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독자 l 한양대 록밴드 ‘ISTORIA’ 멤버 박영웅씨
“소주나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죠.”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한양대 앞 왕십리 삼겹살 골목에서 박영웅(27)씨를 만났다. 76년 광주생, 99년 한양대 인문대 학생회장. 내가 그전까지 그를 알던 직함의 전부였다. 그러나 얘기를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경력들이 쏟아져나왔다. 고등학교 때 그룹사운드 멤버였다가 대학 와서 사학과 록밴드 ‘ISTORIA’에 베이시스트로 합류했다. 98년에 사학과 학생회장을 했고 99년에는 인문대 학생회장, 그리고 입대하여 얼마 전 제대한 뒤 다시 밴드에서 기타리스트 겸 보컬로 활동한단다. 학생회장과 그룹사운드의 기타리스트….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하지만 뭐든지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간다.
<한겨레21>을 언제 처음 봤냐는 질문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우리집은 아버지가 <한겨레> 애독자거든요. 아버지 말씀이 ‘조중동 같은 다른 신문들 기사는 신문 안 보고 TV 뉴스만 봐도 다 안다. <한겨레>는 기사의 논조가 다른 매체와 달라서 신문답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동생이 <한겨레21>을 정기 구독하고 있어요. 나야 뭐, 옆에서 뺏어 봤죠. 아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봤을 거예요. 군대에서도 매주 보기는 힘들었지만 거의 빠짐없이 봤어요.” 완전 ‘<한겨레> 가족’이다. 몇달 전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독자편집위원회에 나온다며 내 얼굴을 먼저 알아본 까닭이 있었구나….
“<한겨레21>은 사람들의 생각 속 그늘을 찾아서 드러내는 데 탁월한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열심히 읽었던 최근 기사가 바로 사병 월급 현실화에 대한 글이었어요. 제대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열심히 잘 쓴 기사 같았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군대에 대한 문제제기를 잘 안 하잖아요. 하지만 무의식, 또는 반의식적으로 문제에 대한 건 다 알고 있거든요. 그런 점을 <한겨레21>이 딱 짚어서 쓴 것 같아요. ”
최근 그는 개혁적 국민정당 한양대 학생위원회를 준비 중인데 진행속도가 더뎌 걱정이 많다. “사이버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좀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힘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아요. 이전의 노사모도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10%가 안 된다고 하던데.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활동이 좀 둔화된 것 같아 걱정이에요.”
생활 속의 진보, 생활 속의 정치를 말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박영웅. 마지막에 이 말 꼭 써달란다. “저 군대에서 담배 끊었어요. 대단하지 않아요” 금연열풍에서 그도 예외가 아니었던가. 피우던 담배를 끄고 술잔을 기울였다. 개혁적 국민정당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백대현/ 4기 독자편집위원

백대현/ 4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