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독자 ㅣ 버스운전기사 안건모씨
스물일곱살 되던 1985년부터 버스와 인연을 맺어 17년째 버스운전기사를 하는 안건모씨. 지금은 화전과 홍은동을 오가는 147번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한 노선에서 오래 운전하다 보니 자신의 버스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과 친해졌다. 이제는 그 아이들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앞·뒤차 간격을 맞춰야 하는 것과 시간 안에 정류장에 도착해야 하는 것, 또 가끔 있는 손님들과의 마찰 등의 부담감 때문에 성격이 난폭해져서 걱정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져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도 잘 안 되네요.”
해마다 되풀이되는 파업으로 버스요금은 올라가지만 서비스 개선은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사람들은 버스요금이 오르면 기사들 월급도 올라갈 거라 생각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근무조건이 처음 시작했던 1985년과 별반 다를 게 없으니까요. 알맞은 급여조건에 8시간씩 일하고, 쉴 때 쉬면서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면 어느 기사가 불친절하게 대하겠습니까?”라고 항변한다. 버스기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기사들에게 욕 못할 거라고. “파업 때 우리도 운전하고 싶어요. 시민들 발이 묶이니까요. 근데 회사에서 ‘당신 버스 운행하면 해고야’ 하는데 어느 누가 운전대를 잡습니까?” 자세한 내막도 모르면서 서비스 운운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안씨는 함께 일하는 버스 노동자들과 <버스일터>라는 글 모음집을 펴내고, <시내버스를 정년까지>라는 글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노동당원으로서의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왜 활동하냐고요? 내가 편하려고 그러죠. 내 권리 찾으면서 바꿔나가면 내 동료들의 권리도 찾고, 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대할 때도 친절해지죠. 다 같이 편해지잖아요.”
<한겨레21>에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물음에 의외의 대답을 했다. “<한겨레21>이 매주 나오는데 솔직히 나 같은 노동자들이 사서 보기에 3천원이라는 돈이 너무 비싸요. 종이 질을 좀 낮게 해서 가격을 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종이 질이 안 좋다고 <한겨레21> 사볼 사람이 안 사볼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도 <한겨레21>에 애착이 가는 이유를 묻자 “제목들이 너무 재미있잖아요. 또 생각이 가장 진보적이니까 보죠. 제일 낫잖아요”라고 말한다. ‘아하’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는 ‘한홍구의 역사이야기’와 가슴 찡하도록 감동스러운 ‘하종강의 휴먼 포엠’이 좋다는 안건모씨. 인터뷰를 마치고 손님으로 자리를 같이한 버스 안에서 차창 밖을 가리키며 “저 아이도 147번 타려고 뛰어오는 거예요. 조금만 기다렸다가 태우면 되죠”라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김선의/ 4기 독자편집위원

사진/ (김선의)
김선의/ 4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