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독자 l 회사원 허현씨
늘 같은 중심에서 세상을 보기에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애써 멋지게 포장하지 않아도 골동품 가게에서나 맡을 수 있는 은은한 향이 나는 허현(29)씨가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시간에 쫓겨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그지만 어느 것에 대해 물어도 “언제 저런 걸 다 알았지” 싶을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소유한 그를 쓸쓸한 서울의 빌딩숲에서 만났다.
대학 시절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연극모임·학회모임과 그 당시 ‘붉은 색’이 강하다던 풍물패까지…. 풍물패 선배인, 이제는 세계적 스타가 된 <오아시스>의 문소리씨와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쉽다는 푸념 섞인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참 매력이 많은 사람이다. 비싸고 세련돼보이는 양주 한잔보다,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을 함께 들이켜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부담 없이 나누고 싶은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더 진보적으로 바꾸고 싶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늘 학교에서 생활해서였을까. 거제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그가 <한겨레>를 처음 만난 건 과방에 굴러다니는 신문과 잡지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자신의 생각과 맥을 같이한 <한겨레>와의 인연은 ‘하니 리포터’로 이어졌고,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어서였는지 <씨네21>을 2년 넘게 정기구독하는 ‘한겨레족(族)’이 되었다. 이런 그인데도 <한겨레21> 독자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 건 자신이 “고민이 많은 고민남”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해온 진보적인 생각이 현실과 많이 부딪치면서 내면적인 고민이 더해진다니, 한국에서 살아가는 진보분자들의() 고민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는 <한겨레21>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자신의 가치관을 잘 표현해주는 언론이기도 하지만, 짧은 컷에 그때마다의 시사 이슈를 잘 잡아내는 ‘시사 SF’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있지 않으냐며 동료의 옆구리를 찌르는 모습을 보니 진짜 팬인가 보다.
그러나 그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겨레21>에 정체성 혼란이 일어났다는 질책도 빼놓지 않는다. 굳이 <한겨레21>이 다른 매체처럼 속과 겉포장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저변 확대를 신경써야 할 때가 아니냐는 걱정도 곁들여서 말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과 같은 ‘일반 진보분자’들이 남아 있는 한 괜찮을 거라며 멋쩍게 웃는다. 사진을 근사하게 찍어달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이 노란 가을빛을 내는 은행잎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점심시간이었다. 소리나/ 5기 독자편집위원

그러나 그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겨레21>에 정체성 혼란이 일어났다는 질책도 빼놓지 않는다. 굳이 <한겨레21>이 다른 매체처럼 속과 겉포장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저변 확대를 신경써야 할 때가 아니냐는 걱정도 곁들여서 말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과 같은 ‘일반 진보분자’들이 남아 있는 한 괜찮을 거라며 멋쩍게 웃는다. 사진을 근사하게 찍어달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이 노란 가을빛을 내는 은행잎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점심시간이었다. 소리나/ 5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