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ㅣ 패테르사 건립 꿈꾸는 변태교장
‘변태교장’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먼저 ‘변칙적인 삶’을 떠올렸다. 변태무리 중에서도 교장이라니…. 비가 쏟아지듯 오는 6월13일, 장충공원 앞에서 교장(본인의 요청에 따라 이름과 나이는 공개하지 않음)을 만났다. 간단한 소개를 마친 뒤 그에게 “왜 변태교장이냐”는 질문부터 했다. “어떻게 하면 옷을 잘 팔 것인가를 고민하고 자녀를 둘 둔 지극히 정상적인 디자이너라 생각했는데 아나키스트 무리를 만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어요.” 지극히 정상적이라 믿는 그의 삶이 아나키스트 앞에선 변태로 둔갑한 것이다.
그는 변태교장이라는 이름을 이제 운명(?)이라 받아들인 채 패테르사(패션테러리스트 사관학교)의 교장이 되려는 그럴듯한 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스타일을 직접 디자인하는 일종의 DIY(Do It Yourself)가 ‘패테르사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자신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합리적이라는 그의 주장은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이 주장과 변태교장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 지극히 정상적인 그의 삶 속에는 뭔가 특이한 점들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21살 때 이미 결혼하여 자녀를 한국에 둔 채 일본에서 3년간 생활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일본 생활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이러한 자신감은 옷을 만들고 파는 데서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과 철학을 낳았다. 그는 고가의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개성 있는 패션 창조를 방해하고 ‘저가의 옷=나쁜 옷’이라는 왜곡된 등식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좋은 옷과 나쁜 옷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옷과 부적합한 옷이 있을 뿐입니다.” 상황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항상 주위에서 <한겨레21>을 주워서(?) 읽는다는 교장은 <한겨레21>을 일본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주간 금요일>과 비교했다. <주간 금요일>은 광고가 별로 없는 데 비해 <한겨레21>은 오히려 기사와 배치되는 광고가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대한 반대의견을 동일한 깊이로 다뤄 독자들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미 회사를 대표해 60여 차례나 언론의 취재에 응한 뒤, 그가 느낀 것은 언론의 왜곡이 심하다는 것이다. 아마 끼워맞추기식 기사작성과 과장이 이러한 왜곡의 원인이었으리라. 희한한 것은 이러한 언론발에도 불구하고 옷의 매출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이너리티의 상품화. “신기하네, 재미있네”를 넘어서 현실을 바꾸기에는 주류의 벽과 고정관념이 너무나 높다고 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 있으랴. 조만간 ‘주류시장’에 불만 있는 인터넷 의류업체들끼리 이러한 벽을 넘어서기 위해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그의 이름마냥 주류시장의 모습을 ‘변태’(變態)시킬 수 있을지 긴 호흡으로 지켜보자.
홍창욱/ 4기 독자편집위원

홍창욱/ 4기 독자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