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고통, 남성의 고통
여성주의 시각에서 징병제 문제를 짚어본 이번호 조선희님의 논단 ‘군대와 여자’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징병제 문제가 워낙 폭넓어서 여러 시각에서 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성들이 군대 가기 때문에 받은 피해에 대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겪는 사회적 불이익 앞에서 얘기도 꺼내지 말기”를 바란다는 부분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겪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이 심각하다는 것을 남성들이 군대 가서 고생하고 받는 불이익과 견주면 우리는 또다시 감정적이고 소비적인 논쟁을 되풀이해야 하니까요. <한겨레21>은 징병제 문제를 몇해째 집중적으로 다뤄온 유일한 매체로 여론의 방향을 제시해나가는 입장에서 이제는 좀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다뤄줘야 한다고 봅니다. 논단은 <한겨레21>의 주된 입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남녀 누구의 고통이 더 큰가가 아니라 서로가 고통받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과 군대에 감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들을 별개 문제로 보고 그 해결점을 함께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영수/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편히 일 볼 수 있는 그날을 위해
10년 동안 변비와 치질이 내 시간을 갉아먹었다고 생각해서 억울해한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치유’를 믿고 각별한 애정과 사랑()으로 똥꼬를 잘 보살펴 3개월가량 의자에 맘 편히 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언제 또 앉기 힘들고, 걷기조차 힘들며, 배는 아픈데 화장실 가는 게 두려워지는 때가 올지 알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기사를 보게 돼 무척 반가웠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스트레스와 음식도 1차적 문제지만, 정말 변의를 느낄 때 편히 볼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화장실 수를 쉽게 늘릴 수 없으니 ‘화장실 한줄 서기’운동을 확산시켜, 뒤에 기다리는 사람으로 인한 초조함에 오랜만에 느끼는 변의를 잃는 일이 없길 바란다(정말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오랜 기다림과 향기를 느끼게 하기엔 너무나 미안한 일이므로…). 정말이지 말하기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쓴 체험기는 눈물겨웠고, 수술대 위에 기자가 엎드려 있는 사진이 인상적이라 웃음이 났는데(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저도 울었습니다), 이제는 편안한지 안부를 묻고 싶다. 행복해야 해요! 조정화 누가 부재자 투표를 막는가 고향은 대구고 서울에 공무원 시험 준비하러 올라온 학생이다. 이번 대선은 내가 처음으로 하는 대통령 선거기도 하고, 꼭 내 한표를 행사하고 싶은 차에 부재자신고라는 현수막을 보게 됐다. 현수막에는 11월21~25일까지 부재자투표 신고를 구청에서 받는다고 돼 있었고, 그 밖의 다른 구체적 말은 적혀 있지 않았다. 현수막을 본 것이 11월23일 저녁이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24일은 일요일이라 구청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25일(월요일) 수업이 비는 시간에 짬을 내어 친구 몇명과 노량진동사무소를 찾았다. 부재자투표 신고를 하러 왔다고 하니 관계자가 “지금 편지를 부치면 도착하겠느냐”라고 반문한다. 무슨 편지를 부친다는 것인가 의아해했더니 벽에 붙은 부재자신고 요령을 가리키는데, 작은 글씨로 11월25일까지 주민등록이 등록된 곳까지 신고서가 도착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부재자투표 신고기간을 단지 5일만 정해놓은 것도 그렇지만 그 가운데 토요일과 일요일을 끼워놓아 명목만 5일이지 실제 기간은 3일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신고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도착시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우편사정을 고려할 때 하루만 부재자투표 신고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으로 다른 지역에 나와 신고를 하는 나와 친구들로서는 내 권리가, 내 소중한 한표가 이렇게 어이없이 버려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다 못해 문학작품이나 응모엽서를 보낼 때도 기한 마지막날 우편소인만 붙어 있으면 되는데, 국민의 소중한 권리에 관한 부재자 신고서는 왜 이렇단 말인가. 박민경/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1동 한국의 자존심은 어디 갔나요 저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입니다. 엄마와 아빠께서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해서 저도 꾸준히 읽어오다가 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순이와 미선이가 나와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도 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순이와 미선이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나이로 치면 저보다 한살 많은 언니가 장갑차에 끔찍하게 깔려 숨진 것입니다. 저는 인터넷에서 참혹한 사진을 보았습니다. 아직 안 본 어른들은 그 모습을 상상도 못 할 것입니다. 뇌가 터져나오고 몸이 납작해지고 다리도 날아가버렸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아무 말도 안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은 그런 일을 저지른 미군들이 무죄를 받은 것입니다. 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은 한국에 대단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남준 아저씨 만화처럼 한국 군인이 미국 여중생을 깔아뭉갰다면 현실에서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엄청나게 트집잡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국제적인 모든 권한을 빼앗으려고 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게 뭐죠 정치인들도, 국방부 장관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대통령 할아버지도 아무 말을 못하니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번에 새로 소파를 개정한다는데 제발, 제발 정신차려서 한국의 자존심을 되찾으면 좋겠습니다. 오새봄/ 제주도 제주시 도남동 <독자만화>
