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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27호를 보고

429
등록 : 2002-10-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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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은 어디에 쓰이는가

해마다 여러 기관(방송사 등)에서 수재민돕기다 불우이웃돕기다 성금을 모으고 있습니다만, 항상 그런 걸 볼 때마다 의문이 생기곤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저금통 털어 몇 학년 몇반 일동으로 모은 성금, 어머님이 이런 건 몇통 해야 한다며 전화해 모은 성금. 그런 성금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성금을 내는 분들은 다들 궁금해할 것입니다. 수재민돕기성금이라고 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실제 어떻게 나눠주고, 수재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모든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이 투명하게 알려지면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 성금 내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성금도 더 많이 걷히고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금모금단체는 성금의 수입내역과 지출내역을 투명하게 공시하면 좋겠습니다. 회계법인의 간이감사 같은 걸 받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으로 얼마 이상의 성금을 모으고 그것을 나눠주는 경우에는 외부 제3자의 눈길로 감사를 받고 이를 신문 등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과정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소 사고와 많이 동떨어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 시점에 그러한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류호연

기막힌 1만6500원


이번호 군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때마침 이번에 형이 군대에 입대하는 시기다. 그래선지 군대에 대한 기사를 더욱 눈여겨봤다. 표지를 보고 나서 혀를 내두를 만큼 기가 막혔다. 사병의 한달 월급이 고작 1만6500원이라니, 고교생 참고서 한권 값이다. 이것은 뭔가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군대에서의 훈련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젊은이의 예민함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 일반화된 현상이라면 그에 대한 심리적·정신적인 보상이 고작 1만6500원에 그쳐야 하는가. 목숨을 걸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데 비해 너무 초라한 대가가 아닌가. 국방비 대비 인건비 가운데서 사병인건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읽었다. 사병의 월급이 이토록 적은 까닭은 무엇인가. 군사문화 세뇌의 영향으로도 부족해 사병의 인권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가. 최소한 사병의 생활유지비는 주어야 하지 않는가. 국방부는 사병의 권리를 되찾아줘야 한다.

이창섭/ 서울시 성북구 성북2동

용감한 아줌마에게 박수를

이번호 사람과 사회 ‘여중생 죽음을 헛되이 말라’를 읽고 평범한 주부 유순득씨가 어린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를 100일째 하고 있다는 내용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바쁜 일상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아줌마가 힘없는 나라를 보며 분노하고 저항하는 모습이 새롭기만 하다. 또한 유순득씨와 함께 인터넷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내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까지 생겼다니 새삼 그들의 용기에 감탄할 뿐이다. 나 역시 아줌마의 한 사람이지만 식구들에게 얽매여 내 식구들만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부끄러워진다. 정의로운 유순득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선옥/ 전북 순창군 인계면

농촌, 절망과 냉소를 넘어

저는 현재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입니다. 이번호 경제면에 실린 농촌문제에 대해 공감하는바, 이렇게 글을 씁니다. 본문에 충북 진천에 대한 기사가 실려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저희 외가가 있고, 저희 집 역시 진천에서 가까운 경기도 안성 농촌마을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촌문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하면, 여의도에서의 시위나 고속도로 점거농성을 떠올립니다. 심지어 그걸 보고 “제 빚도 제가 못 갚겠다고 떼나 쓰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국민성까지 운운하며 교단에서 열변(?)을 토했다는 한 고등학교의 교사에 대한 이야길 들었을 땐 말 그대로 너무 참담했습니다. 제 고향친구네 역시 과수원을 합니다. 나름대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그 친구와 농촌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저희에겐 현실문제이니까요. 웬만한 승용차 한대 값보다 더 비싼 트랙터, 이앙기 등의 기곗값, 정부의 저곡가 정책, 농산물 시장개방 앞에서 빚쟁이 안 될 농민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겠습니까? 어린 나이에 늘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분명 우리가 출하할 땐 턱없이 싼 값이었는데, TV 뉴스를 보면 도시에선 무슨 과일·채소 값이 그리도 비싸다고 난린지. 산지에서 싸게 나가더라도 일단 도매상, 소매상을 거치면 값은 뛰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직거래를 하는 농민들이 있단 말은 듣긴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니 뭐니 하는 방법은 소수 농민의 얘기가 아닌가 합니다. “난 절대 과일가게 앞에서도 저 배가 왜 저리 비싼지 따지지 않아. 비싸면 당연히 비쌀 만한 까닭이 있었을 테고, 그 값에 내가 산다고 해도 산지에서 보낼 땐, 분명 저것보다 못한 값이었을 테니까”라는 친구의 말은 이젠 차라리 냉소에 가깝습니다. 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쌀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개방이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더 이상 신토불이 외치며 무조건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고 주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갈수록 노령화하는 농촌의 인력과, 가격 경쟁력 상실을 눈으로 보며, 이대로는 힘들겠단 생각만 할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겨레21>에서 제시한 대안이 기대가 됩니다. 11월13일, 전국농민대회가 있다는데요, 이번엔 좀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정보도 많이 수집하고 꼼꼼히 준비해 친구와 함께 꼭 참여할 생각입니다.

우상래

<독자만화>

이성열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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