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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선거에서는 페어플레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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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7-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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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독자 ㅣ 고양시 바른선거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정병건씨

“어, 좋은 사람 있어!” 친구에게 <한겨레21> 독자로 적당한 인물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병건씨를 추천한다. 여러 가지로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전통찻집에서 만난 그분의 첫인상은 “아!”였다.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던가? 50살의 남자 얼굴이 이렇게 맑고 온화할 수가. 역시 반듯한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는 삶은 그 향기가 은은히 배어나오나 보다.

“어떤 계기로 바른선거시민모임(바선모)을 하게 되셨는지요?” 앉자마자 쏟는 질문에 “99년 8월 고양시 보궐선거를 계기로 뜻있는 일을 해보자 해서 문인·예술인·종교인 등과 함께 제가 살고 있는 고양시에서 바선모를 결성했지요”라고 친절히 설명해준다.

바선모는 선거철에는 공정한 선거를 위한 감시활동과 정책토론회 개최나 지원을 하고, 평소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민주시민대학 강좌를 개설하거나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예비 유권자인 고등학생들에게 선거교육을 한다. 선거를 통해 좋은 후보가 선택되면 자연스레 우리 정치권도 바뀐다는 게 정씨의 지론이다.

4·13 총선에서는 전국 최초로 ‘페어플레이상’을 만들어 민노당 김두수 후보에게 수여했단다. 홈페이지(www.basunmo-koyang.or.kr)도 예쁘장하게 꾸며놓고 다른 사람을 비판하려면 먼저 자신이 투명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후원회비 사용내역도 올려놓았다. 또 6·13 지방선거에서는 문화방송에 제보하여 불법선거운동 현장이 생생히 전국으로 전달되는 성과를 거뒀다. 58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0개 팀으로 나뉘어 바선모 신분증을 달고 여기저기 누비며 감시활동에 나섰다. “고양시에서는 선관위보다 오히려 우리 바선모를 더 신뢰해요. 제보가 들어오면 반드시 그 사항을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은 경찰이나 선관위에 신고하거든요. 어떤 회원은 아는 후보들의 후원압력에 시달리다가 아예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고 바선모에 가입한 분도 있어요. 나는 바선모 회원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지원활동 요구하지 마라, 이러면서요.”


돈버는 것도 아니고 심신이 고달픈 일을 왜 하느냐는 우문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라는 현답을 돌려준다. 그는 <한겨레21>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한겨레21>은 여전히 과거지향적인 면이 많아요. 독재정권하에서의 강경한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하기를 꺼리는 것 같거든요. 이제는 좀더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여 개혁과 진보의 정신을 나누면 좋겠어요.” 개인사업을 하며 틈틈이 바선모를 이끌어가는 정씨와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그래, 세상은 살 만하구나”라는 뿌듯함을 느꼈다.

이경숙/ 4기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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