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세상을 바꾸고 싶은 주부

421
등록 : 2002-08-08 00:00 수정 :

크게 작게

독자가 만난 독자 l 주부 박귀선씨

“저같이 평범한 가정주부가 나와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유치원 선생님을 꿈꾸는 9살 주은이와 의사선생님이 되고 싶은 5살 지은이 두 자매를 둔 주부 박귀선(37)씨는 걱정스러운 듯 이렇게 말했다. 부산에서의 학창시절과 서울에서의 직장생활, 결혼 뒤 현재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대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그는 나름대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도 간직하고 있단다. “집에만 있어서 혹시 편협한 시각으로 살게 될까봐 <한겨레>와 <한겨레21>을 꼭 챙겨 봅니다.”

<한겨레21>의 모든 코너를 꼼꼼히 읽는 그는 그 중에서도 휴먼 포엠과 박노자 교수의 세계와 한국에 애정을 느낀다고. “휴먼 포엠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제 자신을 다잡는 거울로 삼고 있습니다. 저 역시 노동자의 아내로 살고 있지만 노동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너무 모르고 무관심하게 살았던 게 후회돼요. 박노자 교수의 칼럼을 읽으면 가끔은 제3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마이너리티, 사람과 사회, 아시아 네트워크 등은 다른 주간지에서 볼 수 없는 <한겨레21>만의 색깔을 지닌 코너라서 두세번씩 읽을 때도 있다고 한다. 여성기사와 교육문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여자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으로 여성이 차별받지도, 여성이라서 특별히 우대되지도 않는 세상을 바란다고.

차분하게 인터뷰하던 그가 갑자기 흥분된 어조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미군 장갑차 사건은 계속 다루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건은 다른 사건들처럼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끝까지 추적해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하게 경종을 울리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그들에게 이제 우리 사회도 성숙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을 물어보았더니 다소 엉뚱하게 “술·담배 광고가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라고 되묻는다. 아이들이 미술 재료로 가끔 잡지책을 가져갈 때가 있는데 속에 있는 술·담배 광고를 찢고 준단다. “<한겨레21>에서 증자라도 해서 재정에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도 참여해야죠.”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피하고자 지난해 가을부터 아파트 단지의 아줌마들과 배우기 시작한 플루트가 이제는 답답할 때 악보를 보고 연주할 정도가 되었다는 박씨. 정부가 국민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들을 많이 추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결국 사회를 바꾸는 것은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 매달 생활비의 일정부분을 시민단체와 공익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그의 소망처럼 보통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동화/ 4기 독자편집위원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