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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디지털 TV, 수치를 남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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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1-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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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독자 l 전국언론노조 DTV특별위원장 박병완씨

“다른 일반 시사잡지와 달리 <한겨레21>은 비판적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점이 좋아요. 사회 이슈에 대해 균형잡힌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좋죠. 지금과 같은 비판적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주세요. 그 점 때문에 <한겨레21>을 보니까.” 전국언론노조 디지털TV특별위원장 박병완(43)씨는 이런 평가를 내린다.

TV를 유심히 보는 사람이라면, 또는 디지털 방송 방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끔 TV 화면에서 눈이 크고 이목구비가 번듯하게 잘생긴 박병완씨를 만날 수 있다. 현재 방송계 초미의 관심사인 디지털TV 전송방식 변경 논의의 핵심인물로서 관련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니까. 얼마 전에도 그는 전파를 탔다. 여담이지만 그는 화면보다 실물이 훨∼ 낫다.

학창시절에는 학생운동에 별 관심없이 지낸 그가 정부에 대항하는 괘씸한() 운동에 앞장선 계기는 무엇일까 공학을 전공하고 문화방송에 기술직으로 입사한 그는 방송이 무엇인지 더 알고 싶어 서강대 언론대학원에 진학해 향학열을 불태웠다. 논문 주제를 고민하다가 전공을 살려 디지털 방송방식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이미 채택한 미국 방식에 기술적 약점이 있음을 알게 됐다.

학업을 끝내고 2000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그는 방송방식에 대해 관심이 있는 주위 동료와 선배들, 관련자들을 만나 논의를 거치며 자신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이러한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디지털TV 전송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기술인으로서 방송 전송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또 실무자로서 후대에 대한 수치라고 생각해요. 전송방식은 한번 결정하면 최소한 30년 이상 가요. 그러니까 잘못된 결정은 후유증이 엄청 클 수밖에 없죠.”

YMCA·여성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나섰다. 방송방식 변경이 기술인들에게 아무런 개인적인 이득이 되지 않음에도 나서서 활동하는 것을 보며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활동에 애로사항은 없을까. “미국식으로는 방송 서비스도 제한되고 추가 서비스에 대해 돈을 더 내야 하는데, 기술적인 부분이 많다 보니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참 힘들어요. 너무 전문적 분야라서 일반인들은 자신들의 문제인데도 무관심한 것 같아요.” 그는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가 됐으면 더 바랄 게 없다며 다음 약속장소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이경숙/ 4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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