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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20년의 외도, 우리 역사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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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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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독자ㅣ한국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 김환영씨

사진/ (박승화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인 김환영(51)씨는 82년 일본에 유학가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우리 일본인들이 4∼6세기 200년 동안 임나일본부를 두고 한반도를 지배했는데, 겨우 30년 식민지배한 것 같고 너무 호들갑떠는 것 아닙니까.” 김씨의 ‘외도’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유학 중 일본과 한국 역사에 관련된 전문서적들을 독파하며 일본의 조작된 역사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광개토왕비 조작 근거를 찾아내고, 단군의 의미를 새로이 발견하고, 일본 국가의 기원을 연구하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에 탄식을 금치 못했다.

김씨는 최근 <왜국유감>(다래)이라는 두권짜리 책을 펴냈다. “10년 전 일본에 대한 책이 갑자기 유행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오류도 많고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국유감>은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20년 동안 혼신의 힘을 기울인 어느 공학자의 ‘외도’의 결정판이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4년 전 외환위기 이후 집필을 시작했다. “영국 브리태니커 사전도 임나일본부를 잘못 기술하고 있고 각국 역사서에도 잘못 기록돼 있죠.” 그는 이 책에서 일본 사회·문화 분석, 우리 고대사의 수수께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교육·환경 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남달랐다. 고1 때는 매일 세계 지도를 펴놓고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만주를 되찾을까를 고민하던 ‘별종’이었다고. 고2 때부터 공학을 전공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공부를 시작했다. “돈을 많이 벌고 난 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했죠. 사실 공학만 전공한다고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었는데….” 지금도 그는 연구업무 외에 홈페이지(www.hwanyoung.net)를 만들어 우리 고대사 외에 사회·경제 문제에 대한 의견들을 알리고 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그가 <한겨레21>을 구독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가끔 친구들에게 <한겨레21>을 보라고 권유하면 “그거 빨갱이 잡지 아냐?”라는 질문을 하곤 해 가슴 아플 때가 있다고. 안티 이미지가 강한데, 좀더 균형 있는 기사들을 많이 써줬으면 한다.

그는 앞으로 중국에 가서 중국사를 연구해볼 꿈을 꾸고 있다. 김씨와의 만남은 인터뷰가 아니라 일방적인 ‘강연’에 가까웠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의 문제점까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그의 지식욕은 중국에서 또 어떤 성과를 가지고 올까.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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