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에 대한 다른 생각
특별대담 ‘붉은악마가 계급의식을 흐린다?’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붉은악마의 열기 속으로 선뜻 합류하기를 주저하게 했던, 마음속의 그 무언가에 대한 의문을 꼭 집어내준 대담이었습니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과 학교 앞 병원 파업 노조원의 보라색 티셔츠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 낙관하자”는 박노자씨의 마무리 발언 또한 지금 한국을 평가하는 가장 적절하고 기분좋은 것이었고요.
김민정/ 서울시 관악구 신림9동
용기 있는 독설, 그러나…
이번호 문화면에 소개된 윤범모 교수의 <미술본색> 서평 잘 읽었습니다.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고질적 문제들을 껴안은 미술계라는 거대한 집단에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는 내용인 듯싶습니다. 흥미 있는 내용이고, 무엇보다 그런 발언을 해내는 윤범모 교수의 뚝심도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가 지적하듯 병폐가 만연한 미술계에서 윤범모 교수가 차지해온 위치를 보면, 그 역시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당신도 그러한 방법으로 미술계에서 살아남지 않았느냐”라는 비판도 합니다. 이 서평에는 윤범모 교수가 지적한 문제점과 그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용기만을 다루었지, 한 사건에 대한 균형있는 시각은 부족했다는 느낌입니다. 무명/ 부산시 서구 부민동 학교체육의 현주소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날, 전라도 땅끝 이곳 작은 시골학교에서도 그 흥분의 열기는 출렁거렸습니다. 전교생 45명, 남학생 전체가 뛰어야 축구를 간신히 할 수 있는 소규모 학교지만 매일 점심시간에 더우나 추우나 축구를 합니다. 대부분 학교들이 그렇지만 운동장 배수시설이 없어 모래를 두껍게 깐 덕분에 축구공을 차면 모래도 한줌씩 날아갑니다. “아! 잔디구장에서 뛰고 싶어요.” 아이들은 절규합니다. 사회체육이나 학교체육이 중요한 건 모두 알면서 왜 거기에 돈은 투자하지 않는 것일까요? 시·군에 1∼2곳, 읍·면·동에 1곳 정도는 잔디구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월드컵 보면서 여성 축구팬들도 많이 늘었는데 여성이 축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많이 만들었으면 하고요. 정춘자/ 전남 해남군 해남읍 그들의 죽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호에는 우리 한국팀 승리의 멋진 사진이 실리겠지 하는 기대로 첫장 화보를 보았다. 그런데 예상 밖의 사진! 역시 <한겨레21>다운 시각이었다. 인터넷에서 제목만 본 미군 장갑차에 치인 여중생들의 사망소식을 담고 있었다. “또 미군이야” 하며 그냥 지나쳤다. 왠지 축구 때문에 들뜬 마음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만리재에서’를 읽으면서 간과할 수 없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본다. 한 사람의 목숨은 지구보다도 무겁다는 글귀가 생각난다. 한국팀의 승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중생들의 생명보다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진상이 밝혀질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겨레21>이 앞장서주길 바란다. 김묘신/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투표사무원이 빼앗긴 투표권 지방선거에서 나는 투표사무원으로 일했다. 우리 선배들 역시 그랬겠지만 새벽 5시에 사무원 소집이 있었다. 특별히 나이 어린 교사였기에 투표소 문 앞에서 인명부 대조하는 일을 맡은 나는 식사도 편하게 못할 만큼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같이 하던 다른 사무원들이 두배로 일을 떠맡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것까지 눈치보였던 게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선거하는 것을 도와주느라 정작 나는 선거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새벽 5시에 시작된 업무는 휴식 없이 13시간 동안 이어져 저녁 6시가 돼서야 끝났지만 국민의 권리를 잃은 나에게 남은 것은 달랑 일당 3만5천원이 전부였다. 가장 민주적인 절차인 선거,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는 비민주적으로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시간과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일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 김영윤/ 대전시 서구 변동 <독자만화>
이번호 문화면에 소개된 윤범모 교수의 <미술본색> 서평 잘 읽었습니다.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고질적 문제들을 껴안은 미술계라는 거대한 집단에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는 내용인 듯싶습니다. 흥미 있는 내용이고, 무엇보다 그런 발언을 해내는 윤범모 교수의 뚝심도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가 지적하듯 병폐가 만연한 미술계에서 윤범모 교수가 차지해온 위치를 보면, 그 역시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당신도 그러한 방법으로 미술계에서 살아남지 않았느냐”라는 비판도 합니다. 이 서평에는 윤범모 교수가 지적한 문제점과 그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용기만을 다루었지, 한 사건에 대한 균형있는 시각은 부족했다는 느낌입니다. 무명/ 부산시 서구 부민동 학교체육의 현주소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날, 전라도 땅끝 이곳 작은 시골학교에서도 그 흥분의 열기는 출렁거렸습니다. 전교생 45명, 남학생 전체가 뛰어야 축구를 간신히 할 수 있는 소규모 학교지만 매일 점심시간에 더우나 추우나 축구를 합니다. 대부분 학교들이 그렇지만 운동장 배수시설이 없어 모래를 두껍게 깐 덕분에 축구공을 차면 모래도 한줌씩 날아갑니다. “아! 잔디구장에서 뛰고 싶어요.” 아이들은 절규합니다. 사회체육이나 학교체육이 중요한 건 모두 알면서 왜 거기에 돈은 투자하지 않는 것일까요? 시·군에 1∼2곳, 읍·면·동에 1곳 정도는 잔디구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월드컵 보면서 여성 축구팬들도 많이 늘었는데 여성이 축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많이 만들었으면 하고요. 정춘자/ 전남 해남군 해남읍 그들의 죽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호에는 우리 한국팀 승리의 멋진 사진이 실리겠지 하는 기대로 첫장 화보를 보았다. 그런데 예상 밖의 사진! 역시 <한겨레21>다운 시각이었다. 인터넷에서 제목만 본 미군 장갑차에 치인 여중생들의 사망소식을 담고 있었다. “또 미군이야” 하며 그냥 지나쳤다. 왠지 축구 때문에 들뜬 마음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만리재에서’를 읽으면서 간과할 수 없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본다. 한 사람의 목숨은 지구보다도 무겁다는 글귀가 생각난다. 한국팀의 승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중생들의 생명보다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진상이 밝혀질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겨레21>이 앞장서주길 바란다. 김묘신/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투표사무원이 빼앗긴 투표권 지방선거에서 나는 투표사무원으로 일했다. 우리 선배들 역시 그랬겠지만 새벽 5시에 사무원 소집이 있었다. 특별히 나이 어린 교사였기에 투표소 문 앞에서 인명부 대조하는 일을 맡은 나는 식사도 편하게 못할 만큼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같이 하던 다른 사무원들이 두배로 일을 떠맡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것까지 눈치보였던 게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선거하는 것을 도와주느라 정작 나는 선거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새벽 5시에 시작된 업무는 휴식 없이 13시간 동안 이어져 저녁 6시가 돼서야 끝났지만 국민의 권리를 잃은 나에게 남은 것은 달랑 일당 3만5천원이 전부였다. 가장 민주적인 절차인 선거,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는 비민주적으로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시간과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일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 김영윤/ 대전시 서구 변동 <독자만화>

이성열 ddir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