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독자 l 황신혜 밴드 리더 김형태씨
김형태씨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황신혜밴드 공연을 보거나 그의 전시회를 찾아서가 아니다. 그가 <씨네21>에 연재 중인 오컬트에서 가슴 한켠이 싸해지고 입술이 굳게 다물어지는 글 하나를 읽었기 때문이다. 바보들의 행진을 세번 보고서야 병태와 영자가 바보인지 깨달았다는 그 글. ‘도시 속에 갇혀버린 고래’ 삽화와 ‘우리들 세상은 언제 올까’라며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는 20대 청춘에게 보내는 안타까움과 애잔함은 20대 후반의 바로 나를 위한 것이었다.
겨울 같은 가을 저녁, 홍대 앞 커피숍에서 만난 그에게 내가 던진 첫 질문은 가벼운 것이었다. “콘서트 의상, 홈페이지가 화려하던데 오늘도 노란색 옷을 입고 오셨네요.” 일찌감치 미술·공연과 같은 ‘업계’ 관련 소식을 제외하고 그가 가진 삶의 ‘눈길’을 알고 싶은 나로선 첫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가 묵직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이렇게 많은 이들 가운데 색깔옷을 입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더 놀랍지 않습니까 저는 획일화된 제도보다 위험한 것이 자기검열이라고 봐요.” 그는 억압을 받은 집단일수록 다양성이 없으며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강요라고 대답한다. 나아가 새 세대의 개성 또한 그들이 새로운 경제 주체가 되었고, 상업주의에 이용됐을 뿐이지 사회 근저에 흐르는 집단주의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남다른 시각은 20대부터 행복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일상을 하나씩 대입해봄으로써 정립됐다. “멀리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해보세요. 돈 모으고 휴가 갔다 와선 산더미처럼 쌓인 일에 시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여행이라는 작은 행복은 시작되기도 전에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고작 일에 시달리고 집에 들어와 잠든 애 얼굴 보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죠.” 그는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데 대한 불안함이 ‘그것 아니면 비정상’이라는 교육을 12년 동안 몸과 마음으로 배운 탓임을 깨달았다. 2시간여 동안 나눈 대화에서 거대한 매트릭스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네오’(neo)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권력·돈·가정이란 거짓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며 진을 빼내는 것이 매트릭스와 무엇이 다른가 그는 자신이 시스템과 싸우고 생존하는 방식을 “예술로 세상을 바꾸려면 예술인지 몰라야 한다”라는 말로 정의내렸다. 하여 감쪽같은 예술로 황신혜밴드를 시작한 지 6년이 되었다. 놀랍게도 한국방송은 1집 <만병통> 전곡을 방송 금지하며 시스템 ‘요원’으로서의 예민함을 드러냈다. 그래서 2집 음반 이름을 <건전가요>라 짓고 감쪽같이 시스템에 진입했다. 거미줄처럼 엉킨 시스템에선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일지 모른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생존자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홍창욱/ 4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