10년 동안 변비와 치질이 내 시간을 갉아먹었다고 생각해서 억울해한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치유’를 믿고 각별한 애정과 사랑()으로 똥꼬를 잘 보살펴 3개월가량 의자에 맘 편히 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언제 또 앉기 힘들고, 걷기조차 힘들며, 배는 아픈데 화장실 가는 게 두려워지는 때가 올지 알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기사를 보게 돼 무척 반가웠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스트레스와 음식도 1차적 문제지만, 정말 변의를 느낄 때 편히 볼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화장실 수를 쉽게 늘릴 수 없으니 ‘화장실 한줄 서기’운동을 확산시켜, 뒤에 기다리는 사람으로 인한 초조함에 오랜만에 느끼는 변의를 잃는 일이 없길 바란다(정말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오랜 기다림과 향기를 느끼게 하기엔 너무나 미안한 일이므로…). 정말이지 말하기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쓴 체험기는 눈물겨웠고, 수술대 위에 기자가 엎드려 있는 사진이 인상적이라 웃음이 났는데(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저도 울었습니다), 이제는 편안한지 안부를 묻고 싶다. 행복해야 해요! 조정화 누가 부재자 투표를 막는가 고향은 대구고 서울에 공무원 시험 준비하러 올라온 학생이다. 이번 대선은 내가 처음으로 하는 대통령 선거기도 하고, 꼭 내 한표를 행사하고 싶은 차에 부재자신고라는 현수막을 보게 됐다. 현수막에는 11월21~25일까지 부재자투표 신고를 구청에서 받는다고 돼 있었고, 그 밖의 다른 구체적 말은 적혀 있지 않았다. 현수막을 본 것이 11월23일 저녁이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24일은 일요일이라 구청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25일(월요일) 수업이 비는 시간에 짬을 내어 친구 몇명과 노량진동사무소를 찾았다. 부재자투표 신고를 하러 왔다고 하니 관계자가 “지금 편지를 부치면 도착하겠느냐”라고 반문한다. 무슨 편지를 부친다는 것인가 의아해했더니 벽에 붙은 부재자신고 요령을 가리키는데, 작은 글씨로 11월25일까지 주민등록이 등록된 곳까지 신고서가 도착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부재자투표 신고기간을 단지 5일만 정해놓은 것도 그렇지만 그 가운데 토요일과 일요일을 끼워놓아 명목만 5일이지 실제 기간은 3일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신고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도착시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우편사정을 고려할 때 하루만 부재자투표 신고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으로 다른 지역에 나와 신고를 하는 나와 친구들로서는 내 권리가, 내 소중한 한표가 이렇게 어이없이 버려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다 못해 문학작품이나 응모엽서를 보낼 때도 기한 마지막날 우편소인만 붙어 있으면 되는데, 국민의 소중한 권리에 관한 부재자 신고서는 왜 이렇단 말인가. 박민경/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1동 한국의 자존심은 어디 갔나요 저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입니다. 엄마와 아빠께서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해서 저도 꾸준히 읽어오다가 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순이와 미선이가 나와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도 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순이와 미선이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나이로 치면 저보다 한살 많은 언니가 장갑차에 끔찍하게 깔려 숨진 것입니다. 저는 인터넷에서 참혹한 사진을 보았습니다. 아직 안 본 어른들은 그 모습을 상상도 못 할 것입니다. 뇌가 터져나오고 몸이 납작해지고 다리도 날아가버렸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아무 말도 안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은 그런 일을 저지른 미군들이 무죄를 받은 것입니다. 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은 한국에 대단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남준 아저씨 만화처럼 한국 군인이 미국 여중생을 깔아뭉갰다면 현실에서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엄청나게 트집잡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국제적인 모든 권한을 빼앗으려고 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게 뭐죠 정치인들도, 국방부 장관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대통령 할아버지도 아무 말을 못하니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번에 새로 소파를 개정한다는데 제발, 제발 정신차려서 한국의 자존심을 되찾으면 좋겠습니다. 오새봄/ 제주도 제주시 도남동 <독자만화>

이성열 ddir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