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ㅣ 대구 송현여고 신문반
낮은 담과 운동장 한편의 작은 연못, 그리고 푸르른 나무로 가득한 아담한 교정. 2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구 송현여자고등학교에 대한 첫인상은 자연의 편안함이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교한 토요일 오후, 고3 수험생들만이 조용히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는 보이는 사람 없이 매우 평온해 보였다.
“창간 때부터 계속 구독해와서 <한겨레21> 하면 편하고 친숙하게 느껴져요.” 학교 건물 3층에 있는 신문반 동아리실 안은 1학기 신문을 한참 제작하던 학생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종이, 취재 사진, 여러 자료들…. 청소년들만의 열정이 보였다.
송현여고 동아리 신문반은 94년 “세상에 대한 눈을 넓혀보자”는 취지로 시작하여 다음해에 신문반으로 정식 이름을 붙인 뒤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올해 9대 신입생을 받아 20여명의 재학생들이 활동 중인데, 수능 때문에 실제 동아리 활동은 주로 1, 2학년이 중심이 된다. 이들은 금요일 7, 8교시에 동아리실에 모여 자료찾기, 편집회의, 신문제작 등의 시간을 가지고, 1년에 2회, 학기 초와 10월 종합전에 맞춰 자체 제작한 신문을 발행한다. 특히 이번에 제작하는 신문은 편집도 직접 학생들의 손으로 이루어져서 더욱 애착이 간다고 한다.
“학교는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학교에서 10년째 윤리과목을 가르치는 신문반 담당 이양섭 교사(43)는 지금 교육현실을 많이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구시 전교조 여성지부장이면서 사이코 드라마를 통한 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고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 교사는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아이들과 함께 ‘세상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담임을 맡고 나서 반 아이들과 함께 신문 만들기를 시작해서 오늘의 동아리로 키워왔다. 남편이 <한겨레> 창간주주일 정도로 ‘열성팬’이라는 이 교사는 <한겨레21>을 동아리 아이들과 시사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할 자료로 유용하게 쓴다며 웃었다. 실제로 벽에 붙어 있는 연간계획표에서 토론 준비물로 <한겨레21>이라고 쓰여 있었다. 하루 종일 학교에 매여 있다 보니 학교 밖 세상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눈을 넓힐 수 있는 자료로 <한겨레21>을 읽게 하고 있다. 책꽂이 한편에 창간호부터 손때 묻은 <한겨레21>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치열한 경쟁과 억압을 이겨내는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몰라요. 이 아이들에게 학교 밖 다른 세상을 폭넓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겨레21>이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도 잘해왔지만 말이에요.”
승인/ 4기 독자편집위원

승인/ 4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