남성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는가 다시 한번 성찰해봅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상처를 준 점 깊게 사과드립니다. 좀더 공부를 하고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더 여성 인권에 대해 노력하겠습니다. 애정어린 충고의 글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조남준/ 시사SF 작가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