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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제도권 교육? 내겐 안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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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5-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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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ㅣ 민족사관고등학교 2학년 서나현양

6시 기상, 6시30분 심신수련, 7시50분 아침조회, 8시30분 수업시작, 6시50분 자율학습, 12시 자율학습 종료, 12시30분 통금….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 서나현(17)양의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일과다. 12시부터 잘 수 있지만 보통은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2시에 기숙사 전기를 끊어도 충천용 스탠드로 더 공부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군대보다 더 치열한 일상이다. “저는 제도권 교육에 별로 적합하지 않은 타입이에요. 순종적이지 않고 선생님 말씀에 귀만 기울이고 있는 학습방법도 지루해하고.” 우연한 기회에 민족사관고등학교 견학을 다녀와서 지원을 결심했다. 서양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 내린 최초의 일이었다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생활해야 하는 그에게 부모님은 은근히 반대의사를 비쳤다. 그러나 그의 ‘똥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적응하는 것은 서양의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엄청난 과제물과 수업, 우수한 학생들에 대한 열등감. 때론 친구들과 밤에 부둥켜안고 울면서 “우리 조그만 더 버텨보자”고 서로 격려해주기도 했다고. 2학년이 된 지금은 그때의 고난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그는 정기구독한 지 한달밖에 안 되는 ‘한겨레21 새내기’다. 기숙사 학교의 특성상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시사적인 문제들을 전혀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학년이 올라가고 대학 논술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들자,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가장 심층적인 기사들을 담고 있는 <한겨레21>을 구독하게 됐다. 최근 본 기사 중에는 408호 표지이야기 ‘여성정치와 그 적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래 정치 쪽에 관심이 많아서 잡지를 받아도 제일 먼저 정치면부터 읽는데, 이때까지 여성정치에 관해서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법관이 되고 싶다는 서양은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엘리트들만을 위한 학교라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하자 도대체 무슨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다. 학비 면제에 조금 비싸긴 하지만 기숙사비만 내면 되는 학교니, 부잣집 자제들만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입학시험이 까다로운 것은 그만큼 학교의 목표에 부합하는 학생들을 뽑기 위한 것이고, 교내에 있는 야구장이나 골프장 등도 기숙사 생활에 지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사실 밖으로 나가기 힘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죠.”


서양은 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장래 부업으로 음악 칼럼리스트로 일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팝음악에 심취해 있고, 교내 문학동아리 ‘들국화’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한겨레21>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런 ‘귀여운’ 대답을 내놓는다. “저도 현명한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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