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독자 l 남로당 여성우원 페니레인
“애널섹스가 궁금하더냐?”, “론 제러미(Ron Jeremy·미국의 유명한 남자 포르노 배우)를 알려주마”, “손을 이용한 명랑 꼬추 마사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남녀불꽃노동당’(남로당·www.xddanzi.com)의 당원이 된 뒤 애널섹스에 대한 글을 읽고 애널에 대한 정서적 부담감이 사라졌을 정도로 적나라한 글. 그 글의 필자이자 남로당의 ‘여성우원’인 페니레인(필명)을 만났다.
그를 만난 까닭은 성인정보사이트의 여성 필진, 그 외로운 섬의 존재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방송 작가, 게임 시뮬레이션 기획가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올 초 애널섹스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남로당의 상근요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남로당=성인정보사이트’라는 등식에 멀고 먼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성우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레드에 못지않은 핑크콤플렉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성욕구를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개인적 취향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는 극단적 소재에도 마찬가지예요. 강간에 대한 판타지가 강간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스너프·몰카 등의 불법영상은 제외하고요.” 현실에 있는 다양한 욕구와 취향을 마치 없는 것인 양 억압하는 것은 그의 말마따나 핑크콤플렉스의 위력이 아닐지? 이는 노인들의 성표현을 담은 영화 <죽어도 좋아>의 검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흔히 우려되는 과도한 성표현과 성범죄의 상관성에 대해 그는 “포르노가 성욕을 일으킨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겁니다. 성욕이 있기 때문에 포르노를 보는 거죠”라는 대답으로 일침을 가하고 “포르노의 합법화를 통해 관련 종사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불법 포르노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성해방의 그날까지’의 기치를 내건 그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대학 시절 <한겨레21>을 접했다. 심도 깊은 국제기사들이 인상깊었다는 그는 <한겨레21>에 성관련 고정지면이 없음을 지적했다. 그에게 새로 연재를 시작한 ‘색정만가’를 보여주었더니 “남로당이 참여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성관련 지면이 생긴 것에는 만족해했다.
“남로당이면 다를 줄 알았는데 별거 없네”라고 느끼는 독자들은 섣부른 판단을 버리기 바란다. 남로당엔 성표현물을 바라보는 여성의 시선이 있으며, 이들의 활동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던 여성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의 섬이 모여 또 다른 대륙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당사자의 요청으로 사진은 게재하지 않습니다.)
홍창욱/ 4기 독자편집위원

홍창욱/ 4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